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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마징가z에 맞서 한국산의 색깔을 띄고나온 로보트태권v는 오랜세월동안 많은 시리즈를 내며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일본의 마징가z에 맞서 한국산의 색깔을 띄고나온 로보트태권v는 오랜세월동안 많은 시리즈를 내며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 로보트태권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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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지어질 때가 있다. 특히 배고팠던 시절을 경험했던 30대 이상의 세대라면 지금은 사라졌거나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추억이 한두 개쯤은 있을 것이다.

'뻥튀기'나 '엿'에 눈이 멀어 부모님 몰래 쌀을 퍼가고 냄비, 그릇 등을 가져가다 들켜서 종아리를 맞았던 기억, 네모 딱지나 동그란 딱지, 병뚜껑 등을 확보하는 데 목숨(?)을 걸었던 기억, 쥐불놀이를 하다가 짚단을 태워먹고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쳤던 기억 등.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만화에 대한 추억 역시 빠트릴 수 없을 것이다. 개인차에 따라 만화를 좋아하는 성향과 관심도는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아동기, 초등학교 시절에 접했던, 특히 만화영화라는 장르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이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1970~1980년대에 소년기를 보냈던 이들이라면 <마징가Z> <로봇태권V> 등 일명 거대로봇으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에 대한 향수를 다들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의 눈으로 보면 유치하게까지 보이는 무쇠덩어리, 로켓형 로봇들이지만 당시에는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시대는 분명 현대에 가까운 것 같은데 악당들이나 이에 맞서는 우리의 주인공들은 최신식 병기를 가지고 홀로 지구의 평화를 지키던 설정. 이것저것 논리적으로 따지지도, 따질 줄도 몰랐던 그 시절에는 그저 모든 것이 다채롭고 재미나기 일쑤였다.

30~40대 성인이라면 아련하게 떠오르는 '쏠라원투쓰리'를 기억할 수 있을것이다.
 30~40대 성인이라면 아련하게 떠오르는 '쏠라원투쓰리'를 기억할 수 있을것이다.
ⓒ 쏠라원투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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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영웅상'

<블리치> <이웃집 토토로> <원피스> <에어 마스터> <마법소녀 마도카> <꿈먹는 메리> <바람의 검심> 등 요즘 인기 있는 만화들을 열거해 보면 보통의 어른들은 들어보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만화라는 분야에 특별히 관심이 있거나 연관된 직업을 가지지 않는 이상 통상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어린 시절에 가졌던 흥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눈과 마음에서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마루치 아라치> <똘이장군> <마징가Z> <로봇태권V> <황금박쥐> 등 흘러간 만화들을 언급한다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만화들이 지금의 아이들의 정서를 반영한다면 후에 열거한 만화들은 당시 어른들의 어린 시절을 지배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의와 지구 평화를 위해 싸우는 거대 로봇의 활약은 어린 시절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영웅상의 시작이었다. 이러한 캐릭터를 모르면 친구들과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현재는 학부모가 된 ㅊ아무개(37·자영업)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영화에 너무 빠져드는 것 같아 한동안 시청을 통제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 역시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이 생각나 쑥스러운 기분이 든다"며 "현재의 눈으로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로봇 만화들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환상을 심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도구 중 하나 같다"고 말했다.

로봇 앞에 서면 모두가 한마음

현재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전북 김제지역의 경우 행정구역상 '시'이지만 안타깝게도 극장이 하나도 없다. 지역의 크기, 인터넷과 비디오 시스템의 발달 등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현재의 불경기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전국적으로 따져봤을 때 비단 이런 곳은 김제뿐만은 아닐 것이다. 어찌 보면 중소도시의 현실일 수도 있다. 198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김제지역에는 '중앙'과 '제일'이라는 극장이 있었으나 1990년대 '제일'의 폐업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웬만큼 잘사는 가정이 아니면 비디오가 귀했던 1970년대, 1980년대 초반에는 극장에서 만화영화를 개봉한다 하면 지역 내 초등학생들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비록 대도시에서 개봉하는 때보다 수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지나서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형태를 띄기는 했었지만 그런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아이들은 한참 전부터 부모들에게 떼를 쓰기 일쑤였다. 채 1000원이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50원짜리 핫도그도 맘대로 사먹기 힘들 정도로 궁한 시절이었던지라 돈을 주고 만화영화를 시청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 어렵사리 부모에게 관람료를 타오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일부 어린이들의 경우는 몰래 들어가는 모험을 감행하다가 직원에게 걸려 벌을 서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힘들게 극장으로 들어가 관람하게 되는 만화영화를 보는 기분은 남달랐고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로봇영웅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또 집중할 수 없었다.

