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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의 여러 질문에 시종일관 성심 것 답변해준 박시백 화백
 참가자들의 여러 질문에 시종일관 성심 것 답변해준 박시백 화백
ⓒ 박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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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와 율곡이 화폐에 새겨져 있는데, 뛰어난 학자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들의 학문적 성과가 '나라에 어떤 기여를 했나?' 생각해보면 별로 보이지 않아요. 그에 비해 이성계는 저평가가 되어있다고 봅니다. 우리 역사에서 제대로 혁명을 성공시킨 유일한 인물인데요. 이성계와 정도전 모두 화폐에 들어가기에 충분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조명 받아야 하는 인물로는 최명길이 있죠. 병자호란 때의 주화파 정도로만 알려졌는데 그는 시종일관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위해 현실적인 판단을 했고, 필요할 때는 위험도 감수했습니다. 한 나라의 재상의 자질을 전부 보여주었죠."

지난 11월 30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이야기 카페. '다음세상을 준비하는 다른(아래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소장 이동학)가 역사만화 <조선왕조실록>의 저자 박시백 화백을 만났다.

<한겨레>에서 '박시백의 그림세상'을 연재하던 박시백 화백은 어느날 사극을 보다 철저히 실록에 기반한 조선사 만화를 그리자고 다짐했다. 곧이어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두고 작업에 들어가 2003년 1권 <개국> 편을 출간한 지 10년 후인 지난 7월, 그 마지막 이야기인 20권 <망국>편을 출간했다.

"처음에는 기초지식이 없어서 기존 연구성과만 충분히 잘 녹여서 반영해도 가치 있는 책이 되겠거니 했는데 실록을 기초하지 않은 내용들이 너무 많더군요. 그 이후부터는 사명감이 들더라고요. 철저히 실록에 기초하자. 그리고 모든 판단은 배제하자. 실록의 사관의 판단조차 또 하나의 주관이기 때문에 배제하자. 그래서 사실과 사실 사이의 연결을 찾고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실록의 당쟁이 본격화된 중기 이후의 기록은 당파적인 시각이 강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왕조실록>의 매력은 사관들의 뛰어난 '기자정신'에 있다고 말했다. 사실과 판단을 구분해서 놓았기 때문에 사건들을 위주로 그 당시의 사건과 인물들의 심리를 재구성할 수 있었다는 것. 다음은 주요 질의응답 내용이다.

이순신이 새로운 왕조를 만들었다면?

 강연 중인 박시백 화백과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강연 중인 박시백 화백과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 박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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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인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누구?
"역시 세종대왕과 이순신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지나치게 미화되었다 생각해서 실록을 볼 때 좀 삐딱하게 접근을 했습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거대한 인물들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그 시대에 툭 던져진 사람들이었습니다. 도저히 그 시대에 나올 수 없는 사람들이 나온 것이죠."

- 세종 이후에는 왜 그만큼 훌륭한 왕이 나오지 않았을까?
"조선 왕들의 평균적인 자질을 놓고 보면 굉장히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경연과 같은 후계수업의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세종 외에도 정조는 그 시대의 가장 똑똑하고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조선은 사대부가 주도하는 나라입니다. 사림이 집권하자마자 동서양당으로 분당했고 논쟁의 수준은 그저 상대를 이기기 위한 말싸움이었습니다. 조선 초기의 현실주의 유학자들의 건강함을 갖지 못하고 자신들만의 세상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죠."

- 만약 사극을 만든다면 어떤 실록을 선택할 것인가?
"선조 아니면 인조실록으로 하겠습니다. 두 임금 모두 외세의 침략을 제대로 방비하지 못하고 침략에 무능력한 모습을 보인 공통점이 있는데, 역사에서 흠들은 가급적 안보고 조금 잘한 것이 있으면 막 과장해서 자랑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한심했던 시대를 제대로 들춰내서 우리 시대와 닮은 점이 있다면 뜨끔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임진왜란 때 조선이 망하고 이순신이 새로운 왕조를 만들었다면?
"당시 이이가 적절한 지적을 했습니다. 조선 후기에 와서 많은 병폐가 곪아서 경장이 필요할 때라며 줄기차게 주장했으나 먹히지 않았죠. 또한 임진왜란에서 사대부들의 무능함이 그대로 드러나 이들이 더 이상 나라를 이끌고 갈 수 없음이 분명해졌습니다. 이순신에 대해서 접할 수 있는 기록은 난중일기와 징비록, 실록 등인데 무장과 선비로서 완벽한 사람이었지만 정치지향적인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되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있지만 그러려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고단수인 대신들이 당시에도 많아서 하려 해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 현재의 대한민국이 조선으로부터 배울 점을 꼽는다면?
"광해군의 등거리 외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 외교는 미국 일변도입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과의 경제적 교역량이 미국과의 교역량을 훨씬 웃돕니다. 또한 중국은 앞으로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은 한동안 내리막길이 있을 겁니다. 약소국 입장에서 볼 때 선택의 폭이 좁지만 광해군이 생각했던 중립적인 외교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가 약하기는 하지만 지금이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강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제대로 목소리를 낸다면 과거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는 아닙니다."

- 왕정복고나 입헌군주제를 다룬 드라마도 종종 등장하는데, 왕정에 대한 로망은 없나?
"이씨 왕조가 억울한 측면이 있긴 하죠. 일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해체됐고 친일로 돌아선 대신들은 다 떵떵거리고 살았는데, 그에 비해 왕족들은 비극적 삶을 살아야 했죠. 하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없애 버린 게 잘된 거라 생각합니다. 또 왕정이 1대에 한해서 괜찮은 사람이 나올 수 있지만 하나의 가문이 왕가로 남아서 계속간다는 것 자체는 위험성이 많죠. 뛰어난 사람이 선출된다면 임기가 짧더라도 많은 걸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 조선왕조의 왕 중에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과 닮은 사람들이 있는지?
"세조와 전두환 대통령은 집권과정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권력을 향해 질주하는 모습이 뻔히 보이는데도 저지하지 못했죠. 전두환 대통령은 12·12 사태로 이미 권력 의지를 드러냈고, 당시에도 쟁쟁한 정치지도자들이 다 있었음에도 이를 막지 못하게 된 건 비슷하다고 봅니다. 또 인조와 이명박 대통령이 비슷하다고 봤고 김대중 대통령과 정조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지적이고 성실한 점에서. 그렇지만 자질에 비해 성과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도."

- 고려왕조실록이나 한국현대사에 대한 만화를 그릴 생각은?
"우선은 조선사 연표를 내고 조선 관련 만화는 마무리하고 싶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것은 SF만화인데 고려사나 현대사에 대한 요구들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생각해봐도 역사만화는 조금은 검증된 것인데 괜히 SF만화 그렸다가 아무도 안 볼 것 같기도 하고.(웃음) 그래서 당분간은 역사관련 만화를 그리지 않을까 합니다."

 박시백 화백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참가자
 박시백 화백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참가자
ⓒ 박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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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 개국, 개정판

박시백 지음, 휴머니스트(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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