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에서 롯데를 연기하는 전미도

▲ <베르테르> 에서 롯데를 연기하는 전미도 ⓒ CJ E&M


살갗이 에이는 혹독한 추위가 찾아오면 어김없이 엄마에게 전화를 받는 배우가 있다. 전미도 배우는 따뜻한 남쪽이 고향이다. 따뜻한 남쪽에서 자라다가 겨울이 매서운 서울에서 연기 생활을 하다 보니 날씨가 영화로 떨어지면 딸이 추위로 고생할까봐 전화로 안부를 묻는 엄마가 있다는 게 행복하다는 배우가 전미도다. 그간 사랑스러운 역할을 많이 맡아온 그가 올해는 멜로를 벗어난 연기 변신을 꾀하겠다고 하니 연기 변신이 살짝 기대되기도 했다. <베르테르>에서 롯데를 연기하는 전미도를 지난 달 27일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다. 

- 결혼하기 전보다 지금이 롯데에 대한 이해도나 감정이입이 수월할 듯하다.
"2막에서 롯데가 결혼하고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연출님이 '내가 바라던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하기는 하지만 이게 정말로 행복한 게 맞나 하는 의문과 공허함이 롯데의 내면에 있다. 그러던 찰나에 결혼 전에 만나서 순수한 감성을 나누던 베르테르와 다시 만나면서 롯데가 흔들린다'는 설명을 해주셨다.

제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이런 설명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을 거 같다. 결혼을 해 보니 롯데가 행복하다 불행하다를 떠나서 어떤 공허함인가가 십분 이해된다. 결혼했다는 사실이 롯데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 롯데에 대한 이해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을 때와도 차이가 있을 법하다.
"원작 소설과 뮤지컬도 다르다. 소설은 베르테르의 시점으로 쓰여졌다. 현명하고 지혜로우면서도 매력 넘치는 여자가 롯데다. 소설에서 그려진 롯데는 완벽한 여자 그 자체다."

- 2막에서 롯데는 알베르트와 결혼했음에도 베르테르와 입맞춤을 할 정도로 과감한 행보를 보인다.
"본능에 이끌린다는 건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다. 1막에서 만날 때 롯데와 베르테르 두 사람이 자석산의 전설이나 문학의 공감대를 통해서 감정을 나누는 장면이 있다. 두 사람의 교감이 그럴 수 있구나 하고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롯데의 남편이 되는 알베르트는 교감의 부분에 있어서는 베르테르만큼 채워주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결혼 생활에서 채워주지 못한 공허함이 베르테르를 통해 충족될 때 롯데는 본능적으로 베르테르에게 이끌린다. 하지만 '내가 결혼한 여자기에 이래서는 안 된다'는 이성적인 판단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가 롯데다. 롯데 스스로가 결혼한 여자이기에 이래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지만 본능적인 이끌림이 강하기에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죄책감을 느낀다."

<베르테르> 에서 롯데를 연기하는 전미도

▲ <베르테르> 에서 롯데를 연기하는 전미도 ⓒ CJ E&M


- 전미도씨 팬들의 반응은.
"제 팬클럽 카페에 있는 팬들은 <베르테르>를 본 팬이 많이 없었다. 제가 연기해서 이번에 새롭게 <베르테르>를 접한 팬이 많다. '전미도씨 덕분에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어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 연기를 위해 젊은 날에 서울로 혈혈단신 상경했다. 연기와 노래를 어떻게 익혔나.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 하나의 노래를 배울 때면 노래를 놓치지 않고 악착같이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누군가에게 노래를 배운다는 건 살짝 무서운 일이었다. 저만의 고유한 노래 스타일을 키우는 것보다 노래를 가르쳐주는 분의 스타일로 고스란히 따라가게 될까봐 살짝 무서웠다.

그러다보니 누군가에게 노래를 배운다기보다는 작품을 통해 만나는 음악감독님들을 통해 많이 배웠다. 제 역할에 맞게 많이들 가르쳐 주셨다. 드라마 위주로 노래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간혹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잇다. 제 이런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음악감독님들은 언급해주셨다. 드라마틱하게 노래를 부르는 건 기본적으로 가능하니 자연스럽게 노래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셨다."

- <닥터 지바고>를 제외하면 거의 창작뮤지컬에 출연한다.
"연출님과 배우들이 새롭게 의논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가장 좋은 동선을 만들어나가는 즐거움이 창작뮤지컬 안에 담겨 있다. 제가 성취했다는 자부심도 크다. 창작뮤지컬에 대한 재미가 붙어서 하다 보니 뮤지컬 제작사도 '전미도씨는 창작물을 선호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그렇다고 없는 것에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항상 즐거움만 있는 건 아니다.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다. 전체적인 구성이 잡히지 않으면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큰 그림을 잡기 힘들다. 구성이 잡히지 않을 때 제일 어렵다. 창작물은 시도하다가 장면이 통째로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없던 장면이 들어갈 때도 있다."

- 작년 봄 인터뷰 당시 '감성적인 자극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답변이 기억난다. 최근 감성적인 자극을 받은 일이 있다면.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했다. 공연하러 나갈 때와 커튼콜 하러 나가기 전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의 시간을 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 결혼하며 생긴 소득이 있다면.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시부모님과 남편의 지인들이 생기면서 결혼 전에는 알지 못하던 인간관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졌다는 건 제 연기에 간접적으로 도움될 수 있는 부분이다. 남자만 여자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여자도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지켜야 할 부분도 생겼다."

- 2세는 언제 가질 생각인가.
"언제쯤이면 2세를 가질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최근 남편과 언제 2세를 갖는다는 게 작위적이지 않은가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부부에게 아이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2세를 갖겠다는 계획보다는 2세가 자연스럽게 생길 때 축복으로 감사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베르테르> 에서 롯데를 연기하는 전미도

▲ <베르테르> 에서 롯데를 연기하는 전미도 ⓒ CJ E&M



전미도 베르테르 어바웃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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