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인디]는 <오마이스타>와 서교음악자치회(회장 이준상)가 손잡고 홍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담는 연재 기사입니다. 지난 2008년 시작된 서교음악자치회는 120여 밴드와 아티스트가 소속된 50여 개의 레이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EBS <스페이스 공감>의 편성 축소 논란이 불거지자, 서교음악자치회는 지난 1월 관련 단체들과 연계해 홍대 일대 공연장에서 <'공감'하고 싶어요>라는 릴레이 콘서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오마이인디]를 통해 우직하게 자신들의 음악을 추구하고 있는 인디 뮤지션들을 만나보시죠. [편집자말]

 밴드 마그나폴

밴드 마그나폴 ⓒ 칠리뮤직코리아


유명 팝 스타의 스페이스 록은 최근에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엘튼 존이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스페이스 오디티)'를 듣고 영감을 받아 'Rocket Man(로켓 맨)'을 만드는가 하면, 화성에서 최초로 신곡을 공개한 윌.아이.엠, 2015년 우주정거장 콘서트를 계획 중인 사라 브라이트만까지. 지구 밖 행성에 대한 갈망과 관심은 음악계에서도 지속될 것이다.

2012년 첫 번째 EP < Japan(재팬) >으로 데뷔, 2013년 싱글 < No Mirror(노 미러) > 발표에 이어 2014년 3월 두 번째 EP < Space Kitchen(스페이스 키친) >을 발표한 다국적 밴드 마그나폴은 록의 헤비함에 대중적인 경쾌함을 더해 우주적인 공간감을 창조해 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새 앨범 발매와 더불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2013년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슈퍼루키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탔다.
"멤버 교체 3주 만에 대회가 있었다. 3주는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멤버들 간의 호흡이 잘 맞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데이빗)

- KBS 2TV <톱밴드> 시즌2 출연, 조용필의 'Hello' 뮤직비디오 출연 등이 흥미롭다.
"공연 중 우연히 클럽 FF의 사장인 에디 황의 눈에 띄어 신기하게도 연이 닿게 되었다. 뮤직비디오 상에는 연주 장면이 정말 잠깐 실렸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연수)

"멤버들이 외국인이냐, 한국인이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밴드 마그나폴

밴드 마그나폴 ⓒ 칠리뮤직코리아


- 몇 번의 멤버 교체가 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인천에서 단순 커버송을 연주하는 밴드로 시작했다. 한 6개월 정도는 'Bastards of Bupyeong(바스타즈 오브 부평)'이라는 이름으로 취미 생활을 했지만, 멤버들 간의 음악적인 시너지를 발견한 후로부터는 마그나폴로 이름을 바꾸었다. 마그나폴(Magna Fall)은 그리스어로 '큰 추락'이라는 뜻이다. 다양한 음악 세계와 테마를 담아내는 공간감이 느껴지도록 지은 이름이다." (케빈)
"2012년 여름, 베이스 연주자 닐이 탈퇴하던 무렵, 비슷한 시기에 (도)중모(기타)를 영입했다. 클럽에서 우연히 중모의 연주를 보게 되었고, 함께 연주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베이시스트는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이)연수(베이스)의 실력이 가장 훌륭하다고 판단했다." (데이빗)

- 록의 본고장을 두고 미국이냐, 영국이냐 하는 논의가 많다. 다국적 밴드이다 보니 미국인인 케빈이나 아이리쉬인 데이빗의 영향이 클 것 같다. 
"멤버들이 외국인이냐, 한국인이냐는 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어떤 음악을 듣고 자랐는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멤버 일동)
"어릴 때 아버지께서 뽕짝을 많이 들으셨다. 태진아씨 음악도 진짜 많이 들으셨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트로트나 뽕짝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기억에서 블루스적인 감성이 묻어나오는 것 같다. 잼 밴드 장르나, 블랙 사바스, 스톤 템플 파일럿츠 같은 하드록 스타일도 정말 즐겨 들었다." (도중모)
"같은 생각이다. 레드 제플린이나 러쉬, 사운드 가든, 라디오 헤드나 크림, 클래식록 쪽을 많이 들었다. 멤버들의 가장 큰 교집합은 아무래도 레드 제플린이다. 듣고 자란 음악, 즐겨 듣는 음악이 비슷하면 방향을 찾아가기 수월한 것이 사실이다." (케빈)
"정말 그렇다. 나 역시 레드 제플린, 사운드 가든, 러쉬, 펄 잼, 메가데스, 퀸즈 오브 스톤 에이지 등의 음악을 통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 (데이빗)
"화이트 스네이크, 벡도 빼놓을 수 없다. 멤버 모두 음악적 취향이 비슷하다. 나는 최근에 조금 말랑말랑한 음악도 많이 들었다. 시오엔이나 라쎄 린드 같은. 다양하게 듣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연수)

- 마그나폴이 추구하는 음악적 스타일이 궁금하다. 
"밴드는 아무래도 보컬의 영향이 정말 크다. 멤버들이 추구하는 음악적 스타일이나 영향을 받은 뮤지션, 평소 듣는 음악 스타일이 비슷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슷한 음악을 하게 되는데 우리의 음악을 정의하자면 'Old & New'라고 볼 수 있다. 레드 제플린이나 핑크 플로이드의 초창기 사이키델릭 스타일을 재해석하고자 노력하면서도 우리만의 독자적인 색깔을 만들고자 한다." (데이빗)
"누가 들어도 '마그나폴 음악이구나'하고 알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다. 우리만의 색깔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연수)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기타 피크를 줍지 않은 이유"

