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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한 달째인 16일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는 참사의 아픔을 함께하고, 이 나라에 다시는 되풀이되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 바라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있었다.

최근에 희생자 추모, 실종자 빠른 구조, 세월호 침몰과 구조실패의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박근혜 대통령의 부실대응에 대한 책임추궁과 안전한 사회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3일 결성된 '세월호 참사 대구시민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렸다.

세월호 참사 대구시민대책위원회에는 지역 참여연대, 대구여성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대구지부 등 대구경북 시민단체 60여개 단체들이 참가했다.

세월호 참사 30일을 맞아 대구 시민들이 거리행진을 펼치고 있는 모습
▲ 세월호 참사 30일 촛불행진 세월호 참사 30일을 맞아 대구 시민들이 거리행진을 펼치고 있는 모습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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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가던 발걸음을 멈춘 채 노란리본을 묵묵히 바라보거나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특검을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운동에 참여하며 아픔을 함께했다.

참사 이후 지역 몇몇 대학이나 동성로, 방천시장 김광석다시그리기 길에는 노란리본을 달며 실종자의 무사생환을 기원했지만 지금은 '근조'라고 적힌 검은 리본과 노란 리본 사이에 놓인 국화꽃을 볼 수 있다.

촛불집회는 대국민서명활동 소식과 세월호 참사에 따른 영상소개, 최근 실종자 대표단이 청와대로 간 소식까지 전했다. 촛불집회는 세월호 모형의 배에 노란리본을 앞세운 채 약 1시간가량 진행되었고, 시민자유발언과 국악인 오영지의 공연과 아름다운 무리와 마음 앙상블의 문화공연, 촛불 거리행진 순으로 이어졌다.

ⓒ 김용한

시민자유발언대에 나선 천재곤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정말 애도와 슬픔을 넘어 분노해야 할 때, 분노를 넘어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라고 외치면서 "2014년 4월 16일은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수백 명의 어린 영혼과 함께 대한민국이 침몰했고, 우리 국민들의 가슴이 무너져 내린 날이며, 그리고 우리 학교가 무너진 날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천 대구지부장은 "우리 선생님들은 지난 5월 8일 10시간 가까운 토론 끝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1만5853명의 교사선언이 있었습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아이들에게 의심하면 되묻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도록 지도하지 못한 것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하였다.

이날 촛불집회 현장 주변에서는 10일 sns를 통해 모임이 결성되어 두 번째 침묵시위를 하였다고 말한 시민들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세월호 참사 30일을 맞아 시민들이 '진상규명'이라고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세월호 참사 30일을 맞아 시민들이 '진상규명'이라고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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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을 주관한 김민정씨는 "서울에서 한 대학생의 가만히 있으라는 제안에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이렇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행동하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모이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 사건은 세월호가 아니었어도 어디에서도 터졌을 것이며, 이것은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언제라도 곯아터진 문제라고 생각한다. 늘 가만히 있으라고 침묵을 강요당하고 무시당했는데,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문제들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노란리본에 참여했던 최유림, 손선화 학생은 "같은 또래로서 안타깝고 도움을 못준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고 느낌을 전하면서 "학교에서는 세월호 이야기보다는 안전교육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거리 행진에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인원(250명가량)보다는 훨씬 많은 500여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를 침묵행진으로 함께했다.

촛불행진에는 교복을 입고 참가한 앳된 청소년들과 부모 손을 잡고 걷는 어린 아동들도 종종 볼 수 있었고, 유모차를 몰고 참가한 '아줌마 부대'들의 참가도 부쩍 늘어났다.

어린 자녀를 업고 유모차를 끈 채 참여했던 김정미 주부는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정부 대처나 해결이 안 되는 것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분노하고 아파했다"고 하면서 "제가 큰 힘은 되지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 우리가 잊지 않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 참가했던 왜관 가실성당 황동환 주임신부도 "우선 저는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들이고, 종교인의 한 사람이기 전에 성인으로서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지 못했고, 말을 해야 할 때 말하지 못했으며 우리 사회에 어떤 허점들이 제대로 용기 있게 지적하지 못한 것이 사제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황 신부는 "잘못된 것 있을 때 용기 있게 지적하려면 우리 사회에서는 좌파냐, 종북이냐, 빨갱이냐 하는 식으로 몰고 가는 이 사회 속에서 논란을 피해가자는 차원에서 저도 모르게 뒤에 서 있었고 이 사회의 문제에 무관심하게 된 것 같다"고 고백하면서 "이렇게 한 걸음 물러서서 무관심하여 세월호 참사 같은 것을 보면서 마치 내가 죽인 것 같고, 참담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안녕하십니까?:"이후 최근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만히 있으라"의 침묵시위 광경.
▲ "가만히 있으라"라는 문구로 침묵시위 중인 모습 "안녕하십니까?:"이후 최근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만히 있으라"의 침묵시위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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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행진에서는 임형주의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행진 내내 울려 퍼졌고, 시민들은 한 손에는 촛불과 한 손에는 "잊지 않을께"라는 글귀와 "진실규명"이라고 적힌 종이 피켓을 든 채 약 1km에 이르는 시내 구간을 걸었다.

'세월호 참사 대구대책위원회'에서는 매일 민주광장에서 진실규명을 위한 촛불집회와 특검 촉구 서명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오는 19일 오후 7시 한일극장 앞에서는 함께하는대구청년회, 새길청년회, 대구청년유니온 청년들이 성년의 날을 맞아 "동생들아 미안해. 끝까지 행동할게"라는 다짐을 위한 국화꽃 침묵시위도 열릴 전망이다.


태그:#세월호 참사, #대구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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