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주)팔레트픽처스


첫째, 국가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 이를 소탕해 나갈 것.

둘째, 민주사회의 기틀을 위협하는 불법과 무질서를 추방할 것.

셋째, 과소비와 투기, 퇴폐와 향락을 바로잡아 '일하는 사회',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

1990년 10월 노태우 대통령이 발표한 특별 선언, '범죄와의 전쟁'의 내용이다. 민생 치안 확립을 위한 것으로, '10·13 특별 선언'이라고도 한다. 헌법에 보장되는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로 발휘하여 범죄와 폭력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범상치 않은 두 남자의 이야기가 극장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폼나고, 때로는 잔인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이야기가 상당히 괜찮은 구석이 많다. 바로 최민식, 하정우 주연의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다.

폼나게 살아야 될 것 아이가?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은 어느 날, 순찰 도중 발견한 히로뽕을 일본으로 밀수출하여 큰 돈을 만지고자 한다. 부양해야 할 가족은 많고, 돈은 없는 그에게는 최고의 기회였던 것. 그리고 밀수출의 줄을 잡기 위해 부산 최대 조직의 보스 최형배(하정우)를 만난다.

그런데 알고보니 최익현과 최형배는 먼 친척뻘로, 최익현은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어른 행세를 한다. 최형배는 어느덧 최익현 특유의 친화력에 넘어가 그를 '대부'로 모시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손을 잡아 부산을 접수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최익현은 머리, 최형배는 주먹을 맡아 조직을 확장해 나가던 그들은 어느 순간 위기를 맞게 된다.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면서 각 조직은 물론 조직원들조차 살아남기 위한 배신과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 것이다.

예상보다 재미있는, 무겁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주)팔레트픽처스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은 상당히 매력있는 작품이다. 그 매력은 예상을 깨는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포스터와 예고편만 보면 <부당거래>, <사생결단>, <비열한 거리> 등 조폭 영화들이 떠오르는데, 막상 관람하고 나면 이들 영화와 사뭇 다른 느낌이 느껴진다.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잔인하면서도 어둡고 침울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만 <범죄와의 전쟁>은 생각보다 유머러스한 구석이 많다. 그 유머러스함은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선입견을 확실하게 깨주면서 예상치 못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그 유머러스한 장면들은 관객들을 상당히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웃다가도 긴장하게 만들고 다시 웃도록 해주는 이 영화는 관객들이 몰입토록 하는 방법을 잘 아는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시간을 넘나드는 구성 또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시켜 재미를 더한다. 최익현이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체포되는 장면부터 시작하는 영화는 어느덧 최익현의 과거 모습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그의 현재 모습으로 돌아오는 등 적절한 타이밍에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지루할 틈이 없도록 한다.

흥미진진한 최익현의 성장 과정 그리고 위기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주)팔레트픽처스


영화가 또 하나 재미있는 이유는 생각보다 이야기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느껴진다. 얽히고 얽힌 조직과 조직원들의 배신 그리고 음모가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조직 대 조직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참신하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철저히 최익현의 이야기로 균형을 잡는다. 아무 것도 없던 공무원 최익현이 어느 순간 '대부님'으로 불리며 어느 한 조직의 우두머리 격 인물로 성장하는 과정은 충분히 흥미롭다.

그 과정에 역시 유머가 빠지지 않고, 최익현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과 최익현을 연기한 최민식 특유의 능청스러움이 더해져 관객들은 어느덧 최익현이라는 인물에 확실하게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성장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렇게 최익현이 성장하고 나면 영화는 본래 가려던 길을 가게 된다. 유머는 조금 옅어지고, 음모와 배신 등 이런 부류의 영화들이 가지는 긴장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이렇게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이런 부류의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는 만족감을 주면서, 이런 부류의 영화에 대한 약간의 반감이 있을 수 있는 관객에게는 예상치 못한 재미를 선사하며 매력도를 높인다고 하겠다.

폭발하는 배우 시너지 효과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주)팔레트픽처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이 무엇보다 더한 매력을 갖는 것은 배우들 덕분이다. 최민식과 하정우의 조합은 그야말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듯하다.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은 폭발적이지만, 과하지도 않아 상당히 만족스럽다.

최익현을 연기하는 최민식은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이제는 최민식하면 <범죄와의 전쟁>이 떠오를 정도로 이 영화는 최민식을 위한, 최민식에 의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하정우는 이번 영화에서 상당히 많은 이미지를 넘나든다. 약간 어느 부분이 모자란 듯한 순진한 구석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상당히 섬뜩한 모습을 보여주며 다양한 색깔을 적재적소에 보여줘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이 영화가 더 인상적인 것은 조연들 또한 약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김판호 역의 조진웅, 김서방 역의 마동석, 조범석 검사 역의 곽도원, 박창우 역의 김성균 모두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강한 이미지를 뇌리에 남긴다.

1980년대의 이야기지만, 현재가 보이는 영화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주)팔레트픽처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1980년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조직에 몸을 담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최익현의 행보는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그의 이야기에 1980년대는 물론 현재도 보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낮추면서 아부하고, 때로는 자기보다 낮은 사람에게는 떵떵거리면서 있는 척하는 사람. 자신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모든 사람의 연락처가 담긴 노트를 들고 다니는 사람. 이 최익현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길게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확실하게 자기 노선을 보여주는 조범석 검사의 마지막도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보여진다.

영화의 마지막은 조금 아쉬운 느낌이 있다. 소름끼칠 정도로 상당히 강렬하고 섬뜩하지만 약간 마지막에서 과해지는 느낌이다. 반대로 지금의 결말이 아니라면 심심했을 것도 같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그런 점이 있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꽤 괜찮은 범죄 영화라 할 수 있겠다. 130분이 넘는 기나긴 러닝타임을 갖고 있지만, 지루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범죄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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