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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달라스 한인타운인 해리하인즈 지역 아시아나 프라자의 간판
 미국 달라스 한인타운인 해리하인즈 지역 아시아나 프라자의 간판
ⓒ 이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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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업무로 스트레스가 찾아 올라치면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며, 밥 앞에서 경건하게 마음을 추스르게 되는 것이 직장인의 삶이다.

그런데 "오늘 점심, 무엇을 먹어야 하나"라는 화두는 또 다른 두통거리가 되고 만다. 순두부는 질렸고, 김치찌개는 어제도 먹었는데…. 이 똑같은 고민을 오늘도 해야 하니 말이다. '점심 때우기'는 이곳,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서도 녹록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이지만, 한국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달라스 지역에는 이미 서너 개의 중국집을 비롯하여 순두부식당, 국밥식당, 냉면과 분식 등 비교적 다채로운 한식 메뉴를 접할 수 있다. 한국에 비하면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지만, 이미 5년 차 직장인 아닌가.

과장을 좀 곁들이면 직장생활 1년 차 정도면 이미 달라스 지역에 있는 웬만한 한식당의 맛을 파악하고, 2년 차부터는 어느 식당 주방장이 바뀐 것을 슬슬 알아채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3년 차 부터는? "그래도, 내 집 밥이 최고"이라며 도시락을 챙겨가는 수순을 밟는다.

식당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 외에 불편한 점은 또 있다. '전화 배달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가까운 해리하인즈 지역 인근 한식당까지의 거리는 5~10분 남짓. 어디, 하나 배달되는 곳이 없다. 짧은 거리지만, 직접 차를 몰고 다녀야한다.

점심시간이 따로 없는 나의 일 특성상, 식당에서 주문한 뒤 먹을 것을 가져가는 '투고(To go)' 방식을 선택하는 일이 잦다. 해리하인즈로 가려면 기찻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운이 나쁜 경우 100~200량 기차를 만나면 건널목에서 10분이상 기다리기도 한다. 생각해 보라! 시원했던 얼음 동동 콩국수가 40도를 웃도는 달라스 더위를 만나, 차 안에서 서서히 데워지는 상황을….

점심 해결 후, 간식으로 무엇 먹을까 하는 새로운 고민 시작

 한국에 비하면 선택의 폭이 넓지 않지만 달라스에도 다채로운 한식당이 있다. 사진은 해리하인즈 지역의 한 분식집 모습.
 한국에 비하면 선택의 폭이 넓지 않지만 달라스에도 다채로운 한식당이 있다. 사진은 해리하인즈 지역의 한 분식집 모습.
ⓒ 이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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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3년 전 한 중국집에서 배달서비스를 시도한 적은 있다. 배달비를 따로 지불해야 했지만, 사무실에서 음식을 받아서 먹을 수 있으니 그런대로 편리했다. 하지만 서비스는 오래가지 않았다. 짬뽕 네 개를 주문하던 날, 중국집 주인은 "배달하는 사람이 출근을 안 했는데, 어쩌라고…"라는 배짱을 부렸다. 한국이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여기는 달라스였다.

바쁜 날에는 '투고(to go)' 하기도 번거롭고, 매번 도시락을 싸 달라고 하기에는 아내에게 눈치가 보인다. 그보다도 김치가 들어간 도시락 통을 들고 다니기도 부담스럽기도 하다. 최근 회사는 점심 때우기를 '자취' 방식으로 바꿨다. 집에서 전기 밥통과 그릇을 가져다 놓고, 쌀과 찬 거리는 보름에 한 번씩 한인마켓에서 장을 봐서 냉장고에 채워 넣었다.

메뉴를 고르지 않아도 되는 지금은 밥이 다 되어가는 소리, 그릇 씻는 소리가 점심 고민을 대신하고 있다. 밑반찬 가격은 개당 2불(한화 2400원). 식당 메뉴에 따라 6~10불(한화 7000~12000원) 남짓 지불해야했던 예전과 비교하면 얇은 주머니 사정에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러고 보면 경기가 크게 휘청거렸던 3~4년 전, 어떤 미국인은 자기 사무실이 있는 빌딩식당에 와서 작은 우유 하나를 산 뒤 일회용 접시 하나를 빌리고는, 집에서 가져 온 시리얼에 부어 먹는 것으로 점심을 대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취형태는 생각지 못한 단점이 있었다. 대체 집 밥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정오에 식사하면 3시 쯤부터 배가 고프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간식으로 4시 쯤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한다.

'인앤아웃'이나 '소닉'에 가면 그런대로 괜찮은 햄버거를 4~5불(한화 5000~6000원) 대에서 고를 수 있다. 겨울에는 한인마켓인 코마트 앞의 붕어빵을 찾기도 하고, 양념반 튀김반의 한국식 치킨 가게도 인근에 위치해 있다. 또, 먹냐고? "다 먹자고 하는 일" 아니던가.

자취 방식으로 점심시간에 헤매는 고민은 막을 내렸지만, 우리 회사는 이제 간식으로 무엇을 먹을까하는 새로운 고민에 빠져 들었다. 한 번 먹고자, 내 놓은 방안이 두 번 먹는 일을 만들었으니…. 이것 참, 몰려 오는 칼로리와 빠져 나가는 식비 지출이 텍사스 소떼와 같다.

덧붙이는 글 | '직장인의 점심 투쟁기'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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