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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일 영남대 교수가 지난 12일 대구시내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김부겸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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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후보가 엣지 없는 정치인이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대구에 오겠다고 한 이후부터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상생 정치에 대한 그의 철학과 소신을 확인하고 선거에서 돕기로 했지요. 대구의 변화를 바라면서 시민운동을 해온 지식인으로서 김부겸의 출마는 고마운 일이었지요."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대구에서 야당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40%가 넘는 지지를 얻고도 아깝게 낙마한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적극 지원한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김 후보가 고맙다고 했다. 새누리당 이라면 '강아지를 내보내도,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 보장된다'는 대구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가장 역동적인 여당 후보와 맞서 가장 강력한 야당 후보의 맞대결로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고 대구시민들은 선거를 치르면서 모처럼 행복했다. 이처럼 가장 치열했던 대구시장 선거에서 김태일 교수는 김부겸 후보의 전략을 짜고 선거를 총지휘했다.

김 교수는 선거에서 김부겸 후보가 졌지만, 대구에서 정치적 다양성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과 새누리당 일색이었던 독점체제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제는 대구시민들의 부름에 김부겸 후보가 답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도 했다. 12일 오후 대구시청 부근의 한 카페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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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일 영남대 교수가 지난 6.4지방선거에서 김부겸 새정련 후보의 선거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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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를 말한다면?
"지금껏 대구에는 경쟁이 없었다. 새누리당이 강아지를 내보내도,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그만큼 경쟁이 없었던 이유는 중앙정치가 대구에 대해 결정하는 대로 잘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당 내부에서 경선 과정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권영진 당선자의 경우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정치적 기반은 없다. 대구혁신을 내걸고 100일 만에 후보를 쟁취했다. 본선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여권 후보와 가장 강력한 야권 후보가 대결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선거였다. 이번 선거는 지역 정치의 자율성과 역동성이 있었기에 대구시민은 행복했고 정치적 다양성이 실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 김부겸 후보가 출마를 망설일 때 시민들이 SNS 등을 통해 출마를 요구했다.
"김 후보가 지난 총선 때 기득권을 버리고 대구에 내려온 데 대해 시민들이 높게 봤고 변화에 대한 열망도 있었다. 본질적인 변화를 희망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김부겸을 불러냈다. 그것이 SNS상에 '김부겸의 파란우체통'이었고 '나와라 김부겸, 응답하라 김부겸'으로 표현됐다."

- 김부겸 캠프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김부겸 의원이 4선의 기회를 버리고 대구에 온 후부터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정치학자이자 평론가로서 저렇게 엣지 없는 정치인일까 생각했다. 김부겸이 대구에 오겠다고 한 이후부터 '상생정치'라고 하는 그의 철학과 소신을 이해하고 주목했다. 김부겸의 대구 출마가 고마웠고 그게 마음의 부채로 있었다.

김 후보가 먼저 연락했다. 나는 상생정치에 확신이 있느냐고 물었고 김 후보는 상생정치가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상생정치는 시대정신을 여는 것이지만 우리 정치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상생정치를 내걸면 대박을 누릴 수도 있지만 쪽박을 찰 수도 있다. 나는 상생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희망과 열망이 존재하고 그런 것을 어떻게 부응할 것인가가 정치권의 과제라고 보았다. 나는 김부겸에게서 상생정치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같이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 캠프를 꾸리면서 어떤 전략으로 선거에 임하게 되었나?
"네 가지 정도의 기조를 설정했다. 첫째 이번 선거는 전국선거가 아니라 지방선거다. 정부에 대한 심판이나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등 중앙정부에 대한 전선이 지역정치를 지배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구지역의 발전만을 생각하는 선거로 치르기로 했다.

두 번째는 정당대결 혹은 진영논리가 아닌 철저하게 인물대결로 가기로 했다. 누가 더 능력 있고 지역발전에 유의미한 사람이냐는 것을 시민들에게 보여주자고 했다. 물론 여기에는 정당대결이 김 후보에게 유리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새누리당의 경선과정을 보면서 김 후보가 상대후보에 비해 상당히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정치이슈가 아닌 경제이슈로 가기로 했다. 대구시민이 바라는 먹고사는 문제와 일자리에 중점을 두었다. 네 번째는 야당의 조직이 약했기 때문에 조직이 아닌 바람으로 선거를 이끌어 나가기로 했다. 대구시민들의 분노를 확인했기 때문에 시민들이 갖는 좌절감을 분노로 승화시키고 분노를 저항으로, 저항을 투표로 연결되도록 하는 전략 기조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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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4지방선거 기간 중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와 김부겸 새정치연합 후보의 선거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두 현수막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내걸고 있지만 권영진 후보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김부겸 후보는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두 현수막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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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후보가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하면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진보진영에서는 실망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략에는 '갈라치기 전략'과 '껴안기 전략'이 있다. 갈라치기는 2004년 조지 부시가 치렀던 선거에서 칼 로브(karl Rove)라는 전략가가 취했던 전략이다. 강력하고 민감한 이슈를 제기해서 논쟁의 전선을 만들고 전통적 지지자들을 강력하게 흡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종시를 던졌다든지 지난 선거에서 복지논쟁으로 상대후보가 받아들이기 어렵게 하는 전략이었다.

반면 껴안기 전략은 1996년 클린턴 대통령의 전략가 딕 모리스(Dick Morris)가 쓴 전략으로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성 높은 이슈로 보수층의 마음을 열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트라이앵귤레이션(triangulation) 전략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뉴DJ플랜'으로 중도층 껴안기에 나섰던 것과 같다.

