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년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숙적 아스널과 준결승 2차전에서 결승으로 가는 마지막 혈투를 치릅니다. 홈에서 1차전을 치른 맨유는 1-0 신승을 거두며 원정경기를 떠났습니다. 피 말리는 1점차 승부. 그러나 맨유는 아스널과의 경기가 부담스러우리라는 언론과 팬의 예상과는 달리 경기 시작 7분 만에 터진 박지성 의 득점으로 앞서나가며 일찌감치 결승 진출을 확정짓습니다.

이때 박지성이 득점한 이후 가장 먼저 달려와 축하해준 선수는 바로 팀 동료 대런 플레처. 이제 퀸스파크레인저스(QPR) 이적으로 맨유의 박지성은 추억으로 남게 되었지만, 당시의 사진 한 장은 플레처를 박지성의 절친으로 알린 대표적 사진으로 아직 우리나라 축구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박지성을 잘 챙겨준 것으로 알려져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플레처가 은퇴 위기에 몰렸습니다. 원인은 부상이 아닌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질병 때문입니다. 플레처는 작년 11월 이후 궤양성 대장염 때문에 전력에서 이탈해 있습니다.

지난 5월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의료진이 플레처를 잘 돌보고 있으며, 플레처 또한 복귀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라며 그의 성공적인 복귀를 기대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2일 퍼거슨은 현지 언론에 "아직 플레처는 훈련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많은 걸림돌을 거쳐야 한다"며 플레처의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고 시인했습니다.

이어 퍼거슨은 "계속해서 플레처를 기다릴 생각이지만 그가 시즌 초반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약 그의 복귀가 불발된다면 구단에서 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줄 것"이라며 사실상 은퇴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쳐 플레처는 궤양성 대장염으로 축구화를 벗어야 할 위기에까지 봉착했습니다.

플레처의 질병, 얼마나 심각하길래?

플레처의 그라운드 복귀를 막은 질병으로 알려진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염증 또는 궤양이 생기는 만성 재발성 장질환입니다.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6~8명, 유병률은 70~150명이며, 15~35세의 젊은 층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입니다.

증상으로 하루 수차례의 혈액과 점액을 함유한 묽은 변 또는 설사, 심한 복통, 체중감소 등이 있습니다. 설사의 원인은 대장이 흡수를 못하기 때문인데 궤양성 대장염이 대장을 많이 침범하면 설사가 심하게 발생해 하루 10회 이상 설사를 하기도 하고 변실금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변은 무른 변에 피와 점액이 섞여 있거나 피고름처럼 나올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심하면 입원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증상이 경미하게 나타나므로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으며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가벼운 질병, 선수들에게는 치명적

한정호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일반인들이 궤양성 대장염을 앓을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정상생활을 할 수 있지만, 축구와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는 축구선수라면 치료를 받으면서 축구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이런 병을 앓는 경우) 질병 정도가 중증 이상이면 구단에서 코치 등으로 알아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플레처가 시즌 중 궤양성 대장염의 증상이 재발한다면 개인은 물론이고 시즌 중 엔트리가 정해져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선두권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맨유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궤양성 대장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약물 복용이 필수인데, 약물 복용이 플레처의 경기 출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 교수는 "운동 선수들은 궤양성 대장염을 치료하기 위해 치료제로 쓰이는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도핑테스트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운동을 하면서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비록 궤양성 대장염 치료는 아직까지 완치에 이르게 하는 치료법이 없지만, 대부분 치료는 어렵지는 않습니다. 보통 항염증제, 부신피질 호르몬제 등이 주로 사용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면역억제제와 항생제, 기타 여러가지 약물을 선택적으로 처방하기도 하는데,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한 교수는 "대부분 환자들은 일상생활을 하는데 거의 지장이 없으며, 약물 치료만으로도 큰 호전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 교수는 "일부 환자는 증상이 매우 심해지고 약물 치료가 되지 않을 때 대장 전체를 절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합니다.

언제나 성실한 자세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대런 플레처. 그가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병마를 이기고 다음 시즌에도 그라운드에 서기를 기대하지만, 설령 은퇴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더라도 그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프로정신은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것입니다. 플레처 선수의 빠른 회복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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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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