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수상한 그녀를 보기 위해 홀로 극장을 찾았다. 너무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마침 시간이 되어 혼자라도 보기로 한 것이다.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이진욱'도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 영화인가.

영화의 첫 부분은 공감으로 시작됐다. 여자를 공에 빗대었는데, 10대는 엄청나게 많은 남자들이 잡기 위해 몸부림치는 잡기 힘든 농구공, 20대도 역시 많은 남자들이 달려드는 럭비공, 30대는 많지는 않지만 집중력만큼은 최고인 탁구공, 40대는 자꾸만 멀리 쳐내는 골프공. 공으로 여러 세대의 여자를 표현할 수 있다니 기발하면서도 어찌 보면 약간은 서글프다.

노인은 정확히 표현하면 어떤 사람일까?

주인공 나문희의 아들로 나오는 성동일은 대학교수다. 노인문제전문가란다. 그가 물었다. 노인을 표현해 보라고 했더니 '냄새나는 사람', '보일러 같은 사람'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지만, 그 대답들의 공통점은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늙는다는 것은 서글프다. 그래서 극 중 나문희도 서글프다.

젊다는 건, 자체로 즐거운 것 이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것

늙어서 서글펐던 나문희는 사진 한 방에 50년이나 젊어졌다. 젊어지니 즐겁고 좋은 것들 투성이다. 잘생긴 청년이 소위 작업을 걸고, 인생 70년 내공이 노래에 담겨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얼마 전 '꽃보다 누나'를 보는데 여배우들에게 물었다. 다시 20살로 돌아간다면 어떨 것 같냐고, 대답은 의외였다. 난 당연히 그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대답 할 줄 알았는데, 윤여정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기 자신이 젊은 시절 너무 힘들게 살아서 그런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김희애도 마찬가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유는 만약 영화한편을 다 찍었는데 다시 처음부터 찍으라고 하면 얼마나 허무하겠냐고,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수상한 그녀에서 나문희가 50년이나 젊어지고 나서 즐거울 수 있는 건, 그게 금방 끝나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짧은 젊음이 선물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였을까?

이 세상 모든 엄마, 할머니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

수상한 그녀는 웃기다. 하지만 슬프다. 영화를 보는데 이곳 저곳에서 우는 관객들이 많았다. 근데 그 대부분이 중년의 여성들이였다. 분명 많은 부분이 공감이 되었을 것이다. 영화는 픽션이지만 어느 정도는 실제와 닮아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많은 분들이 잠깐 울고 다 훌훌 떨쳐버리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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