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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살림살이 좀 어떠십니까? 정부는 희망을 이야기하는데 서민은 더 살기 어려워 졌습니다. 금융권은 탐욕의 극치를 보이고 있고, 은행의 은밀한 돈벌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추노'에 가까운 채권 양수시장은 또 어떻습니까. <제윤경의 희망살림>은 이런 문제들은 짚어보고, 경제 뉴스를 제대로 들여다 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서민 중심의 '희망적' 경제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싶습니다. [편집자말]
 
한 시민이 부동산 업체 유리에 붙은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을 보고 있다.
 한 시민이 부동산 업체 유리에 붙은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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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새 정부가 주택시장 종합 정책을 내놨다. 부동산 시장은 현재 한국 경제 전체를 위협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 외곽 신도시를 중심으로 가격 고점 대비 최대 39%까지 하락하는 등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부산, 대전 등 일부 광역시도 작년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 

거래는 실종되고 집에 딸린 빚 때문에 신음하는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가 느는 지금. 정부의 부동산 및 가계 부채 대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정부가 어떤 철학과 어느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느냐다.

이번 정부 대책이 큰 눈길을 끈 건 당연하다. 향후 부동산 시장과 위기의 가계를 구제하는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 1일 발표된 정부 정책은 실망스럽고, 대단히 우려스럽다.

새 정부의 친절... 빚내서 투기하라고?

이번 대책 중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관련한 핵심 내용은, 세금을 깎고 대출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먼저, 생애 첫 주택 구입자를 위해 취득세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부부 합산 6000만 원 이하 가구가 6억 원 이하 85㎡ 이하 주택 구입 시)해 준다. 주택 거래 활성화 여부를 떠나, 지방 세수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취득세를 낮추는 게 지방자치제도에 적합한지 의문이다.

두 번째 핵심 내용은, 양도소득세를 완화다는 점이다. 연말까지 주택 구입 시 양도소득세를 5년간 전액 면제해주고,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조금 양보해서, 취득세 한시적 완화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주택 구입 의사가 있는 실수요자에게 구입 시기를 앞당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도소득세 문제는 이해하기 어렵다.  양도소득세란 집을 사서 되팔았을 때 생기는 이익에 따라 붙는 세금이다. 결국 정부는 올해까지 집 사서 다시 되팔았을 때 이익이 발생해도 세금 한푼 걷지 않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수요를 창출하겠다면서 왜 이런 약속을 했을까. 결국 정부 정책 의지가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실수요자에게 향한 게 아니라 주택 거래로 이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를 자극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불로소득을 눈감아 줄 테니 제발 투자하라는 간청인 셈이다. 심지어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자금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은행 자율로 적용하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70%로 완화하겠다고 한다. 돈이 부족하면 무리한 빚이라도 내서 투자하라는 것이다.

특히 "30년 분할상환 대출을 만들어 젊은층의 상환부담을 완화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대목에서는 이 '잔인한 친절'을 어찌해야 할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결국 지금껏 집을 매입하지 못한 사람에게 정부는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집에 투자하세요. 나중에 집값 오를 텐데 팔아서 돈 벌어도 세금 한푼 없이 다 챙길 수 있어요. 돈이 부족해요? 집값의 70%까지 팍팍 빌려 줄게요. 30년 동안 천천히 소득의 40% 이상, 나눠 갚으면 간단해요."

한 아파트 단지의 풍경. 4월 1일, 박근혜 정부는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한 아파트 단지의 풍경. 4월 1일, 박근혜 정부는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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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장래의 차익에 대한 과대 추정으로 빚을 짊어지고 투자하는 행위를 투기로 규정한다. 정부의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시장 정상화 종합 대책'이란 결국 국민을 향한 투기 광고 이벤트일 뿐이다.

더 '위대한 바보'를 기다리는 모순

정부의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을 보면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The Greater Fool Theory'가 생각난다. 일명 '위대한 바보 이론'인데, 자신이 투자한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줄 더 대단한 바보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거래 침체는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요가 실종된 원인은 첫째,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파트 한 채를 3억 원에 매입하면서 4억 원 이상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믿음이 투자 수요를 형성한다.

혹은 1억 원에 사서 5억 원 이상 벌 수 있다는 기막힌(?) 수익 기대가 있다면 그때 시장에서는 흥분을 동반한 투기 바람이 분다. 그러나 지금 그 어떤 사람도 이런 기대를 갖기 어렵다. 가격이 하락했다지만 여전히 비싸기 때문이다. 추가 상승 여력을 갖는다고 해도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상당수의 사람은 돈은 없고, 빚은 많기 때문에 집을 살 여력이 없다. 부동산을 살 만큼 여유있는 사람이 많다면, 정부 정책에 따라 잠재적 수요를 실제 수요로 전환시켜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잠재적 수요는커녕, 짊어진 빚도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다. 많은 중상위 계층조차 기존의 부동산 투기 바람 탓에 갚기 어려운 빚을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양도소득세 완화와 신용 공급 확대 정책은 그야말로 혹시 남아 있을 '가장 위대한 바보'를 자극하는 신호일 뿐이다. 즉 순진한 사람들의 투기 욕구를 자극해 무리한 빚으로 하우스 푸어의 집을 사달라는 정책이다. 또 하우스 푸어의 폭탄을 젊은층과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 떠 넘기며 30년 동안 나눠 갚는 '노예의 삶'을 은근히 부추기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주택자에게 1순위 청약자격 부여,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서민 주거 안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답답하다. 서민이라는 이름하에 건설 업계의 민원을 슬그머니 끼워 넣은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정부 정책에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주택 공급 측면에서 보자면, 보금자리지구에서 공공분양주택을 줄이고 임대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지난 정부는 공공 임대보다 오히려 분양을 확대하면서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 대책이 전무했다.

공공 주거 안정정책만 살리고, 소득세법 지켜야

새 정부는 공공분양주택의 공급 물량을 연 7만 호에서 2만 호로 축소하고 임대주택을 매입과 전세 방식을 합해 연 11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특히 도심 내 즉시 입주 가능한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하니, 서민의 주거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될 듯하다. 

또한 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이 큰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월 임대료도 지원할 계획이고, 준 공공임대주택을 통해 민간의 자발적인 '착한 임대' 사업도 유도하겠다고 한다. 준공공임대란 민간 주택의 집주인이 스스로 임대료 인상 규제, 의무 임대 기간 준수 등의 공공성을 수용하면 '준 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해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는 주거 정책의 공공성 측면에서는 이전 정부보다 진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근본 철학이 문제다.

지난 MB정부 때부터 끊임없이, 집요할 정도로 소득세법을 고쳐 집으로 돈 버는 불로소득에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발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하는 사람만 손해 보게 하는 정책이 이어지는 셈이다.

야당은 정부의 정책 발표 직후 비판 논평을 쏟아냈다. 논평만이 아니라 실제 국회에서 반드시 '소득 있는 곳에 세금있고, 불로소득에 징벌적 세금을 가한다'는 조세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태그:#주거안정, #4.1부동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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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가계발 금융부실이 크게 우려된다. 채무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수많은 채무자들을 빚독촉의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채무자들 스스로도 이제 국가를 향해 의무만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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