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자들> 영규(임창정 분)는 장기밀매 업계에서는 최고의 실력자로 통한다. 장기 적출을 당할 희생자를 물색한 후,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장기를 빼낸 후 이를 수요가 필요한 장기 밀매 시장에 팔아넘기는 데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영규를 따를 자가 없는 일인자다.

▲ <공모자들> 영규(임창정 분)는 장기밀매 업계에서는 최고의 실력자로 통한다. 장기 적출을 당할 희생자를 물색한 후,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장기를 빼낸 후 이를 수요가 필요한 장기 밀매 시장에 팔아넘기는 데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영규를 따를 자가 없는 일인자다. ⓒ (주)영화사 채움


사실 <공모자들>의 소재인 장기밀매는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아저씨>에서 다뤄진 바 있기에 그렇다. <아저씨>에서 장기 적출을 당하는 피해자는 '통나무'로 불린다. 장기밀매는 합법적인 사업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무너진 의료계의 '불법 틈새시장'이다.

이번 글에서는 장기밀매 실태를 다루는 영화 <공모자들> 가운데서 누가 진정한 괴물인가를 독자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묻고자 기술한다.

첫 번째 괴물은 영규(임창정 분)다. 그는 장기밀매 업계에서는 최고의 실력자로 통한다. 장기 적출을 당할 희생자를 물색한 후,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장기를 빼낸 후 이를 수요가 필요한 장기 밀매 시장에 팔아넘기는 데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영규를 따를 자가 없는 일인자다.

불법으로 장기를 적출하다가 동업자가 희생된 후 영규는 장기밀매 시장에서 발을 뗀다. 하지만 영규를 다시 장기밀매 시장에 발 디디게 만드는 건 그가 진 빚 때문이다. 아는 동생에게 진 빚은 몇 억 원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컨테이너로 밀매하려던 물건은 경찰에 얍류 당하고 만다.

동업자의 죽음으로 다시는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영규는 갚아야만 하는 돈 앞에 자신의 결심을 스스로 꺾는다. 영규는, 자신은 원치 않았지만 갚아야 할 부채라는 현실 앞에서 자신의 결심을 꺾고 다시금 장기밀매 업계에 손을 대야만 하는 괴물의 길을 걷는다.

<공모자들> 가운데서 첫 번째 괴물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괴물이 된 영규라면 두 번째 괴물은 영규라는 장기 밀매 업자를 가능케 만드는 불법 장기매매 시장이다. <공모자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영화다.

부산의 김 모 씨는 중국으로 아내와 함께 여행을 갔다. 중국 여행에서 김 씨는 아내와 택시에 탑승했다. 그런데 달리던 택시는 급작스럽게 움직이질 않았다. 재발진하기 위해 택시 운전자는 김 씨에게 택시를 뒤에서 밀어달라고 부탁했다. 택시 운전자의 부탁대로 김 씨가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 택시는 김 씨를 내버려 둔 채 탑승해 있던 아내를 납치하고 달아났다.

몇 주 후 중국 공안에 발견된 김 씨의 아내는 몸 속 장기가 모두 없어진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장기 밀매업자의 소행에 의해 납치된 후 장기를 모두 적출당하고 죽음을 당한 것이다.

중국은 장기밀매를 하다가 발각되더라도 법의 처벌이 약하기에 벌어진, 영화 속에서나 보았을 법한 이 이야기는 불행하게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례다. 더욱 끔찍한 건 영화를 바탕으로 한 모방범죄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장기를 모두 적출당한 채 살해당한 김 씨의 부인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공모자들>이라는 가상의 이야기가 구성된 것이다. 끔찍한 실화가 영화의 소재를 만들어준 셈이다.

수요가 공급보다 절대적으로 많은 의료시장에서 벌어지는 장기매매라는 불법 메커니즘 가운데서 우리의 몸은 과연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질까. 보도자료를 보면 20대 여성의 몸 안에 있는 장기를 모두 적출하면 1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나와 있는데 이는 과장인 듯하다.

<공모자들> 하지만 3천만 원도 채 안 되는 장기를 구하기 위해 현실에서는 <공모자들>보다 끔찍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콜롬비아 국립대 교수인 살리마 발디비에소의 연구 논문을 보면 아마존 주민을 ‘사냥’하는 조직이 있다고 한다.

▲ <공모자들> 하지만 3천만 원도 채 안 되는 장기를 구하기 위해 현실에서는 <공모자들>보다 끔찍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콜롬비아 국립대 교수인 살리마 발디비에소의 연구 논문을 보면 아마존 주민을 ‘사냥’하는 조직이 있다고 한다. ⓒ (주)영화사 채움


우리나라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스콧 카니의 저서 <레드 마켓(우리말로 번역하면 붉은 시장)>을 보면 자신의 몸에서 장기를 적출했을 때 장기의 총 가치는 3천만 원이 채 안 된다고 한다. 동남아인이라면 미국인인 자신의 몸 값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하니, 보도자료처럼 10억 원 이상의 가치라는 표현은 거품이 낀 셈이다.

하지만 3천만 원도 채 안 되는 장기를 구하기 위해 현실에서는 <공모자들>보다 끔찍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콜롬비아 국립대 교수인 살리마 발디비에소의 연구 논문을 보면 아마존 주민을 '사냥'하는 조직이 있다고 한다. 아마존 주민을 붙잡아서는 이들을 목 매 달아 살해한다. 그리고는 이들의 몸 속 장기를 밀매하는 끔찍한 현실은,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란 사실에서 몸서리를 치게 만든다.

<공모자들>은 과연 진짜 괴물이 누구인가를 관객에게 묻는다. 돈 때문에 자신의 신념을 꺾고 장기 밀매의 희생양을 찾아 작업을 물색하는 인간 사냥꾼 영규가 괴물인지, 아니면 장기 매매를 부추기는 거대 장기 매매 메커니즘이 진정한 괴물인지를 말이다.

그런데 영화 속 장기 매매 시장의 실태보다 현실 가운데서 벌어지는 장기 매매의 실태가 너무나도 거대하고 끔찍하기에, 현실 속 장기 매매 실태가 영화 속 괴물을 압도하는 건 아닌가를 되묻게 된다. 현실 속 괴물인 장기 매매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억'이 아닌 '조' 단위의 시장이라 하니 말이다. 끔찍한 현실이 영화에 모티브를 제공하는 끔찍한 세상 가운데서 우리는 살고 있다.

공모자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