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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이 있는 안산 단원구 지역 경기도의원에 재선된 양근서, 원미정 당선인.
 6.4지방선거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이 있는 안산 단원구 지역 경기도의원에 재선된 양근서, 원미정 당선인.
ⓒ 안산시민신문 제공, 원미정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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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피해의 도시 경기도 안산시장 선거에선 박빙으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당선했다. 하지만 시도의원과 비례대표 선거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이 압승했다. 도의원 8개 선거구에선 모두 새정치연합 후보가 당선됐다. 시의원 선거에선 새정치연합이 비례대표를 포함해 21석 중 12석을 가져갔다. 새누리당은 9석을 차지했다.

이 결과는 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세월호 민심이 투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앵그리맘(분노한 엄마들)'의 표심은 도의회 선거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단원고가 있는 단원구 4개의 선거구에선 여성 후보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당선된 의원들은 기쁨보단 무거운 마음이 앞서는 모습이다. 65명의 희생자가 나온 와동에서 후보로 나선 양근서 도의원 당선인은 "압승을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민심은 달랐다"며 "참사는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고 누가 책임이 더 많냐의 차이라는 것이 선거 기간 동안 전달받은 민심이다, 야당도 옐로카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표율이 낮은 것은 정치가 희망을 못 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선거구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교감 선생님을 포함해 5명의 희생자가 산다는 원미정 도의원 당선인은 "고3 딸을 두고 있는 엄마로서 희생자 부모들의 마음이 직접적으로 다가왔었다"며 "같은 심정인 학부모들의 마음이 표에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원 당선인은 "실종자가 남아 있는 상태라, 아직은 애도해야 할 때"라며 "안전과 피해 가족들의 치유에 초점을 맞춰 의정 활동을 펴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두 당선인은 그동안 의정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양 당선인은 생활임금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고,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가 났을 때도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주목받았다. 원 당선인은 주민들과 밀착한 생활정치를 실현해 주민들의 호응을 받았는데, 외국인 노동자 인권 조례를 만드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세월호 피해 지역에서 당선한 두 의원을 지난 7일 각각 만나 선거 과정에서 느낀 민심과 앞으로의 의정활동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양근서 당선인] 늦은 밤 찾아온, 세월호 참사로 딸 잃은 아빠

"선거 기간 중에 딱 한 번 술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이 찾아 왔기 때문입니다."

양 당선인을 찾아온 사람은 영은이 아빠였다. 딸의 목소리가 다른 친구의 휴대폰에 녹음돼 있는 것을 뒤늦게 확인해 뉴스에도 나왔던 유가족이다. 함께 희생된 딸 친구의 가족들이 휴대폰에 녹음돼 있는 다른 학생이 누구인지 찾으려고 노력한 덕분에 딸의 마지막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답답하고 괴로우셨던 것이죠.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도 딸이 없으니 허전하고 견디기 어려워 밤 11시가 넘어서 저를 찾아오셨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선거 슬로건을 결정했습니다."

'책임지는 정치, 책임지는 사회'. 양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내건 구호였다. 희생자 가족들의 바람을 담은 것이다. 자전거로 지역을 도는 조용한 선거운동을 택한 것도 유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양 당선인은 사고 이후 도의회에 '경기도 안전관리 민관협력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안'을 발의했다. 정부의 재난 대처능력이 부실하고 무책임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경기도에 안전관리위원회가 존재하는 데 1년에 한 번 서면 회의를 하는 형식적인 기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진도 사고현장에 가서 본 정부의 대응은 우왕좌왕의 극치였다. 민간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경험, 인력을 기술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 신속하게 대응해야 했는데,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단다. 그저 속수무책으로 가라앉는 배를 보고 있어야 했다. 재난구조에 전문가 기업 참여를 명문화 하고 평시에는 예방활동을 하는 것이 양 당선인이 발의한 조례의 핵심이다.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과 함께 생황임금조례 통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양근서 도의원(가운데).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과 함께 생황임금조례 통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양근서 도의원(가운데).
ⓒ 양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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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아니더라도 공단 도시인 안산에서 안전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노동자들의 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안산은 산업재해로 인한 희생과 피해가 적지 않은 곳이기도 해 세월호 이후 안전은 도시 전체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 때도 양 당선인은 삼성의 허위 신고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노동자와 주민을 무시하는 삼성의 행태를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도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 복지를 위해 더욱 힘쓰는 의정활동을 펴겠다"고 다짐했다.

양 당선인은 또한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드러냈다. 현재 그가 대표 발의한 생활임금 조례는 도의회·도지사와 의결과 재의를 주고받으며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그는 "생활임금 조례를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는 분들 중에는 학교 현장에 있는 분들이 꽤 많다"면서 "계약직 교사나 서무직 등 학교 비정규직의 차별이 완화될 수 있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생활임금 조례를 반드시 재의결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원미정 당선인] 높은 투표율로 분노한 엄마들의 선택

지난 5월 9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청와대 항의 방문에 함께하고 있는 원미정 당선인.
 지난 5월 9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청와대 항의 방문에 함께하고 있는 원미정 당선인.
ⓒ 원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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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구 지역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았어요. 안산 전체가 48%였는데 이 동네는 55%였어요. 이른바 앵그리맘의 표심이 반영된 결과로 불 수 있지요. 단원구 지역 당선인 중 2위와 가장 많은 표 차이였습니다."

4년 전과 많이 달랐다. 지난 선거 때는 야당에게 불리한 지역이라, 형식적으로 여성을 공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많이 달랐다. 지역 주민들은 "그간 생활정치를 잘 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했지만 새누리당에 몰표를 주는 지역이 포함돼 있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대부도에서는 30% 정도만 득표했다. 4년 간 쏟은 노력에 비하면 적었지만 낮은 투표율에도 지난 선거에 비해 100표 정도 는 것에 의미를 뒀다. 그럼에도 그가 2000표 넘는 격차로 이긴 것은 세월호 영향이 컸다. 엄마들의 마음이 딸 가진 엄마에게 향한 것이다.

원 당선인은 "그런 큰 사고를 처음이었는데, 재난 현장에 직접 가보니 체계가 없었다"며 정부의 무능한 대처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주도하는 정신적 외상 치료도 계획과 체계가 상당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안산에 트라우마 센터가 만들어졌지만 희생자 가족과 가까운 친구 등 직접 피해자가 1천 명이 넘는 데도 보건복지부의 한 과가 담당하다보니 전체적으로 부족한 면이 많아요. 실질적인 치유가 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설치에 따른 재정 분담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5:5로 부담하게 돼 있는데, 지방정부 부담은 경기도와 안산시가 반반씩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재난지역에 대한 배려하고 할 수 없는 것이지요.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와 학부모의 요구사항을 정부에 전달하고 중재하는 것이 그에게 맡겨진 역할이었다. 분향소를 지키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이 때문에  공식선거운동 전까지 지역을 다 돌지 못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유권자는 희생자 할머니였다고 한다.

"지역에 손자가 희생된 할머니가 계세요. 자주 찾아가 위로해 드렸는데, 동네의 한 경로당에 인사를 갔더니 어떤 할머니가 걱정해 줘서 고마웠다고 손을 잡아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누구신가 했는데, 그 할머니였습니다. 딱히 뭔가를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어 참 안타까웠습니다." 

단원구의 유일한 여성 도의원 당선인은 그는 "선거가 끝났으니 특위구성과 예산 편성 등 의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희생자 가족들이 주로 일용직이나 비정규직, 소규모 사업장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이들이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성하훈 기자는 2014 6·4 지방선거특별취재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경기도의원, #양근서, #원미정, #세월호, #안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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