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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 싫은 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잠이 든다// 공부하긴 싫은 날/ 공책에 낙서하다/ 잠이 든다// 공부하기 싫은 날/ 엄마, 아빠 몰래 답지 베끼다/ 잠이 든다// 눈 감았다/ 눈 떠보니/ 공부 없는 나라다// 모래 위 낡은 그네에/ 진딧물처럼 매달린 개구쟁이 아이들/ 나도 개구쟁이 진딧물이었다// 친구들과 뛰노는데/ 목소리가 안 나온다/ 숨이 점점 막혀온다// "꺄아악!"// 꿈이었다/ 난 얼른 책을 폈다 ('공부하기 싫은 날')

신간 <공부하기 싫은 날> 표지 사진.
 신간 <공부하기 싫은 날> 표지 사진.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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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작은 학교, 신엄중학교 전교생 161명이 시인이 됐다. 각 학생 한 편씩 시를 담은 것을 책으로 엮었으며 시집은 내 이야기, 친구 이야기, 우리 동네 이야기, 학교 이야기, 못다 한 이야기 등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아동문학가이자 우리말 연구가였던 고 이오덕 선생은 일찍이 살아생전 기성세대들의 '~체'하는 글짓기 습관을 나무라며 어린이들이 솔직하고도 담백한 글짓기들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비록 학생들이 수업 시간 혹은 수행평가를 통해서 '머리에 쥐가 나도록' 쓴 시 이긴 하지만 이 시집에는 '공부하기 싫은 날'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들의 사춘기 시절 생각과 감성 그리고 재치가 가득 표현 돼 있다.    

학생들이 시집을 내기까지는 뒤에서 묵묵히 산파 역할을 한 이 학교 국어교사 김수열-이경미 씨의 노력이 있었다.

두 교사는 "아이들에게 시를 돌려주고 싶었다. 시를 가까이하면서 시의 마음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며 "시험 문제로서의 시가 아니라 내가 쓴 시를 친구들 앞에 보임으로써 마음의 창을 열어주고 싶었다"고 학생들이 시를 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여기에는 좋은 시, 좋지 않은 시의 구분이 없다. 다만 내가 쓴 시, 친구들이 쓴 시가 있을 뿐"이라면서 "그러다 보니 키가 큰 시가 있는 반면 키가 작은 시가 있고, 잘 생긴 시가 있는 반면 못 생긴 시가 있으며 뚱뚱한 시가 있는 반면 홀쭉한 시가 있을 뿐이다. 161명 신엄중학교 아이들의 꾸밈없는 얼굴들"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주간지 <서귀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부하기 싫은 날 - 신엄중학교 학생들의 시 161

김수열.이경미 엮음, 작은숲(2014)


태그:#신간소개, #신엄중학교, #공부하기 싫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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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분야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등 전방위적으로 관심이 있습니다만 문화와 종교면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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