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한 장면. 성동일의 아들 성준이 낚시를 하고 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한 장면. 성동일의 아들 성준이 낚시를 하고 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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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밤>의 1부 코너 <아빠! 어디가?>에 붙은 수식어 '출산장려'에서도 알 수 있듯, 이 프로그램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순수함과 동심으로 무장한 다섯 아이의 색다른 매력을 통해 평소 출산과 육아를 기피했던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돌려놓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서 그 누구도 출산과 육아를 대놓고 장려하지 않는다. 여행을 떠나는 주체 역시 아이와 아빠로서, 대개 출산과 육아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엄마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아빠! 어디가?>가 방영되고 나면, '정부의 그 어떤 출산장려정책보다도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지난 3월 한 시청률조사기관(TNmS)에서 발표한 <아빠! 어디가?>의 주 시청자 층에 대한 분석이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이 프로그램의 주요 시청자가 바로 20대 여성이라는 점이다. TNmS의 발표에 따르면 <아빠! 어디가?>의 주요 시청자는 20대 여성(11.7%), 40대 여성(10.1%), 50대 여성(9.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혼일 가능성이 높은 20대 여성이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애청자라는 점은 괄목할만하다. 이들이 <아빠! 어디가?>를 통해 자신이 꿈꾸는 미래의 남편과 가족상을 그려보고, 또 다섯 아이의 귀여운 행동 등을 통해 그런 자녀를 갖길 희망하면서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아빠! 어디가?>를 즐겨본다는 주위의 20대 여성에게 시청 이유를 물어보면, "준수 같은, 후 같은 아이를 낳고 싶다"는 대답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종혁 같은, 윤민수 같은 남편을 소망한다"는 답변도 들려온다. 우스갯소리로 붙여진 '출산장려 프로그램'이라는 수식어가 괜한 소리는 아닌 모양이다.

거미 보고 울음 터뜨린 후, 어찌 귀엽지 않을 수가!

 거미를 보고 울음을 터트리며 모성애를 자극한 윤후. 5일 방영 <아빠! 어디가?> 중 한 장면.

거미를 보고 울음을 터트리며 모성애를 자극한 윤후. 5일 방영 <아빠! 어디가?> 중 한 장면. ⓒ mbc


지난 5일 방송분 역시 이 프로그램이 왜 20대 여성 시청자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가 녹아있었다. 다름 아닌 미혼여성의 모성본능을 자극하여 그동안 기피해온 출산과 육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다. 

이날 아빠와 함께 낚시를 마치고 돌아온 후는 김치볶음밥을 맛있게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 후를 놀리기 좋아하는 아빠 윤민수는 잠자리에서 해산물 도감을 가지고 후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 줬는데, 식탐이 강한 생선 도다리를 평소 먹는 걸 좋아하는 후에게 빗대 '후도다리'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식탐이 강한 게 누구랑 닮았네?"라는 아빠의 말을 듣고 바로 웃으며 "나?"라고 묻는 후의 재치에는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윤민수와 후가 누워있는 방에 거미가 나타나면서 시작됐다. 평소 벌레를 싫어하는 윤민수는 후에게 거미를 잡아달라고 부탁했고, 후 역시 벌레를 무서워해 도망치기 바빴다. 결국 윤민수가 걸레로 거미를 잡아 밖에 내놨지만, 이후 윤민수는 후가 벌레를 무서워하는 것을 알고 자꾸 후를 놀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거미가 나타나자 후는 결국 "엄마~"하며 울음을 터트렸다.

아직은 여덟 살짜리 꼬마아이에게 거미는 분명 무서운 존재임에 분명했고, 거기에 아빠의 놀림까지 더해지자 그 서러움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윤민수는 아들을 달래려 엄마와 통화를 연결시켜줬고, 후는 엄마에게 "보고 싶다"며 폭풍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이내 걱정 말고 울음을 그치라는 엄마의 말에 후는 "엄마 내일 만나자"며 급하게 약속(?)을 잡고, 전화를 끊었다.

평소 쾌활하고 장난기 다분한 후의 이날 눈물은 분명 새로운 모습이었고, 동시에 이를 지켜보던 여성 시청자의 모성애를 건드린 아주 강력한 자극이었다. 후처럼 귀여운 아이가 "엄마~"하며 울음을 터트리는데 세상 어떤 여자가 보호본능이 꿈틀대지 않겠는가?

미혼 여성 시청자는 <아빠! 어디가?>를 통해 자신의 미래 가족상을 그려보는 한편, 출산과 육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다섯 아이의 순수한 동심, 그리고 무뚝뚝한 아빠에서 어느덧 다정다감한 아빠로 변해가는 변화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재미임에 분명하지만 말이다.

"결혼하면 후회 한다" "야외 촬영이나 해외 촬영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등등 결혼이나 가정생활에 대한 희화화가 방송에 넘쳐나는 세태에서 모처럼 건강한 가족상을 보여주고 있는 <아빠! 어디가?>의 선전이 무척이나 반갑다. 이쯤 되면, 여성가족부로부터 공로패라도 하나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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