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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 정문에서 윤종훈씨가 한달이 넘게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경남대 정문에서 윤종훈씨가 한달이 넘게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윤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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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정문에서 휠체어를 탄 이가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주인공은 이 학교 사회복지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윤종훈씨다. 윤씨는 학교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11월 6일부터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한 달 넘게 진행되고 있는 이 시위는 10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있었던 사회복지학과 30주년 행사가 발단이 됐다.

윤씨는 "학교로부터 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수업을 대체한다는 연락이 왔지만 (자신은) 이 행사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행사가 엘리베이터가 없는 인문관 건물 3층에서 열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밖에 없는 윤씨는 행사에 참석하고 싶어도 참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윤씨는 "장애인인 내가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로부터 완전히 배제된 것"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장애인 인권 문제는 경남대에서 수 년 전부터 불거져 온 일이다. 2007년 경남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한 송정문(현 장애인차별네트워크 대표)씨는 교육권 차별로 경남대 측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송정문씨는 일부 패소 판결을 받았지만 당시 학교 측은 벌금을 물 수밖에 없었다. 이때 인문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합의됐으나 아직까지도 인문관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고 있다.

윤종훈씨는 지난해 10월 학교 측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윤씨는 학교로부터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라는 두루뭉술한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그나마 세 차례 공문을 발송했을 때에야 받을 수 있었던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학교의 반응에 "무언가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한 해가 지나고 겨울방학을 며칠 앞둔 지금,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휠체어 출입 가능한 강의실은 '한 곳' '한 자리'뿐

장애인 화장실로 가기 위해서는 사진으로 보이는 좁은 복도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야 한다. 휠체어로 들어가기 힘든 구조다.
 장애인 화장실로 가기 위해서는 사진으로 보이는 좁은 복도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야 한다. 휠체어로 들어가기 힘든 구조다.
ⓒ 윤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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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윤씨는 1인시위를 벌이고 나서야 학교 측과 면담을 할 수 있었다. 지난 11월 29일 윤씨는 지역 시민단체인 장애인차별네트워크 관계자와 함께 학생처장 등 학교 관계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윤씨가 들을 수 있었던 학교 측의 답은 윤씨의 요구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동석한 경남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조남식 팀장에 따르면, 그 자리에서 학교 측은 "인문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면 일부 강의실의 공간을 줄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비장애인 학생들이) 강의를 들을 곳이 부족해진다"며 "일단 기다려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2년 뒤쯤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종합 강의동을 완공할 예정이니, 그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윤씨는 "내가 현재 4학년에 재학 중이기 때문에 졸업을 앞두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학교 측의 말은 결국 장애인 한 명 때문에 비장애인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는 없으니 양보하라는 말"이라고 말했다. 또 "학교가 종합강의동이 완공될 구체적인 시기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동안 거짓말을 해온 학교를 믿을 수만은 없다"며 "내가 졸업하면 엘리베이터 설치 계획을 없던 것으로 되돌려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바로 앞에서 마주 보이는 구조다.
▲ 경남대학교 중앙도서관 1층에 위치한 장애인 전용 화장실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바로 앞에서 마주 보이는 구조다.
ⓒ 윤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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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는 "나와 같은 장애인인 지인들로부터 (장애인 편의시설이 취약한) 경남대를 어떻게 다니냐는 물음을 종종 받는다"며 경남대의 학내 장애인 편의시설이 취약함을 강조했다. "경남대에 재학한다는 것에 자괴감이 들기까지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씨는 "그나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인문관 1층이지만,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인문관 103 강의실 '한 곳'이고 해당 강의실에서도 특정 '한 자리'"라고 말했다. 모든 책상이 의자와 붙어 있는 구조여서 휠체어가 책상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윤씨는 "심한 경사로 때문에 학생식당 이용도 불가능하다"며 "심지어 장애인학생지원센터가 위치한 한마관 건물로 가는 것도 심한 경사로 때문에 접근이 어렵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은 인문관뿐이 아니고 동아리방들이 위치한 한마관 건물도 마찬가지라, 윤씨는 다른 학생들처럼 동아리 활동을 할 수조차 없다.

윤씨는 장애인 화장실에 대해서는 특히 울분을 표하기도 했다. 윤씨는 "중앙도서관 1층에 위치한 장애인 화장실의 내부는 아주 잘 되어 있지만, 복도가 좁아 화장실에 들어가기 어렵다"며 "이럴 거면 뭐하러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남자 장애인 화장실과 여자 장애인 화장실이 서로 마주 보게 돼 있는 구조인데, 그것도 코 앞에서 마주 보게 돼 있는 구조"라며 "동시에 문을 열 경우 서로 내부를 훤하게 볼 수 있어 민망하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대학 장애인 편의시설 이행률, 50%도 안 돼

경상남도 시·군별 대학교 편의제공, 편의시설 이행률
 경상남도 시·군별 대학교 편의제공, 편의시설 이행률
ⓒ 경남장애인차별상담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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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시민단체인 경남장애인차별상담네트워크는 2012년 4~5월과 12월, 경남 지역 대학을 대상으로 장애인 편의제공과 편의시설 모니터링 조사를 실시했다.

'정당한 편의제공'은 '장애인이 해당 직무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점자자료나 음성안내 등을 제공하는 것'을 뜻하고, '편의시설'은 '장애인주차창,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하여 장애인이 시설물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만든 시설물'을 뜻한다.

조사는 경상남도 내 대학교 총 27곳 중 23곳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조사를 거부한 경남대, 창신대, 거제대와 학교 내부공사로 조사가 불가능했던 진주보건대 총 4곳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평균이행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6.2%에 불과해, 장애인 인권침해 문제가 전방위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남장애인차별상담네트워크의 유민정씨는 "경남대의 장애인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하다"면서도 "대학 내 장애인 인권침해 문제가 비단 경남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윤태우 기자는 오마이뉴스 1기 대학통신원입니다.



태그:#경남대, #장애인인권, #인권침해, #학내 장애인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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