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으나 웃을 수 없었다. 이란과의 홈 경기에서 0-1로 패했으나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위 자격으로 본선에 오르게 됐다. 당초 목표였던 본선 진출 성과를 이뤘으나 이란전 패배는 축구팬들이 원치 않았던 시나리오였다. 지난해 이란 원정 0-1 패배에 이어 이란전 2연패를 당한 것은 아시아 강팀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특히 아시아 최종예선 막판 3연전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했으며 단 2골에 그쳤다. 2골 중에 1골은 상대 팀의 자책골이었다. 3경기 모두 졸전이었으며 그 중에서 이란전은 최악으로 회자 될 경기였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이란전 종료 후 상대 팀 사령탑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며 도발했고, 한국팀을 향한 '말도 안되는' 독설을 비롯해서 최강희 감독이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합성한 티셔츠를 착용한 사진이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티셔츠는 아직 사실로 판명되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 외국인 명장을 영입하지 못한 댓가

한국 대표팀은 정확히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부터 꼬였다. 유능한 외국인 명장을 영입할 타이밍을 놓쳤다. 만약 계약이 성사됐다면 4년 동안 체계적으로 준비하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역대 원정 월드컵 사상 첫 8강 진출에 야심찬 도전을 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실제로 일본은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 영입을 통해 전력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그 결과 2011년 아시안컵 우승과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기 진출의 성과를 이뤘다. 2011년 8월 한국전에서 3-0으로 이겼으며 2012년 10월 프랑스 원정에서는 1-0으로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 감독을 선택하지 않았다. 지난 3년 동안 국내파 감독 2명을 영입했으나 순탄치 않은 세월을 보냈다. 조광래 전 감독은 2011년 1월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으며 8월 일본 원정 0-3 완패, 11월 레바논 원정 1-2 패배 끝에 경질됐다. 특히 레바논 원정은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경기로서 한국의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이 위태로웠던 상황까지 몰렸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던 최강희 감독은 2012년 2월 쿠웨이트전 2-0 승리를 통해 한국의 최종예선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해 9월 우즈베키스탄 원정 2-2 무승부를 시작으로 팀의 경기력이 정체됐거나 또는 퇴보했다.

특히 조광래 전 감독의 경질은 대한축구협회의 잘못된 선택이었다. 경질 수순이 매끄럽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타이밍까지 적절치 못했다.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도중에 감독을 바꾼 것이다. 이 때문에 최강희 감독은 팀 전력을 완성시킬 시간이 부족했고 전북을 K리그(현 K리그 클래식) 최고의 팀으로 이끌었던 면모를 대표팀에서 보여주지 못했다. 더욱이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보다는 전북과 함께하기를 원했던 지도자였다. 참고로 최강희 감독의 부임 후 5경기 중에 3경기는 브라질 월드컵과 관련됐다. 부임 초기 평가전 4연전을 치렀던 조광래 전 감독과 대조적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자신의 임기를 2013년 6월까지라고 못박은 것은 아쉬움에 남는다. 전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좋으나 애초부터 밝히지 말았어야 했다. 이 때문에 '시한부 감독' '레임덕 논란'이 벌어졌고 외부에서 대표팀을 향한 잡음이 제기됐다. 한국 대표팀이 발전하는데 있어서 결코 유익한 논란은 아니었다.

심지어 최강희호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 과정마저 답답하면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최근 A매치 8경기에서 2승 2무 4패를 기록한 것. 그 중에 2승은 2013년 3월 카타르전, 6월 우즈베키스탄전이었다. 두 경기 모두 힘들게 이겼다. 전자는 손흥민의 버저비터 골, 후자는 상대 팀의 자책골로 한국이 승리했다. 조광래호에 이어 최강희호도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3년 전 외국인 명장을 영입하지 못한 댓가를 이렇게 치르고 말았다. 반면 일본은 현재 브라질에서 진행중인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참가하여 강팀과의 경기 경험을 쌓는 중이다. 한국이 2년 전 아시안컵에서 우승했다면 지금쯤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전했을 것이다.

한국 대표팀은 스페인이 아니며 스토크 시티도 아니다

조광래호와 최강희호의 공통점은 한국 축구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광래호는 스페인, 최강희호는 스토크 시티의 축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기존과 차원이 다른 전술을 활용하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독일 대표팀 전력이 강해졌던 원동력은 선 굵은 축구에서 벗어나 패스를 활용한 아기자기한 경기 전개를 펼치며 다양한 전술을 활용하게 됐다.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패스 축구에 지나친 비중을 두면서 대표팀이 기존에 유지했던 연속성이 무너졌으며(조광래호), 롱볼 축구를 펼치며 옛날식 축구 스타일로 회귀하고 말았다(최강희호). 지난 3년 동안 팀의 경기력이 안정되지 못했던 배경이다.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달성했던 이유는 팀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됐기 때문이다. 강력한 압박과 빠른 순발력, 왕성한 기동력, 상대 팀을 이기겠다는 승부근성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것이 한국 축구 특유의 색깔이다. 상대 팀보다 한 발 더 뛰고, 더 움직이며, 결코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한국 축구의 매력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표팀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두드러지지 못했다. 오히려 후방에서 볼을 띄우는 장면이 늘어나면서 비효율적인 공격을 거듭했고 그 결과 최근 A매치 3경기 2골에 그쳤다(자책골 포함). 롱볼 축구는 현대 축구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 축구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본래의 전술적인 색깔을 되찾아야 한다. 이대로는 브라질에서 망신 당한다. 지난 3년이 시행착오였다면 남은 1년은 알차게 보내야 한다. 차기 대표팀 감독을 맡을 지도자가 할 일이 많겠지만 어려운 여건을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국민들이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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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 블로그(http://bluesoccer.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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