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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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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것은 세월호만이 아니었다. 정부의 재난 대응 역시 침몰했다.

18일 오전 국가 재난 대응 콘트롤 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는 구조대가 세월호 선체에 진입했다고 발표했지만, 해양경찰청이 이를 반박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잘못된 사실을 발표한 대책본부는 6시간이 지나서야 정부 발표 혼선에 대해 사과했다

정부는 유언비어를 유포하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정부가 유언비어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 발표를 믿고 가슴을 졸였던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 발표 혼선에 피눈물을 쏟아야 했다. 국민과 실종자 가족들은 더 이상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잘못된 발표... 6시간 뒤 동안 침묵하다 '30초 사과'

YTN 화면 캡쳐
 YTN 화면 캡쳐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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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1시 20분께 대책본부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석진 안전행정부 대변인은 기자들 앞에 섰다. 김석진 대변인은 "해경에 따르면, 구조대가 오전 10시 5분 선체 진입에 성공했다고 한다, 식당칸까지 통로를 확보했다"면서 "오전 10시 50분 공기주입에 성공했다고 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구조대의 선체 진입은 초유의 관심사였다. 그 전까지는 구조대의 선체 진입은 번번이 실패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 당국과 해경에 구조대가 하루 빨리 선체에 진입해 혹시 있을지 모를 생존자를 발견해달라고 요구했다. 구조대의 선체 진입 발표는 생방송중인 방송사 자막으로 곧바로 반영됐다. 언론사도 관련 내용을 속보로 처리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가슴을 졸였다.

같은 시각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은 희생자 가족들이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공기 주입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있었다. 브리핑 도중 '선체 진입 성공'이라는 대책본부 발표가 나오자, 최상환 차장은 "선박 내부에 진입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이 이뤄진 대책본부와 해경의 발표 내용이 충돌을 빚은 것이다.

혼란이 이어지자, 최창삼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경무과장은 낮 12시 30분께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연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보도에서 식당에 진입했다고 보도가 나오는데 식당 진입이 아니라 공기를 주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관심은 잘못된 사실을 발표한 대책본부로 쏠렸다. 하지만 대책본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기자가 김석진 대변인과 유지훈 홍보담당관에게 수십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직접 대책본부을 찾았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김석진 대변인이 다시 기자들 앞에 선 것은 첫 발표 이후 6시간가량이 지난 뒤인 오후 5시 10분이었다.

그는 앞서 선체 진입 발표와 관련해 "여러분의 취재를 도와주는 측면에서 보충 설명을 드렸던 부분이다,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면서 "다소 용어 선택에 혼선이 있었던 점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해경의 브리핑만이 정부의 공식 입장인 것을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죄송하다, 질문을 받지 않겠다"면서 단상에서 내려왔다. 사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30초에 불과했다.

취재진이 "대책본부가 하는 역할이 뭡니까!", "제대로 해명하고 가야죠"라고 외쳤지만, 김 대변인은 "도와주려는 측면에서 (발표)했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브리핑룸을 빠져나갔다.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는 컸다.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사망자 유가족인 장민(42)씨는 "정부 발표가 워낙 이랬다저랬다 하니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정부 말을 믿지 않는다"면서 "사고 현장에서는 정부 관계자들이 누구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고 분노했다.

대책본부, 16일에도 구조자 인원 두고 혼선

대책본부의 혼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책본부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 구조자 인원을 발표하면서 혼선을 키워 실종자 가족들을 혼란을 빠지게 했다. 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1시 30분 세월호 탑승자 476명 중 368명이 구조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본부는 오후 2시 30분 구조자가 368명이 아닌 180명이 구조됐고, 290여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실종자가 200여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또한 이날 하루에만 탑승자 수가 477명→476명→459명→462명으로 수시로 바뀌었다.

대책본부 차장인 이경옥 안전행정부 제2차관은 오후 3시 30분께 "민간, 군, 해군이 동시다발적으로 구조하다 보니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단순 계산 착오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틀 뒤 선체 진입 발표를 두고 정부는 똑같은 잘못을 반복했다.


태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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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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