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의 전성기> 에서 손병호 친구 두영을 연기하는 노승진

▲ <내 심장의 전성기> 에서 손병호 친구 두영을 연기하는 노승진 ⓒ (주)기억속의 매미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을 손꼽을 때, 얼마나 연기할 인물과 밀착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가 있다. 오늘 소개하는 연극 <내 심장의 전성기>에서 두영 역으로 출연하는 노승진이다. 캐릭터의 사고관과 가치, 행동 패턴을 배우가 모두 느끼고 소화할 때에야 제대로 된 연기가 나온다고 믿는 이 배우, 사실 드라마에도 쏠쏠하게 출연했다.

<빠스껫 볼>에서는 움막촌 주민, 최근 종영한 <감격시대>에서는 일본 외무대신으로 나왔다고 한다. <내 심장의 전성기>에서 기타 연습하는 게 <대왕의 꿈>에서 칼싸움을 찍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고 하는 사연은 대체 무엇일까.

- <내 심장의 전성기>는 군사 정권이 헤비메탈에 대해 검열을 한다. 실제로 제5공화국 당시 음악에 대한 검열이 있었나.
"80년대를 대학가에서 지냈다. 당시 정권이 헤비메탈을 바라볼 때 파격적이고 외설적인 음악으로 규정했다. 발라드 같은 장르에 비해 견제를 많이 받은 게 사실이다."

- 노승진씨가 연기하는 두영과 손병호씨가 연기하는 광현은 19년 지기 친구다. 그렇지만 진짜 사정을 털어놓지 못하고 빚진 돈을 달라고 하는 것처럼 극 중 남자들은 진짜 속내를 친구에게 털어놓지 못한다.
"광현이가 수술을 받으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음반을 내지 못할 상황이다. 목이 호전되지 않으면 앞으로 음악을 하지 못할 상황이다. 두영을 보며 제 사연과 겹쳤다. 광현은 트로트 가수지만 자기 노래가 없다. 제가 연극을 한 지 꽤 된다. 하지만 내세울 만한 대표작이 없다. 광현이 자기만의 노래를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저 자신 역시 배우로서 언젠가는 대표작을 찾고자 하는 저의 바람을 캐릭터에 반영했다."

- 두영은 광현에게 먼저 주먹을 날리기도 하지만, 친구 중 광현에게 제일 먼저 음악을 하자고 권유한다.
"광현에 대한 애증, 사랑과 증오가 섞인 감정이다. 두영에게 광현은 제일 친한 친구면서 여러 감정이 섞여 있다. 제일 친하니까 싸울 수도 있고, 음악을 같이 하고자 하는 뜻도 맞을 수 있다."

<내 심장의 전성기> 에서 손병호 친구 두영을 연기하는 노승진

▲ <내 심장의 전성기> 에서 손병호 친구 두영을 연기하는 노승진 ⓒ (주)기억속의 매미


- 극 중 두영은 노래만 하지 않고 기타도 직접 쳐야 한다. 기타를 연습하며 애로점이 많았을 텐데.
"기타를 연습하면서 음악 하는 분을 존경하게 되었다. 전에는 기타를 치지 못했다. 연극 연습하느라고 두 달 동안 기타를 열심히 만졌는데도 쉽게 연주되는 악기가 아니다. 만에 하나 앞으로 음악 하는 작품이 들어오면 고사하고 싶을 정도다. 드라마 <대왕의 꿈>을 찍을 당시 일본 호위무사를 연기했다.

사극이라 칼싸움 장면을 찍어야 했다. 한겨울에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 칼싸움 장면을 찍을 때에는 상대 배우와의 합이 필요하다. 그런데 바쁘게 찍다 보니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출 연습 시간이 없이 촬영 현장에서 합을 맞춰야 했다. <내 심장의 전성기>에서 두영의 연기를 위해 기타 연습하던 게 <대왕의 꿈>에서 충분한 연습 없이 칼싸움 장면을 찍어야 했던 것만큼 어려웠다."

- 맨 처음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고3 때 극단에서 연극 워크숍이 있었다. 고3 때 처음 연극을 접하고는 대학을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 학교를 졸업하고 연우무대에 잠깐 있다가 극단 신시(지금의 신시컴퍼니)에 들어갔다. 당시 김상렬 선생님에게 연극을 많이 배웠다."

<내 심장의 전성기> 에서 손병호 친구 두영을 연기하는 노승진

▲ <내 심장의 전성기> 에서 손병호 친구 두영을 연기하는 노승진 ⓒ (주)기억속의 매미


- 배우는 자기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직업군이기도 하다.
"사실 제 연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제 연기에 만족은 없을 것 같다. 배우는 다른 사람을 이야기하는 직업이다. 연기에 대한 만족은 있을 수 없다. 얼마만큼 제가 만든 캐릭터에 근접해서 캐릭터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게 그동안의 과제이면서도 앞으로의 과제다.

지난 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동대문에서 커피를 만들고, 커피를 배달했다. 극단 작품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지만, 당시 아르바이트하며 연기에 대해 배운 게 많다. 사회생활 속에서 생생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사람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에서 많은 걸 깨닫고 배웠다."

- <추노><감격시대>처럼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그동안 드라마 작업하며 캐릭터에 근접하게 갔던 작품은 <추노>다. <추노>에서는 반짝이 아버지 역할이었다.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노비 역할이다. 주인이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내는 역할이다. 딸 반짝이는 다른 집에 첩으로 보내야 하는 비통함도 지닌 인물이다. 몸을 쓰는 역할로 드라마 캐스팅이 잘 되는데, 알고 보면 킥복싱을 십 년 했다. 몸을 쓰는 액션 연기할 때 킥복싱을 배운 게 도움이 많이 된다."

- <감격시대>에 출연했는데 출연료는 모두 받았나.
"노조에 가입해서 모두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출연했던 배우 모두가 출연료를 받았다고 보지는 않는다."

- 요즘 대학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연극계 추세를 보면 로맨틱 코미디가 많은 사랑을 받는다. 연극만이 할 수 있는 걸 못하는 것 같다. 젊었을 때에는 연극을 지도하는 선생님이 많았다. 좋은 정극 작품도 많았다. 극단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었지만 지금은 웃고 즐기는 연극이 대세를 이룬다. 연극은 재미가 다가 아니다."

감격시대 내 심장의 전성기 노승진 추노 빠스껫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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