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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행정수도 헤이그에서 핵안보 정상회담(3월 24~25일)이 열리는 동안 이슈가 된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바로 전용헬기에서 내리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자전거 탄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네덜란드의 모습을 붙여놓은 사진이다.

오바마의 헬기와 뤼터의 자전거를 비교해놓은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오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오바마의 헬기와 뤼터의 자전거를 비교해놓은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오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 Humor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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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등장하는 '페르스킬 무트 에르 자인(Verschil moet er zijn)'은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라는 뜻의 자조적인 의미와 더불어 다양성을 인정하는 풍자의 의미가 담겨있는 말이다.

이틀이란 짧은 일정으로 네덜란드를 방문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네덜란드에 도착한 날 아침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을 방문했다.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Amsterdam Rijksmuseum)에선 17세기 네덜란드의 황금기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렘브란트(Rembrandt), 베르메이르(Vermeer), 할스(Hals), 스테인(Steen), 호치(Hooch)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이 박물관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대단히 자랑스러워하는 곳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방문은 네덜란드의 역사와 전통에 존중을 표현한 세련된 외교 방법이었다. 더불어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에어포스원(미국 대통령 전용기)을 통해 네덜란드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전용헬기를 이용해 암스테르담 박물관 광장에 도착, 미국 대통령 전용 리무진을 타고 박물관 입구까지 이동했다. 이 모습은 뉴스를 통해 네덜란드 전역에 생중계되었다.

핵안보 정상회담 영상에도 등장하는 자전거 탄 뤼터

오바마의 네덜란드 방문 소식이 전해진 뒤 앞서 언급한 한 장의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사진의 제목은 '오바마의 헬기와 뤼터의 자전거'다. 물론 네덜란드의 수상이 자전거만 이용하는 건 아니다. 어찌됐든 자전거를 탄 뤼터 수상의 모습은 언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또 네덜란드에선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정치인을 보는 게 낯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비교했을 땐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인 건 확실하다.

이 사진이 페이스북에 게재되자마자 "우리는 우리들의 방법으로...", " 우리가 자랑스럽다", "멋지지 않니?", "진짜 네덜란드 사람들은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야!" 등의 긍정적인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렇게 작은 나라일 줄이야", "기차라도 타지…", "이런 비교 기분 나빠…" 등의 댓글도 달렸다.

네덜란드 일간지 <트라우>(Truow)에 등장한 설문 조사. "당신은 뤼터 총리의 영어가 어떠하다 생각하느냐?'
 네덜란드 일간지 <트라우>(Truow)에 등장한 설문 조사. "당신은 뤼터 총리의 영어가 어떠하다 생각하느냐?'
ⓒ 트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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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탄 뤼터 수상의 모습은 3차 핵안보 정상회담의 개막 영상에도 등장한다. 헬기가 아닌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수상도 핵으로부터 전 세계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을 모으는데 충분히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으로 이슈가 된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있다. 바로 뤼터 수상의 영어 발음이었다. 뉴스 시간에 뤼터 수상의 영어 환영사가 방송된 뒤 수상의 영어 발음을 문제 삼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의 영어 발음을 문제 삼아 희화화 한 여러 장의 합성 사진들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심지어 한 유명 일간지는 뤼터 수상의 영어 발음에 대해 국민들의 생각을 묻는 설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암스테르담 대학교 올하 피스허르(Olga Fischer) 영어학과 교수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수상의 영어 발음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문법이나 내용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수상의 영어 발음을 트집 잡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학생에게 수업하는 수상, 상상할 수 있나

'자전거를 탄' 뤼터 수상은 독특한 방식의 삶을 사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웃음이 많은 그를 두고, 한 나라의 수상으로 무게감이 없다며 경박스럽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2010년 선거를 통해 제1당이 된 자유민주당(VVD) 당수로 수상 자리에 올랐다. 이후 뤼터 1기 기독민주당(CDA)과 자유당(PVV)과의 연합정부 구성에 실패해 2012년 새로이 치른 선거에서 또 다시 다수당의 자리를 차지해 수상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뤼터 2기에는 좌파인 노동당(PvdA)과의 연정을 이끌며 협의와 토론을 통해 호흡을 맞춰나가고 있다.

젊은 세대 정치인으로 유명했던 그는 한때 정계를 떠나 유니레버란 직장에 몸 담았던 이력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다시 정치에 발을 들여놓고 자유민주당의 당수로서 두각을 나타내자 자유민주당의 정책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냈다. 이후 마침내 그는 다수당으로 정부를 이끌게 되었다.

수상으로서가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기여 활동을 해나가고 싶다는 뤼터 수상은 2008년 부터 현재까지 중학교 학생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 시간씩 수업을 하는 계획 실천형 수상이기도 하다.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영어 발음을 지적하는 한 트위터 글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영어 발음을 지적하는 한 트위터 글
ⓒ Rik toe 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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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터 수상은 행사가 끝난 후 언론과 한 인터뷰를 통해 핵안보 정상회담 동안 충분히 네덜란드를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또 국가의 대사를 치른 후 평가를 해왔던 것과 같이 이번 행사의 대차대조표도 정확히 제시했다. 행사를 위해 사용된 비용과 그 비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익에 대한 예측도 내놨다.

그 가운데 이번 행사 때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방문과 관련, 암스테르담 시장인 반 데르 란(Van der Laan)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현하여 "행사에 사용된 비용은 약 36만 유로(한화 약 5억 3천만 원)"라고 밝혔다. 더불어 오바마 대통령의 암스테르담 방문으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가 앞으로 얼마나 클 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행사가 치러진 뒤 일주일 후에 결과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3배 이상 많은 미국 관광객들이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을 찾고 있고 도시 관광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발표했다.

근면하고 웃음이 많으며 소탈하면서 독신이기까지 한 뤼터 수상이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가 혹시 검소하고 세련되지 못한 영어 발음 탓은 아닐 런지...


태그:#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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