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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났다. 17일 오후, 고대 안산병원에서 만난 구조 학생의 학부모 장동원씨는 "여기(병원)에 있는 것도 죄인 같은 기분"이라며 "생존자 구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났다. 17일 오후, 고대 안산병원에서 만난 구조 학생의 학부모 장동원씨는 "여기(병원)에 있는 것도 죄인 같은 기분"이라며 "생존자 구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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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여기(병원)에 있는 부모들은 모두 죄인 같은 기분입니다. 자식이 구조됐다고 좋아할 수도 없고요. 어쨌든 시간이 없어요. 아직 생존자가 있을 수 있다니까 최대한 빨리 구출하는 게 먼저 아니겠습니까."

사망자 10명, 실종자 286명(17일 오후 9시 현재).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의 비극이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전날 구조된 단원고 장은정(18, 가명) 학생의 아버지 장동원(45)씨를 만났다. 17일 오후 안산 고대병원 앞 로비에서 만난 장씨는 현재 내부 상황에 대해 "전혀 정리도, 통제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다들 어쩔 줄 몰라 한다"고 말했다.

장씨를 통해 들은 학생들의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그는 "입원 중인 학생들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사망자 소식을 듣고 실신하기도 했다"며 학생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2인 1실로 병원에 입원 중인 학생들은 심신의 안정을 위해 가까운 지인·가족 외에는 면회가 금지된 상태다. 

장씨는 객실 내 망가진 구명조끼 비치, 허술했던 초기 대응 등 구조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무엇보다도 "(배 안에 남아있을) 생존자 구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당시 병원 앞에서 한 시민이 1인 시위를 통해 '대통령 직권으로 생존자를 구출하는 잠수요원 1인당 포상금 5억 원 지급' 등 빠른 구조작업을 촉구하는 목소리에도 공감을 표했다.

다음은 장씨와 한 인터뷰를 일문 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헬기 오르다 떨어지고, 자판기에 깔리고... 초기 대응만 잘 했더라도"  

- 사고 후 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딸을 통해 전해들은 당시 침몰 직전 상황은?
"매우 긴박했다. 그날 오전 9시 32분에 통화했는데, 배가 기울고 있다면서 '(기내)방송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더라. 내가 '그러지 말고 일단 갑판 위로 올라가라'고 했다. 옆에 있던 친구들은 저를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저와 제 딸을 믿고 갑판 쪽으로 함께 올라갔다. 당시 돌아가신 최혜정 선생님도 계셨는데 '너희들 내가 책임 질테니까 다 올라가라'는 등 굉장히 헌신적이셨다고 한다. 결국 딸아이가 있던 1반이 제일 많이 살아남았다.

같은 병실에 입원 중인 딸 친구가 찍은 당시 영상을 보니 아수라장이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안내를 하는 사람이 없다. 선체가 기울어지면서 복도에 있던 쇼파와 자판기 등이 쓸려와 거기 깔린 학생들도 많고, 한 아이는 구조 헬기에 오르려 사다리를 잡고 타다가 힘이 없어 떨어지기도 했다. 같은 병실에 있는 아이가 직접 봤다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아이 이름이 구조자 명단에 없었단다. 살 수도 있었는데... 안타깝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사망한 학생 3명의 시신이 17일 오전 안산 고대병원으로 후송됐다. 사진은 조문을 위해 장례식장을 들어서는 학생들의 모습.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사망한 학생 3명의 시신이 17일 오전 안산 고대병원으로 후송됐다. 사진은 조문을 위해 장례식장을 들어서는 학생들의 모습.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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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입원 중인 학생들 상태는 어떤지 궁금하다. 심리치료는 잘 되고 있나.
"당연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사망자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울다가 실신하기도 한다. 밥도 겨우 먹는데 먹다가 소식 듣고 까무러치기도 하고. 제 딸도 어제는 가벼운 타박상만 있었는데 오늘은 온 몸이 아프다고 한다.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다며 걷지 못하고, 그렇다고 누으면 '물 위에 떠 있는 느낌'이라고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계속 침대 위에 앉아만 있다.