 밴드 마그나폴

밴드 마그나폴 ⓒ 칠리뮤직코리아


- 한국말이 꽤 자연스럽다. 왜 '한국'을 택했나?
"한국에 온 지 4년 반 정도 되었다. 김치 때문에 한국에 왔다. 아니다. Yuna Kim(김연아) 때문?(웃음) 나는 아이오와 주 출신인데, 아이오와 주는 돼지가 유명하다. 제주도에도 흑돼지가 유명하다는 걸 한국에 와서 처음 알았다. 대다수 미국인에게 한국은 상당히 흥미로운 국가이다. 북한이 연계되어 있는 점도 그렇고, 태국∙일본∙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비밀이 많은 나라처럼 느껴진다." (케빈)

- 비밀이 많은 국가?
"'interesting', 흥미롭고 신비롭다는 뜻을 설명하고 싶었다." (케빈)
"한국에 온 지 6년 정도 됐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한동안 페인팅 스튜디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 그런데 평범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음을 느꼈고, 뭔가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다." (데이빗)

- 음악적으로 아일랜드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 U2를 배출한 국가이기도 하고.
"아일랜드의 총 인구는 450만 명, 한국의 3분의 1 정도이다. 나는 아일랜드에서도 남쪽 지역 출신인데, 아일랜드를 떠날 때만 해도 한국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매력적인 국가였고, 자연스럽게 한국 행을 택할 수 있었다." (케빈)

 밴드 마그나폴

밴드 마그나폴 ⓒ 칠리뮤직코리아


- 도중모와 이연수의 영어실력도 만만치 않다. 영어를 따로 배운 적이 있나.
"에릭 클랩튼의 자서전을 자주 읽었다. 마그나폴 외에도 MET 밴드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중모가 내가 적어 놓은 가사를 보고 문법이 엉망이라고 했다.(웃음) 중모가 문법을 많이 잡아 주었고, 많이 알려준 것 같다." (이연수)
"그때 문법은 정말 엉망이었다.(웃음) 외국인들이 'How are you?'라고 물었을 때 'Fine, thank you'라고 천편일률적으로 대답하는 게 정말 싫었다.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평범할 수도 있고, 아주 좋을 수도 있는데 왜 'Fine'이라고만 대답해야 하나. 그래서 좋아하는 외국 뮤지션들의 유튜브 영상을 즐겨 보았다. 그들의 음악도 듣고, 말하는 억양, 톤, 표현 등을 눈여겨 보았다. 밴드 활동을 하다 보면 이태원 클럽에서 공연할 때도 많은데, 나는 본토인들과도 잘 어울렸다. 영어를 배우려면? 이태원 클럽으로 가면 된다.(웃음) 영어는 단 기간에 빠르게 습득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도중모)

- 발음도 굉장히 좋은데, 외국에서 몇 년 살다 온 것은 아닌가?
"27년 동안 독산동에서 살았다. 내 영어는 독산동 영어다." (도중모)(일동 웃음)

- 앞으로 함께 공연을 해보고 싶은 한국 밴드가 있다면?
"국카스텐." (데이빗)
"아시안 체어샷." (케빈)
"My Chemical Romance(마이 케미컬 로맨스) 내한 공연 때였다. 공연 도중 기타 피크가 객석으로 날아와 떨어졌다. 피크를 주우려는데, 크래시(Crash)의 안흥찬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저 밴드보다 더 성장하게 될 테니 피크를 줍지 말라'고. 아마 그분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농담처럼 지나가는 그 한마디가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안흥찬 교수님과 꼭 한번 공연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정말 기뻤다." (도중모)

- 대한민국에서 인디밴드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미국에 있을 때에도 밴드 활동을 했다. 약 8~10년 정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다시 밴드를 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한국 사람들은 음악을 즐기려는 마음은 크지만, 클럽 공연을 하다 보면 돈을 내고 공연을 보는 것에 인색한 것 같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티켓에 가격을 매기는 대신 음료를 자유롭게 마시거나, 티켓 가격을 낮추면 되지 않나. 미국에서는 공짜 공연의 경우, 음료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공연을 '즐긴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데, 한국 클럽 문화에 아직 적응이 안되는 것은 사실이다."(케빈)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대중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음악을 듣고 좋아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도중모)

네 사람은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마그나폴은 최근 두 번째 EP < Space Kitchen > 발매 이후 각종 클럽 공연(4일 롤링홀 단독공연 포함), 페스티벌 준비(그린플러그드)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대한민국 무대를 발판으로 글로벌 무대를 향해 뛰고 있는 다국적 밴드 마그나폴, 그들이 창조해 가는 우주를 주목해보자. 

"Come in to the Space Kitchen, Let's Cook!"(우주 부엌에 오세요, 요리합시다!)"(마그나폴)

마그나폴 오마이인디 스페이스 키친 그린플러그드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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