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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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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충격적인 발언 탓에 국민들의 분노와 속앓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내심 '인사참극'이 더는 나오지 않길 빌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논문 중복게재 의혹을 받는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제주 4·3사건을 '공산주의 무장봉기'로 규정했습니다. 문 총리 후보자와 비슷한 수준의 역사 인식입니다. 김영한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은 술에 취해 사람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친 전력이 있습니다. 형법상 특수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검사였던 그는 자리를 보전했습니다.

인사참극은 또 있습니다. 바로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송광용 신임 교육문화수석입니다. 행정부와 청와대에서 교육 관련 업무를 총괄할 두 분은 논문 표절과 연구비 착복, 불법수당 수수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외람되지만 치솟는 부끄러움을 안고 글을 씁니다. 김명수 후보자와 송광용 수석은 자진 사퇴하십시오. 제가 뭔데 이런 말을 하느냐구요? 저는 두 분이 졸업한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 다니는 새파란 후배입니다.

김명수 선배님, 왜 제자 연구를 가로챘나요?

김명수 선배님께 제기된 의혹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논문 표절 의혹입니다. 선배님은 제자 정아무개씨가 2002년에 제출한 석사 학위 논문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가 이듬해 한 학술지에 제1저자로 제출했습니다.

이에 대해 선배님은 "학술지에 실을 교수 논문이 부족했던 터에 제자에게 (게재) 기회를 줬다"며 "(제자) 정씨가 지도교수인 나를 제1저자로 게재하는 데 동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의혹을 풀기에는 모자라고, 제자 정씨에게도 누가 되는 발언입니다.

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요약해 게재하는 것은 학계의 오랜 관행이자 신진 연구자에게 기회를 주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학위 논문 제출자 본인의 업적으로 인정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내가 지도했으니 내 연구물이다"라는 식으로, 제자 논문에 자신 이름을 제1저자로 올리는 건 사실상 표절입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불과 2년 전인 지난 2012년에도, 2010년에 제자 최아무개씨가 제출한 박사 학위 논문을 요약해 역시 본인을 제1저자로 해 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2011년과 2012년에 제출한 논문을 본인의 연구 성과로 인정받아 각각 500만 원씩 모두 1000만 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수령한 사실입니다. 이쯤되면 이런 생각도 듭니다. '얼마나 연구비가 궁했으면 제자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슬쩍 얹어 자기 배를 채웠을까.'

만만치 않은 전력의 보유자, 송광용 수석은...

신임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신임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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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교육문화수석으로 임명된 송광용 선배님이 활약한 해는 2004년입니다. 먼저 제자 황아무개씨의 석사학위논문과 동일한 제목, 방법론, 데이터를 가지고 학술지에 공동저자로 발표했습니다. 두 논문은 문장도 거의 대부분이 일치합니다. 또 송 선배님은 제자 김아무개씨가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을 김명수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제1저자로 한 축약본을 학술지에 게재했습니다.

아차, 하나 잊을 뻔했습니다. 1997년 동일한 제목의 논문을 학술지 두 곳에 동시 게재한 '사고' 말입니다. 교수들이 실적에 쫓겨 연구 윤리 위반 유혹을 느낀다는 이야기는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무려 14년 전에 그런 '위기의식'을 느껴 실적을 부풀리고자 중복 게재라는 무리수를 뒀다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그 결과 연구실적을 높이 평가받으셨는지 송 선배님은 2007년에 서울교육대학교의 총장으로 영전하셨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집니다. 바로 불법수당 수수 의혹입니다.

선배님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교대 산하기관인 평생교육연수원에서 수당을 불법으로 챙겼다가 교육부 감사에 적발됐지요. 선배님은 행정소송까지 내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결국 1400만 원을 모두 반납했습니다.

의혹의 종류와 가짓 수에 비하면 김명수 선배님이 한 수 위인 듯하지만, 송 선배님도 만만치 않습니다. 참, 잘들 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선배님들께 배운 것이 있다면...

교육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보편적인 행위양식이라는 걸, 대학에서 배웠습니다. 말하자면, 삶의 어느 곳에서나 또 언제나 인간은 가르치고 배울 수 있습니다. 가장 보통의 사람에서부터 가장 악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또 누군가의 장점은 물론 결점까지도 스승으로 삼고자 하면 배우지 못할 바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끄러운 두 분 선배님은, 제게 가장 훌륭한 스승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고자 의도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김명수, 송광용 선배님께서는 스스로의 몸을 던져 학계의 많은 문제들을 드러내고 계십니다.

서울대 교육학과가 대한민국 교육을 망친다는 이야기는 결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선배님은 '이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후배에게 던지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주말이면 박근혜 대통령께서 귀국합니다. 대통령이 스스로 '참극 인사'의 종지부를 찍을 것인지, 혹은 '인사 참극'을 밀어붙여 '국정 참극'을 초래할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두 선배님께서 대통령 귀국 전 자진 사퇴해, 부디 이번 주말부터라도 발 뻗고 편히 쉬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두 선배님이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그래야 저와 같은 후학들이 두고두고 이 부끄러움을 떠올리고 곱씹으며 떳떳한 길을 갈 수 있을 테니까요. 부디, 건강하십시오.


태그:#문창극, #인사, #서울대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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