심리치료는, 오늘 아침에 정신과 전문의가 와서 아이들과 1:1로 개별 면담을 했다. 각각 설문조사도 하고 상태가 어떤지 확인했으니 앞으로 치료하지 않겠나. 학생들 대부분 다 병실에 있고 면회를 되도록 안 하려는 상황이다. 집으로 귀가한 학생도 몇 있는데, 저는 딸아이가 혼자 있는 것보다 친구끼리 얼굴 보는 게 더 안정적일 것 같아 놔두고 있다."

"아이들로서는 사실상 첫 수학여행... 이렇게 돼서 마음이 아프다"

- 학부모들께서는 침몰 사고에 대해 어떻게 파악 중인가. 
"학부모들이 지적하는 건, 전날 안개가 그렇게 꼈는데 왜 무리하게 출항을 했냐는 거다.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면 뉴스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안개가 뿌옇게 낀 걸 알 수 있다.

구조 당시 촬영된 영상들을 봐도 문제가 많더라. 해양경찰대가 구조하는 영상을 봤는데, 뻔히 앞에 아이가 있는데도 구조정이 구조를 멈추고 돌아가는 모습이 찍혀있다. 오히려 구조정에 탄 아이들이 나머지를 구조하려다가 힘이 빠져 놓친다. 뒤에서 해경이 뭐라고 외치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고... 아무튼 문제가 보통이 아니다. 이런 영상들 모아 나중에 대책위에서 쓰려고 한다. 사고 초기에 대응만 잘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다. 어떻게 아이들이 있는데 선장과 승무원들이 먼저 탈출을 하나." 

인터뷰 당시 병원 앞에서는 한 시민이 1인 시위를 통해 '대통령 직권으로 잠수요원 1인당 포상금 5억원 지급' 등 빠른 구조작업을 촉구했다.
 인터뷰 당시 병원 앞에서는 한 시민이 1인 시위를 통해 '대통령 직권으로 잠수요원 1인당 포상금 5억원 지급' 등 빠른 구조작업을 촉구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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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술한 초동 대응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온다. 구조 당시 구명조끼 등은 충분했는지?
"아이가 수학여행 가기 전에 미리 비상구와 구명조끼 확인하라고 당부해뒀다. 그런데 아이 말로는 개수도 부족하고, 구명조끼 지퍼가 안 올라가는 등 아예 망가진 것도 많았다고 한다. 또 객실마다 자동문이 달려 있었는데 굉장히 무겁다고, 닫히면 수동으로 열고 나오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하더라. 제 딸이 키가 1m 67cm에다 평소 정수기 생수통도 번쩍 들어 올리는 애인데, 얘가 무겁다고 할 정도면 정말 무거운 거다.

그리고 사고 난 단원고 2학년에 원일중학교 아이들이 많이 왔는데, 얘들은 사실 수학여행을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 사스(급성 호흡기 증후군, SARS)가 발병해서 수학여행을 취소했었다. 그때 못 간 아이들이 많아서, 이번에 추억을 만들 수 있다고 정말 좋아했는데... 이렇게 돼서 마음이 아프다. 저희 딸이 굉장히 좋아하는 담임선생님도 아직 생사 확인이 안 된다고 해 걱정이다.

- 부모로서 많이 힘드시겠다. 현재로서 어떤 대책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지.
"이번에 제 먼 지인의 딸도 실종자 명단에 들어가 있다. 그 친구와 진도 현장에서 만났는데, 제 딸 손을 잡으면서 '우리 딸 OO랑도 같이 있어주지, 그럼 살았잖아...'라면서 말을 잇지 못하더라. (병원 앞 1인 시위 중인 사람을 가리키며) 한시가 급하다는 저 사람 말이 정말 맞다. 진도 실내 체육관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부모들 생각하면 솔직히 여기 있는 것도 죄인 같다. 아직 생존자가 있을 수 있다고 하니까, 포상금을 따로 줘서라도 구출했으면 좋겠다."


태그:#세월호 침몰, #안산 단원고, #학부모 증언, #침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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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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