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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이 뭐에요?"

학기 초 뮤지컬 학교(동아리)를 운영한다고 했을 때, 한 학생이 직접 찾아와 했던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학교 자체가 읍 소재지(성환읍, 성환초등학교)에 있어서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생소할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었다. 그 순간에 내 표정이 그 학생 앞에서 어떠했을지는 지금 떠올려 봐도 뻔하다. 아직도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그럼 그때의 나는 과연 뮤지컬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있었는가?

"뮤지컬이 뭐에요?"라고 물어본 아이와 별반 다를 게 없었던 나

뮤지컬 지도교사 역량강화 연수
 뮤지컬 지도교사 역량강화 연수
ⓒ 빈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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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연극'과 '뮤지컬'이 기본적으로 같은 줄기에서 나왔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다른 장르일 줄은 예상하지 못하였다. 강사 섭외부터 '연기를 지도하는 강사만 있으면 되겠지'란 나의 계획은 그저 누가 봐도 헛웃음만 나오게 할 수밖에 없는 처사였다. 연기뿐 아니라 가창, 무용 그리고 총연출 강사까지 섭외가 끝났을 때 '아! 아이들이 배우게 될 것들이 바로 이런 거구나!'라는 것을 그때야 조금이나마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나 역시 "뮤지컬이 뭐에요?"라고 물어본 아이와 별반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어른들과 다르게 스폰지처럼 흡수력이 강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즐겁고 흥미롭게 능동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흡수하는 시간의 정도가 매우 빨라서 뮤지컬 연습을 할 때마다 실력 또한 쑥쑥 늘었다.

뮤지컬 현장체험학습
 뮤지컬 현장체험학습
ⓒ 빈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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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것이 갈등 없이 지나가면 좋으련만, 실상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로 인해서 골머리를 앓은 적이 많았다. 작품 선정부터 고민은 찾아왔다.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뮤지컬 작품을 할지, 아니면 조금 유치하더라도 아이들 수준에 맞는 작품을 할지에 대해서 여러 번 논의를 거치게 되었는데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흥미와 상황에 맞게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총연출 담당선생님이 가지고 있던 대본을 가지고 가창선생님의 창작곡을 덧씌어서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였는데 그것이 <무지개 물고기>였다. 이 작품이 어떻게 공연으로 이루어질 지 처음엔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 이유는 몇몇 6학년 친구들은 저학년 때 읽었던 책이었기 때문에 유치하다고 말한 친구가 있었고, 대사 자체가 아이들이 사용하는 말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입에 탁탁 붙지가 않았다.

뮤지컬 교육이라는 작업이 내게는 또 하나의 도전

뮤지컬 여름방학 캠프
 뮤지컬 여름방학 캠프
ⓒ 빈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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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공연 당일 아이들은 깜짝 놀랄 만한 <무지개 물고기>를 보여주었다. 작품 선택에 불만을 토로했던 아이들조차 언제 그랬는지 모르게 작품 속 캐릭터가 되어서 최고의 연기는 아니지만 최선의 연기를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무대에서 더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척척 해내고 있었다.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일들은 스스로 해결되었을 때 더 보람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나는  한 해 동안 뮤지컬 업무로 인해서 잃은 것이 많았다고 생각했다. 교사라는 직업은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원하지 않는 업무가 뒤따를 수 있다. 처음 뮤지컬이라는 업무가 개인적으로 내게는 그런 업무였는지도 모른다.

생각만큼 뮤지컬 업무로 인해서 다른 쪽에 소홀히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소통, 더불어 새롭고 창의적인 뮤지컬교육이라는 작업이 내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과의 함께한 시간만큼 교사생활의 과정에서 내게 축적된 배부름의 양은 다른 그 무엇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뮤지컬 창단공연 <무지개 물고기>
 뮤지컬 창단공연 <무지개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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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성환초,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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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전주국제영화제 관객평론가 2008 시네마디지털서울 관객심사단 2009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관객심사단 2010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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