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과 박철민을 내세운 영화 <수상한 그녀>와 <또 하나의 약속> 포스터.

심은경과 박철민을 내세운 영화 <수상한 그녀>와 <또 하나의 약속> 포스터. ⓒ CJ E&M, (주)또하나의약속제작위원회


2014년 2월 극장가의 화두는 단연 <겨울왕국>이다. 이 애니메이션과 영화 주제곡 'Let it go(렛 잇 고)' 열풍에 맞서 2월 극장과의 화두를 이끄는 두 배우가 있다. 나이도, 성별도, 연기색도 전혀 다른 이 두 배우의 공통점은 바로 첫 주연작에서 만족스러운 연기로 관객들과의 소통에 성공했다는 점이리라.

바로 개봉 18일만인 8일 500만을 돌파한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과 상대적으로 적은 상영관으로도 개봉 당일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른 <또 하나의 약속>의 박철민이 그 주인공이다. 아역부터 주목받아온 충무로의 신성 심은경과 흥행영화와 여러 드라마에서 감초배우로 활약해 온 박철민.

한 영화에서 부녀로 출연해도 무방할 이 두 배우가 <겨울왕국> 돌풍에 맞서 첫 주연작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봉시키며 2월 극장가의 한국영화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첫 주연작에서 요즘말로 '포텐'을 제대로 터트린 두 배우의 매력 포인트를 짚어 봤다.

"심은경의 성장은 한국영화의 성장이다"

 <수상한 그녀>의 나문희와 심은경

<수상한 그녀>의 나문희와 심은경 ⓒ CJ E&M


"심은경은 아주 깨끗한 물 같은 배우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공연한 배우 이병헌)
"심은경의 성장은 한국영화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 (<써니>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
"예술가 같다.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배우다." (<불신지옥> <건축학개론> 이용주 감독)

심은경이 하면 다르다. 임금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광해>의 사월이가 그랬고, 어수룩한 여고생이 언제 그랬냐는 듯 빙의된 것처럼 듯 욕설을 퍼붓던 <써니>의 나미가 그랬으며, 신이 들려 더 무시무시했던 <불신지옥>의 소녀 소진이 그랬다. 이 모든 연기를 10대에 해냈으니 함께 연기한 배우나 그를 발탁한 감독들의 극찬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심은경을 극장에서 만난 관객들이 벌써 2천만 명을 넘겼다는 점은 놀라움을 던져 줄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천만영화 <광해>를 차치하더라도, 공동주연이 즐비했던 <써니>는 전초전이었다 해도, 오롯이 원톱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수상한 그녀>의 오두리는 스무살 심은경 외에는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 '온리원'의 영화다.

그래서일까. 심은경을 '아역배우'라 칭한 것이 언제인지 떠올릴 관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미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데뷔한 서태지의 팬임을 인증하며 그와 함께 광고를 찍을 때부터 성숙한 면모를 보였던 심은경. 충무로 젊은 감독들이 그토록 그녀를 소환했던 이유도 바로 그 연기자로서의 성숙함이 바탕이 됐을 터다.

부디, <수상한 그녀>를 통해 어디가 끝인지 상상할 수 없는 연기력을 선보인 이 어린, 아니 젊은 배우가 일찍 소모되지 않기를. 그래서 다른 '여배우'와 달리 오래오래 '다른' 연기와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 주기를. <써니> 강형철 감독의 말마따나 심은경의 미래가 한국영화의 미래가 될지 모를 일이니까.

'만년조연' 박철민, <또 하나의 약속>의 일등공신

 <또 하나의 약속>의 한상구를 연기한 배우 박철민.

<또 하나의 약속>의 한상구를 연기한 배우 박철민. ⓒ (주)또하나의약속제작위원회


<또 하나의 약속>전에 <변호인>이 있었다. 그저 강직한 성품으로 가족들을 먹여 살리던 아버지가 세상과 부딪치며 변모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말이다. 하나는 1980년대의 아버지고, 또 하나는 오늘, 지금을 사는 우리의 아버지다. <또 하나의 약속>이 '제2의 <변호인>'이라 불리는 이유다.

<변호인>에 '이천만 배우' 송강호가 있었다면, <또 하나의 약속>엔 '만년 조연' 박철민이 있다. 충무로 '신스틸러' 제1호였으며 코믹한 캐릭터로 일가를 이룬 박철민이 <또 하나의 약속>의 택시기사 아버지 한상구를 연기한 것은 무척이나 반갑다. 김규리, 이경영, 윤유선과 같은 연기 잘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한상구 캐릭터는 분량을 공유하지만 심정적인 원톱과도 같다.

<또 하나의 약속>이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목숨을 잃을 딸과의 약속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야기인 만큼 친근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의 박철민이 전해주는 이입도와 몰입도는 상상 이상이다. <화려한 휴가>를 비롯해 코믹한 이미지와 애드리브로 유명한 그가 정색하지 않고 펼쳐내는 감정 연기는 <또 하나의 약속>이 관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비록 상영관 축소 논란이 먼저 불거졌지만, <또 하나의 약속>은 박철민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극화한 '송우석 변호사'를 연기하면 '<변호인>의 송강호'로 불리게 된 송강호처럼, 박철민 역시 앞으로 '<또 하나의 약속>의 박철민'으로 각인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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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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