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올림픽을 100일 앞둔 4월 18일 런던이 세계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에 런던올림픽 상징탑 오비트가 보이는 올림픽주경기장 항공사진.

런던올림픽 주경기장. 올림픽이 끝난 뒤 상층부는 해체된다. ⓒ 연합뉴스


멋지고 웅장한 최신식 스타디움은 올림픽·월드컵 등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또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규모와 상상력에서 모두를 압도했던 베이징올림픽 주 경기장에서부터 멀리는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겼던 잠실올림픽 주 경기장과 전국에 지어진 2002 월드컵경기장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물론 이 건축물들도 기억에 남지만, 첨단 시설과 역사적 자취가 잘 어우러져, 세계 언론과 스포츠팬들의 찬사를 받았던 2012 런던올림픽 경기장들 역시 빠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여름 런던에서의 특징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최소 비용과 임시 건축물을 통한 경기장 운영이었다는 점이다. 핵심적인 것은 경기장 신축과 재활용 문제. 이미 많이 알려졌다시피, 이번 올림픽을 위해 런던시가 새로 건설한 경기장은 올림픽 파크에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향후 같은 용도로 사용되는 곳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8만 석 규모로 신축된 주 경기장은 설계 당시부터 빠르고 편리한 해체를 감안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아래층 관람석 2만5천 석만 계속 남게 되고, 콘크리트와 철 구조물로 만들어진 상층부 5만5천 석은 분리돼 다른 곳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이 경기장의 활용에 대한 공개 입찰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는 대로 진행된다고 한다.

선수촌 마저 실용적이었던 런던올림픽

 인터뷰하는 오진혁 선수

인터뷰하는 오진혁 선수 ⓒ 박성우


지난 11일(현지시각) 런던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선수단의 밤 행사에서 만난 우리 선수들, 코칭 스태프들 모두 경기장 시설의 훌륭함과 실용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올림픽에 다섯 차례 참가했는데, 이번 올림픽만큼 시설이 좋고 관중들의 매너가 돋보였던 적이 없었습니다. 특히 지난 베이징올림픽 때와 너무 대비됐고, 전통이 살아 있는 멋진 경기장과 관중들이 기억에 남습니다."(양궁 대표팀 장영술 감독)

심지어 선수촌의 경우, 향후 시민들에게 분양될 것을 감안해 '지나치게' 실용적으로 만들어져 덩치가 큰 선수들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런던시와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를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언론에도 나온 것처럼 선수촌 침대가 일반인용인지 정말 작더라고요. 그리고 선수촌 규모도 작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수촌 생활은 전반적으로 편하고 좋았습니다. 다른 때와 비슷했어요. 근처에 쇼핑센터도 잘 갖춰져 있어 경기 다 끝난 후에는 가끔 들르기도 했고요."(양궁 올림픽 대표 오진혁 선수)

 양궁 경기가 열린 로드 크리켓 그라운드

양궁 경기가 열린 로드 크리켓 그라운드 ⓒ 박성우


주민에게 돌아가는 올림픽 경기장들

그 밖에도 1만2천 석 규모의 농구장도 가을 이후 분해돼 차기 대회 개최지인 브라질로 옮겨져 재사용되며, 좌우로 팔을 높이 벌린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던 수영장 역시 양측 상층부의 관람석이 없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아담한 수영장으로 바뀌게 된다.

뿐만 아니라 파란색 인조 잔디가 인상적이었던 리버뱅크 아레나(하키)와 수구 경기장은 자취를 감추게 되고, 핸드볼이 열렸던 쿠퍼 박스도 시민을 위한 다용도 복합관으로 탈바꿈된다. 하지만, 배구 경기가 열린 얼스코트, 펜싱·유도·태권도 등 무려 7개 종목의 경기가 열린 엑셀 아레나, 그리고 로드 크리켓 경기장,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 웸블리 체육관과 경기장은 모두 기존 시설을 활용한 것인 만큼 다시 원래의 용도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처럼 가건물·재활용 경기장임에도 선수들과 관중 그리고 언론의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동계올림픽·아시안게임·하계유니버시아드 개최를 앞두고 있는 우리가 참조해야 할 것이다.

부러웠던 BBC의 올림픽 방송

런던올림픽 주관 방송사이자, 영국에서 올림픽을 단독 방송한 BBC는 '디지털 올림픽'이라는 슬로건 아래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이전보다 훨씬 신속하고, 다양하게 런던올림픽을 다뤄 호평을 받았다.

특히 BBC는 자국 경기뿐 아니라 모든 올림픽 경기 방송을 라이브로 서비스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BBC TV 채널들은 스포츠 웹사이트와 디지털TV의 레드 버튼 서비스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BBC는 동시 최대 24개에 달하는 라이브 HD 방송(총 2500시간)을 내보냈다.

이는 영국에 거주하는 다양한 민족·국가의 사람들을 감안한 전향적 조치며 이를 통해 지나친 국가주의·자국 중심주의에 대한 그동안의 비판에서도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올림픽 모바일 무료 애플리케이션 역시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영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하나의 공중파 방송이 올림픽을 맡아왔다. 서울올림픽 이후 BBC는 계속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ITV, 채널4, Five와 같은 여타 지상파 공공 서비스 방송사들과 상업 방송사들은 기본적으로 뉴스 시간 몇 분을 제외하고는 올림픽 관련 소식을 내보내지 않는다. 지상파 방송 3사 모두가 지나친 올림픽 보도와 방송에 '올인'해 정치·사회·문화 이슈를 놓쳐 국민들의 알 권리를 빼앗아버린 우리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BBC TV 올림픽 방송 스트림

BBC TV 올림픽 방송 스트림 ⓒ 박성우


올림픽 중계-여타 프로그램들의 조화, 우리도 배워야

이번 런던올림픽 기간 각국에서 온 관광객, 응원단들과 영국의 시청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적어도 네 가지의 서로 다른 스크린을 통해 시청할 수 있었다. PC, 모바일, 태블릿, 그리고 각종 TV 연계 수단(스마트 TV·게임 콘솔·BBC 레드버튼)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주요 방송은 3D는 물론 세계 최초인 초고화질 '슈퍼 하이 비전(Super Hi Vision)'으로 방송됐다. 더불어 모든 참가 선수, 경기, 대회 장소와 영국 전역에 대한 정보를 BBC 누리집을 통해 제공하고, 트위터와 소셜미디어 중계와 라이브 업데이트도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영국에서는 디지털 인터랙티브 서비스의 투자에서 성공을 거둔 BBC 하나만으로도 런던올림픽 기간 예전에 비해 훨씬 많은 콘텐츠가 무제한적으로 공급됐다. 또한, 영국 방송 전체적으로는 다른 채널들과 함께 뉴스·보도·오락프로그램 등이 균형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그동안 시청자 중심의 방송 서비스 발전과 혁신에 스스로의 한계를 보여 왔고, 여전히 자국 중심주의적 소수 콘텐츠에 대한 중복·반복 방송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우리 지상파 방송은 글로벌 시대에 BBC와의 격차가 갈수록 더 커지는 것이 분명해 보여 씁쓸함이 더해진다.

런던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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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문화연구자. 지역의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함. 10여년 전 유학시절 <오마이뉴스> 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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