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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MBC 사장이 7일 오전 서울 본사에서 관계회사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차경호 전 MBC 기획조정본부장을 대구MBC 사장으로 공식 선임하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대구지부를 비롯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MBC의 지분 51%를 갖고 있는 서울MBC는 당초 지난달 23일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대구MBC 사장을 선임할 계획이었으나 두 차례 연기된 바 있다.

 

파업 57일째를 맞고 있는 대구MBC 노조는 낙하산 사장 선임에 반대해 4월 23일부터 뉴스 등 정규 프로그램 제작을 거부해 왔으나 이날 사장 선임을 강행하자 8일부터 출근저지 투쟁에 나서는 등 강력 투쟁을 결의했다.

 

대구MBC 노조는 7일 성명을 내고 "내일(8일) 아침 7시 30분부터 대구MBC 사옥 출입구와 사장실 입구를 중심으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며 "인사가 철회될 때까지 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MBC를 짓밟은 김재철 사장의 하수인인 당신, 언론인으로서 영혼과 양심을 팔아먹은 당신을 우리는 대구MBC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사퇴하고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구MBC를 비롯한 지역 MBC의 낙하산 사장 저지투쟁은 단지 '자사 사장 선임'만을 요구하는 투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역 이기주의나 자사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신군부에서 비롯된 지역 MBC의 왜곡된 소유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근본적 고민이 깔려있다는 것.

 

서울MBC-지역MBC,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회복해야

 

대구MBC를 비롯한 지역 MBC는 지난 1980년 이전에는 민간이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었으나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언론통폐합조치로 민간소유 주식 중 51~100%가 서울MBC로 강제 이관되었다.

 

당시 대구MBC도 쌍용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군부가 강제로 51%의 지분을 서울MBC로 이관시켰다. 이후로 서울MBC가 대주주가 되어 왜곡된 본·계열사 관계가 성립되었다. 이로 인해 가맹사 체제에서 계열사 체제로 바뀌고 수평적·유기적이던 관계가 점차 수직적, 종속적 관계로 변질됐다고 주장한다.

 

지역 MBC의 일방적 사장 선임구조 고착화로 인해 보도·편성·경영·기술 등 방송 제반 부분에 걸친 독립성 침해되고 지역방송의 심각한 위상 축소 등의 문제가 초래되고 있다는 게 노조를 비롯한 지역MBC 구성원들의 견해다.

 

대구MBC의 '낙하산 사장 저지투쟁'의 밑바탕에는 서울MBC와 지역MBC의 왜곡된 '수직적 관계'를 신군부 이전의 '수평적 관계'로 회복시켜 지역방송사의 자율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정신이 깔려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지역방송협의회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는 서울MBC가 가진 지역사에 대한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이관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서울MBC가 지역 MBC의 지분을 포기함으로써 지역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차경호 신임 대구MBC 사장은 "8일 오전 정상 출근해 맡은 일을 할 것"이라며 "노조와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방송사파업, #사장선임 반대, #차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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