지구를 침략한 외계 악당들에 맞서 우리의 주인공 로봇이 필살의 무기로 적을 격파하는 순간, 누군가가 박수를 치기 시작하는 것을 신호로 관람하던 모든 어린이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쳐댔다. 순식간에 극장 안은 로봇영웅을 축하하는 박수의 물결로 뒤덮였고 그렇게 우리는 로봇 앞에서 한마음이 되었다.

스페이스 간담V는 결과적으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본딴것을 비롯 이름마저도 건담에서 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시의 상당수 국산 로봇만화는 알게모르게 외국만화를 일정부분 따라하고는 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나름대로는 한국적인 색깔을 입히려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스페이스 간담V는 결과적으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본딴것을 비롯 이름마저도 건담에서 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시의 상당수 국산 로봇만화는 알게모르게 외국만화를 일정부분 따라하고는 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나름대로는 한국적인 색깔을 입히려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 스페이스 간담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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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을 점령한 우리의 영웅들

최초의 극장용 국산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을 꼽는다. 당시 국내 영화 10개 작품의 제작비에 해당하는 5400여만 원을 들여 1967년에 개봉한 이 작품은 개봉 4일만에 10만에 달하는 관객이 몰렸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이후 <호피와 차돌바위>(1967), <황금철인>(1968), <홍길동 장군> <보물섬>(이상 1969), <호동왕자와 낙랑공주>(1971) 등이 만들어졌지만 다시금 만화영화 제작은 잠정 중단의 시기로 들어서게 된다. 값싼 수입 TV용 만화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후 그 유명한 <로봇태권V>가 1976년 김청기 감독에 의해 만들어져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하게 되고 <로봇태권V 수중 특공대>(1977), <황금날개> 1·2·3편, <달려라 마징가X> <태권V와 황금날개의 대결>(이상 1978), <우주전함 거북선>(1979), <로보트 킹> <혹성로보트 썬더A>(1981), <쏠라 원투쓰리> <슈퍼 태권V>(이상 1982), <84태권V> <스페이스 간담V> <태극소년 흰수리> <은하전설테라> <비디오 레인저007>(이상 1984), <로보트군단과 메카3> <똘이와 제타로보트>(이상 1985)까지 로봇 만화영화는 한동안 그칠 줄 모르는 전성기를 달렸다.

변화하는 시대를 의식한 탓인지 김청기 감독은 1985년부터 개그맨 심형래를 주연으로 <외계에서 온 우뢰매> 시리즈라는, 실사와 만화가 혼합된 거대 로봇장르를 등장시켜 각광을 받았으나 이후 비디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실질적으로 극장용 국산로봇만화는 막을 내리게 된다.

여기에는 사회·경제적 변화는 물론 한때 로봇만화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반공정신의 암묵적인 주입이라는 가치·의미가 약해진 것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태극소년 흰수리>가 <독수리 5형제>를, <쏠라 원투쓰리>가 <갓마즈>와 <썬발칸>을, <슈퍼타이탄15>가 <다이아라가XV>를, <스페이스 간담V>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본따는 등 사실상 대다수 국내 로봇만화가 일본 캐릭터들을 흉내낸 것이 사실이지만 나름대로 리메이크(?)되는 과정에서 좀더 우리 정서에 맞게 바뀐 부분도 있는지라 표절로만 폄하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먼길을 도보로 통학하고 버스비를 모아 만화영화를 관람했을 정도로 만화광이었다는 ㅈ아무개(30·주부)씨는 과거 로봇만화에 대한 추억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그 시절 로봇영웅들을 통해 꿈과 환상을 키워왔고 또 그로 인해 많은 즐거움을 누렸던 것 역시 사실인 만큼 지금은 한때의 추억으로 잘 간직하고 있다"며 "이제는 기억하는 이들조차 많지 않을 정도로 까맣게 잊혀져가고 있지만 우리들 세대를 돌아보면 언제나 같이할 소중한 이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디지털 김제시대>에 송고한 글을 수정·각색했습니다.



태그:#스페이스 간담V, #거대 로보트, #쏠라원투쓰리, #로보트 태권브이, #만화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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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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