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호스트>의 한 장면

영화 <퍼펙트 호스트>의 한 장면 ⓒ C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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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다급하게 걷는다. 남자의 이름은 존 테일러(클레인 크로포드 분). 한쪽 발을 다쳤는지 절뚝거리는 남자는 한 손에 들린 가방을 대기 중인 차에 싣고 옷을 갈아입는다. 남자는 편의점에 들어가 음료수를 고르다 여자 강도와 마주친다. 편의점 TV에서는 자신이 수배 중이라는 뉴스가 나온다. 남자는 더 다급해졌다. 남자는 강도의 총을 빼앗아서 반대로 위협해 쫓아 버린다. 강도는 주인이 챙겨놓은 돈만 갖고 달아났다.

남자는 편의점을 빠져나와 몸을 숨길만 한 곳을 찾는다. '여호와의 증인'을 믿는 할머니의 집을 찾아 신도인 척했지만, 할머니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서 실패했다. 다시 다른 집 앞이다. 우편함을 뒤져 집주인 워릭(데이빗 하이드 피어스 분)의 이름을 확인하고, 아는 척을 해보지만, 이 역시 실패다. 남자는 다른 곳에 갈까 망설이는데, 집주인은 남자가 안쓰러웠는지 들어오란다. 이제부터 집주인과 침입자(?)의 화끈한 만찬이 시작된다.

영화 <퍼펙트 호스트>의 포스터에는 '쏘우 제작진 최고의 만찬 스릴러'라는 카피가 적혀있다. 영화는 무려 반전 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 해도 무방한 <쏘우>를 내세운다. 그 아래에는 '암스테르담 판타스틱 영화제 관객상 수상'이라는 자랑도 있다. 

초반에는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를 선명하게 각인시킬 풍성한 볼거리가 진열된다. 결말을 예고하는 복선을 시작으로 두 인물이 한 공간에서 만난 이후에는 두 인물의 캐릭터, 속고 속이는 상황과 역할의 반전이 차례로 등장한다. 한 차례 반전이 지나간 후의 볼거리는 두 인물의 대결구도다. 사실 일방적인 갑을관계(?)에 가까운데, 이 지점이 영화를 더 쫀쫀하게 만들지 못하기도 한다.

영화는 처음과 끝에 큰 반전을 한 번씩 숨겨 놓고, 사이에는 소소한 반전 상황을 배치하여 긴장감을 지속한다.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스릴은 간간이 등장하는 코미디에 상쇄되어 그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지만, 영화는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관객은 다음에 전개될 내용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예측하면서도, 기막힌 반전이 자칫 허망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게 된다. 맛있는 애피타이저를 먹은 후에 나오는 요리들이 대체로 밍밍하기 때문이다.

긴장감과 궁금증, 여기에 코미디로 웃음까지 유발하는 애피타이저를 먹고 나서 본격적인 디너 파티가 펼쳐지면, 영화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반전된 역할극만을 펼쳐 놓는다. 이 요리를 그나마 맛있게 먹는 법은 요리사의 숙련된 솜씨를 보는 일이다. 몸을 숨길 작정으로 집주인의 친구 행세를 했다가 순식간에 협박을 당하는 피해자로 전락한 존 테일러와 친절하고 섬세하지만 순간 무서운 본성을 드러내는 워릭의 연기는 <퍼펙트 호스트>가 가장 자랑할 만한 부분이다.

워릭은 묶어 놓은 존 테일러를 향해 "너도 묶여있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아"라고 말한다. 이 한 마디의 대사는 저항은 생각도 못 하는 존 테일러의 면죄부로 작용한다. 순식간에 피해자가 된 존 테일러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을 역전시킬만한 저항은 꿈도 못 꾸는 것처럼 약해진다. 짐승 같은 기세로 워릭을 위협했던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헐거운 포박과 와인에 탄 수면제 기운에 종이호랑이 신세로 전락한 불쌍한 청년만이 있을 뿐이다. 이후 반복되는 괴롭힘은 긴박감 넘치는 대결구도 없이 지루하다. 워릭만이 대단한 지략가로 묘사된다.

이 영화에는 나름 영리한 구석도 있다. 초반에 음료수를 사러 편의점에 들른 존 테일러가 강도와 맞닥뜨리는 장면은 존 테일러가 은행 강도로 수배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아 보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와 작당 모의를 한 애인 시몬(메간 페리 분)의 배신을 암시한다. 또한 워릭이 존 테일러를 괴롭히는 장면 중간에는 두 곳에서의 장면이 간간이 교차되는데, 이는 존 테일러의 범행 동기와 수법, 워릭의 실체를 말해준다.

<퍼펙트 호스트>는 닉 톰네이 감독의 단편 <더 호스트>를 장편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20분짜리 단편에 최적화된 이야기를 6배나 늘려 풀어 놓다 보니, 제목에 맞는 콘셉트는 버릴 수 없고 대신 반전을 보강해 만회해보려고 했던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결과적으로 감독의 의도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워릭으로 분한 데이빗 하이드 피어스의 명연기로 '퍼펙트 호스트'가 되는 데는 성공했으나 반전은 외피에 불과할 뿐, 알맹이는 관객의 소름을 직립(?)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는 초반의 힘찬 동력으로 결말까지 달려가려다 엉성하게 멈춰 서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쏘우 반전 영화 퍼펙트 호스트 클레인 크로포드 데이빗 하이드 피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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