김 후보는 껴안기 전략의 기조로 '박정희컨벤션센터'를 던졌다. 상생정치의 첫 번째 과제는 화해론이다. 박정희의 존재를 신화가 아니라 현실로 끄집어내서 이야기하고 이해하자는 것이었다. 역사적 화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했다. 많은 논란이 있었고 저에게 항의하는 사람도 많았다. 절교하자는 교수도 있었다. 박정희 이름만으로 논란이 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가면서 박근혜 마케팅 논란도 일었다. 결과적으로 정책선거가 실종됐다는 비판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협력해 대구를 발전시키겠다는 메시지가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공감대가 높았다. 일종의 협력론인데 대통령은 여당을 설득하고 김부겸은 야당을 설득해 대구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전략적으로도 좋고 시장의 자세로도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메시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권영진 후보가 김 후보의 이중적 발언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김 후보가 협력발전론을 얘기하기 전에 박 대통령을 비난했었던 것은 사실이니까 권 후보의 공격은 이유가 있었다. 김 후보의 딜레마와 모순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캠프에서는 네거티브라고 했지만 나는 김 후보가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천의 송영길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과 파트너십을 만들겠다고 말했고 안희정 지사도 대통령과 협력 안하는 시도지사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듯이 나도 김부겸을 위한 변명을 할 것이다."

- 선거기간 중간에 가덕도 신공항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구의 민심이 새누리당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고 김부겸 후보에게 호기가 온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부산의 서병수 후보가 쫓기면서 새누리당이 강수를 뒀지만 대구시민은 완전히 무시당한 느낌이었다. 언론은 연일 새누리당이 대구를 버렸다고 했고 민심은 들끓었다. 무슨 일을 하든 대구시민은 새누리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이 가덕도 신공항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김부겸 후보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김 후보는 시민을 선동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지역에서 책임있고 신뢰할만한 정치인이라는 걸 보여주었다. 일종의 메기론이다. 김 후보는 신공항추진위를 방문하고 여야가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상생정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런 모습을 시민들이 신뢰했다고 본다."

- 선거기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문제가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 모든 후보들이 안전을 강조했는데 김 후보는 어떤 모습을 보였나?
"세월호의 충격은 우리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었지만 전체 정치인에게 책임을 물었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비난받는 것은 사고에 대한 무책임과 무능력도 문제지만 국민이 겪는 아픔을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야당도 충분히 함께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김 후보는 자기성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책임정치를 한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철저히 낮은 자세로 성찰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 선거운동 기간에 김부겸 혼자 유세를 했다. 중앙당 지원을 거부한 것인가?
"오로지 김부겸만 부각시킨다는 것이 우리의 전술이었다. 새누리당은 엄청난 조직으로 움직이지만 김부겸은 혼자 움직이는 게 대구시민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보았다. 중앙당의 지원을 받으면 선거는 하나마나가 된다.

그래서 내가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다. '대구의 변화와 열망을 담아내기 위해 김부겸이 노력하고 있고 대구의 변화는 김부겸이 이룰 것이다. 그러니 아무런 지원을 해주지 않아도 좋으니 추풍령을 넘지 말라'고 했다. 인물선거에 충실하자는 것이었다. 새정련에 대한 지역의 지지도가 낮고 야당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숙제도 낳았다. 당이 더 신뢰받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선거였다."

- 선거 막바지에는 김부겸 후보의 '대망론'이 나왔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박 대통령 이후 이 지역에 유력한 지도자가 보이지 않지만 대구시민들은 3선이면서도 기득권을 버리고 내려온 김 후보에게 기대를 거는 대목이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이 분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보았다.

내 개인적인 목표는 김 후보가 시장이 되고 상생정치의 깃발을 만들어 전국적 지도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권에 도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거 막판에 동성로 유세에서 김 후보가 대망론을 얘기했는데 선거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김부겸의 대망론은 이제 출발점에 섰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등이 차기 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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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영남일보 강당에서 전문직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서로 악수를 나누며 웃고 있는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와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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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40.3%의 지지를 얻었다. 대구에서는 처음인데 어떤 의미가 있나?
"40%는 지역을 지배하는 패권정당과 지지하지 않는 정파 사이의 경계선이라고 본다. 이 마의 선을 넘을까? 순탄치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숙제는 첫째 김부겸이 속한 정치세력과 정당이 쇄신해서 마의 벽을 넘느냐는 것, 둘째 김부겸이 철저히 지역밀착형 정치인으로서 지역을 떠나지 않고 신뢰를 쌓아가면서 풀뿌리 기반을 조성할 수 있느냐, 셋째 김부겸이 당을 쇄신해 40%의 벽을 넘어서고 자신의 신뢰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 선거를 지켜보면서 아쉬운 점도 있을텐데
"대구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많았는데 펼칠 수 없어 안타깝다. 노인, 여성, 아동, 장애인 등의 정책들이 전문가들로부터 높게 평가를 받았다. 복지예산도 높았는데 잘 부각되지 않았던 것들이 아쉽다."

- 권영진 당선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선거를 통해 대구시민과 대구시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권영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대구 혁신을 부르짖었다. 권 당선인은 새누리당 내에서도 개혁파에 속한다. 권 당선인과 김부겸 후보가 둘이 멋지게 손을 잡고 대구발전을 위해 일한다면 대구시민들이 감동할 것이다. 대구가 '고담시티'에서 벗어나 일등도시로 평가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면에서 권 당선인도 진심어린 거버넌스(공공경영)를 펼친다면 시민사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본다. 권영진과 김부겸이라는 두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