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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은 '편파언론'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언론의 편파보도는 역대 대선에서 항상 있었지만 2012년은 상황이 좀 다르다. 조중동은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방송3사가 이토록 '발가벗고, 노골적으로' 특정후보에게 편파보도를 한 적은 드물었다. 시계추가 80년대 '땡전뉴스'로 돌아간 느낌이다.

10일 열린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의 백미는 박근혜 후보도, 문재인 후보도, 이정희 후보도 아니었다. 바로 언론이었다. '24시간 365일' 대기업의 이익을 옹호하는 논조를 보여온 <한국경제>는 TV토론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에 이미 'TV토론 평가 사설'을 인터넷에 올리는 촌극을 연출했다.

2차 TV토론 시작되기 전에 토론평가 사설 올린 한국경제

한국경제 2012년 12월11일자 인터넷판 사설 화면캡처
▲ 한국경제 사설 한국경제 2012년 12월11일자 인터넷판 사설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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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시사평론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공개된 <한국경제>의 어이없는 사설은 한 마디로 말해 '소설'이었다. '국민에게 땀과 노력을 요구하는 후보는 왜 없나'라는 상식 이하의 제목을 선보인 <한국경제>의 '소설'(사설이 아니다)을 대략적인 내용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토론회에서 드러난 후보들의 모습은 지도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수준이었다 … 시장을 부정하는 경제민주화를 해야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기도 좋아진다는 오도된 논리뿐이었다 … 반기업적 정책만 장황하게 늘어놨다. 포퓰리즘의 포로요, 좌편향적 선동 뿐이었다." 

'소설'이 문제가 되자 <한국경제>는 오늘자(11일) 종이신문에서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제목을 '아무도 성장을 말하지 않은 대선후보 TV토론'으로 바꿨고, 도입부를 비롯해 '소설'의 내용도 일부 수정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그대로 유지했다. 2차 TV토론이 밤 8시부터 시작했는데 오후 5시18분에 올린 '소설'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명백한 조작보도를 해 놓고도 사과 한 마디 없이 내용만 일부 수정한 채 그대로 내보내는 대기업 신문 <한국경제>. 국민에게 땀과 노력을 요구하기 전에, 후보들에게 '포퓰리즘의 포로, 좌편향적 선동' 운운하기 전에 '언론의 기본기'부터 익히기 바란다. 지면으로는 매일 '글로벌 경제' 운운하면서 하는 짓은 이 따위 '후진국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외국에서 '이런 식의 사설'을 게재했으면 해고감이다. 참고하기 바란다.

박근혜의 말실수...전혀 언급 없는 조중동 

경제 분야와 복지 분야를 다룬 2차 TV토론은 1차 토론회에 비해 후보들이 준비를 많이 했다는 평가가 많다. 오늘자(11일) TV토론 소식을 실은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도 대체로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어제(10일) 토론회의 백미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말 실수를 조중동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경향신문 2012년 12월11일자 3면
▲ 경향신문 경향신문 2012년 12월11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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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게 '지하경제를 활성화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박근혜 후보의 발언. 토론회 후반에 박 후보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활성화'로 잘못 말했고 이후 '지하경제'가 포털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지만 조중동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터넷 등에서 '본인이 지하경제 수혜자라서 저런 말을 했나' '대선 토론회인데, 어떻게 저런 말 실수를' 등의 반응이 쏟아졌지만 조중동은 철저히 침묵. 조중동의 사전에 박근혜의 말실수란 없다!

1차 토론회가 끝난 후 '희한한 여론조사'를 실어 구설에 올랐던 <중앙일보>는 오늘자(11일) 지면에서 또 다시 '희한한 여론조사'를 게재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10일 오후 8시부터 진행된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토론회에 대해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거나 이미 봤다는 응답자 640명을 대상으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인데 조사결과가 참 흥미롭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이 40.2%,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이 28.1%,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이 18.0%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중앙일보>는 "1차 TV토론과 비교해 문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은 1.1%포인트 줄었고, 박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은 4.2%포인트 올랐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긴급 여론조사... 박근혜가 토론 잘했다 40.2%? 

<중앙일보>의 이 여론조사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선 'TV토론을 지켜보고 있거나 봤다는 응답자 640명'의 표본이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거니와 조사방식도 희한하다.

중앙일보 2012년 12월11일자 6면
▲ 중앙일보 중앙일보 2012년 12월11일자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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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이번 조사의 표본은 유선전화 RDD 방식으로 가구에 전화를 건 뒤 TV토론을 시청하고 있는 가구원 중 연령이 가장 낮은 한 명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뽑았으며, 최종 결과 집계 과정에서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가구에 전화를 건 뒤 TV토론을 시청하고 있는 가구원 중 연령이 가장 낮은 한 명을 선정하는 방식'이라… 대체 이런 여론조사를 왜 긴급이라는 형태로 하는 걸까. 그리고 이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참고로 <중앙일보>는 1차 토론회 직후 여론조사를 할 때는 표본을 편의표집 방식으로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일보>는 이번 조사의 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무작위를 전제로 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3.9%포인트, 응답률은 38.6%라고 밝혔지만 과연 이 조사가 95% 신뢰를 가질 만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러고 보니 문제의 사설과 기사를 내보낸 신문들이 모두 '재벌신문' <한국경제>와 '삼성신문' <중앙일보>다. 2차 토론회가 경제와 복지 분야를 다뤘기 때문에 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나름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정도'는 지켜야 하는 법이다. 시작도 하지 않은 TV토론 평가 '소설'을 내보내고, 신뢰성이 의문인 여론조사를 긴급형태로 내보내는 건 '정도'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도 게재했습니다



태그:#TV토론, #한국경제, #중앙일보, #문재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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