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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새로운 생각'
'주변 전세시세의 80% 이하로 최장 20년까지 내 집처럼'

서울특별시와 SH공사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의 슬로건입니다. 하지만 슬로건은 그저 슬로건일 뿐, 서민의 주거안정 등의 취지가 무색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SH공사가 입주 2년이 도래하는 상암2지구 장기전세주택, SHIFT의 전세보증금을 5% 인상하겠다는 공문을 공지했습니다. 59㎡, 84㎡, 114㎡ 각각 약 555만 원, 920만 원, 1120만 원을 인상한다는 내용입니다.

SH공사가 보낸 공문
 SH공사가 보낸 공문
ⓒ SH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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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이유는 주변 전세시세가 20%이상 인상되었고, 주거물가지수도 8%가량 올랐기 때문에 입대주택법 시행령 상 최고한도인 5%를 인상한다는 것입니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집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의 대상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겠다는 서울시의 시프트에 대한 정책의지가 무색해지는 논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SH공사의 논리, 주변 시세의 80%에 도달할 때까지는 전세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대로라면, 주변 전세시세가 폭등을 하거나, 점진적으로 상승하거나에 관계없이 장기전세주택(이하 시프트)의 전세보증금은 매 계약갱신 단위(2년)마다 5%씩 자동적으로 오르는 주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지금처럼 20% 정도의 폭등이 이루어진 시장에서는 주변시세 2억 원인 전세가가 2억4천만 원이 되었기 때문에 1억6천만 원(주변 시세의 80%)에 공급되던 시프트는 2억4천만 원의 80%인 1억9천2백만 원이 될 때까지 인상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2년 단위로 5%씩 4차례를 올려야 하는 것입니다. 향후 전세시장이 안정된다고 하여도 시프트는 이미 오른 주변의 전세시세의 80%를 감당하기 위해 2년 단위의 갱신 때마다 5%의 인상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지요. 일반전세입자들이 폭등기에 한 차례 홍역을 치른다면, 시프트 입주자들은 입주 기간 내내 감기몸살을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이지요.

시프트는 공공의 자산을 투입하여 서민의 주거안정을 꾀하는 주택이기 때문에 일정 정도 입주 자격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소득기준입니다. 2010년 상암2지구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르면 59㎡의 소득기준은 약 300만 원(4인 가족 기준)입니다. 월 소득 300만 원 미만의 가구만이 상암2지구 시프트에 청약, 입주할 자격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금번 SH공사의 인상논리를 59㎡기준으로 보면 입주자는 매년 소득의 10% 내외를 저축하여 전세금을 올려주어야 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됩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그리 녹록한 일도 아니고, 오히려 시프트 입주자를 급등한 전세시장으로 내어 몰거나, 전세금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을 증가시키는 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집 걱정으로 답답하던 시간을 인생의 소중한 가치로, 여유로운 시간으로 바꿔 드리고자 한다'는 누리집의 문구는 그저 듣기 좋은 말이 돼 버렸습니다.

시프트는 공공택지에 공급되거나 또는 역세권시프트, 재건축 등의 과정에서 공급됩니다. 공공택지에 공급될 경우, 택지개발과 공급과정에서 상업용지, 주거용지 등의 택지가격을 높인 대가로 싼 가격 또는 무상으로 택지를 공급받아 지어진 주택이라는 뜻입니다.

2010년 3월 SH공사가 공개한 '상암2 택지개발사업지구 특별공급아파트 조성원가 및 분양원가공개'를 보면, SH공사는 상암2지구 시프트를 건설하기 위한 택지(14만8273㎡)를 무상으로 공급받고, 무상공급 받은 택지비는 유상공급분 19만3538㎡에 반영, 상암2지구 분양아파트의 분양 원가에 고스란히 반영하였습니다.

역세권 시프트나 재건축 시프트 등의 경우도 SH공사는 서울시가 사업주에게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가로 사업주 또는 조합으로부터 공사비 수준에서 시프트를 취득합니다. 따라서 SH공사가 공급하는 시프트의 원가는 건축 공사비와 동일합니다.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 시점의 전세보증금은 시프트의 취득원가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투입 원가보다 높습니다. SH공사는 상암2지구에 공급된 시프트의 전세보증금으로 공사비를 대체하였기 때문에 해당 시프트로 인해 어떠한 금융적인 추가부담도 없습니다.

평형 별 공사비·전세보증금
 평형 별 공사비·전세보증금
ⓒ 서울특별시 SH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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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는 현재 상암 DMC, 가든파이브 등의 택지 미분양 등으로 상당한 금융부담과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부동산 불패신화에 매몰된 무분별한 개발추진이 빚은 문제들입니다. 결코 시프트로 인한 문제들이 아닙니다. 공사비가 선지급되고 입주 시기에 전세보증금을 받기 때문에 시차에 따른 캐쉬플로우의 미스매칭이 존재할지라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모든 장기전세주택(시프트)는 SH공사가 전세금 수준에 취득한 자산입니다. 따라서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전세금 수준에 취득한 자산을 주변시세, 주거물가지수 등을 논리로 최초의 공급가격과는 무관하게 주변 시세의 80%가 될 때까지 전세보증금을 인상하는 것은 공공의 자산으로 SH공사의 이익을 취하는 불합리한 행동이라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전세보증금이 폭등하고 전세난이 가중되는 현실과 광범위한 경기불황의 그늘에 처해있는 현실에서 서민의 주거안정을 목표로 추진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전세보증금 인상은 SH공사의 무분별한 개발추진으로 발생한 손실과 캐쉬 플로우의 부족분을 서민의 주머니에서 전세보증금을 털어 메우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전세보증금 인상공문과 관련하여 SH공사의 담당자와 어렵게 통화한 대목에서도 시프트의 취지나 정신에 대한 가치 기준은 전혀 없었습니다. SH공사 담당자는 "임대주택법 시행령과 계약서에 준해서 처리하는 것"이라며 "전세보증금의 인상은 임차인과 협의나 조정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만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가치 기준이라면 SH공사의 존립 이유는 없다고 판단됩니다. 토지비가 공짜고 공사비만 들여서 주택을 취득할 수 있고, 주변 시세의 80%라는 이유로 입주를 꿈꾸는 청약예정자들은 줄을 서 있고, 주변 전세시세가 오르면 주변시세의 80%에 도달할 때까지 무조건 전세보증금을 올릴 수 있으며, 20년만 전세를 주고 나면 그 토지와 건물이 온전히 자기의 자산이 되는 사업이라면 SH공사가 아니어도 수없이 많은 민간 사업자가 참여를 희망할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까닭에 집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수없이 많은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거의 매달 쏟아집니다. 일반적인 시장에서 집주인들은 전세보증금을 올려서 집을 보유하는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킵니다. 이런 일을 서울시와 SH공사가 똑같이 자행한다면 지방정부, 지방 공기업으로써의 마땅한 사회적 책임을 게을리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정책도입의 취지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런 장면에서 서울시와 SH공사가 집주인으로써 시프트입주자들에게 '갑과 을'의 논리, 힘의 논리를 통용시킨다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 의회는 장기전세주택과 관련된 조례 등의 개정을 통하여 SH공사가 시프트의 전세보증금 인상 등과 관련하여 보다 합리적인 제도가 만들어 지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로 이 기사를 링크하여 박원순 시장님의 트위터로 멘션할 예정입니다. 부디 서울시와 SH공사가 존립의 목적과 이유를 분별하는 일, 장기전세주택의 취지와 목적을 지키는 일로 Back to the Basic 하기를 당부해 봅니다.



태그:#시프트, #장기전세주택, #전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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