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본 규슈의 유명 관광지 하우스텐보스에 나들이 나온 여성들이 검은색 양산과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다.
 일본 규슈의 유명 관광지 하우스텐보스에 나들이 나온 여성들이 검은색 양산과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다.
ⓒ 전은옥

관련사진보기


3년 전 여름, 일본에서 한국으로 견학을 온 사법고시 준비생들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 있는 나눔의집, 도라산역과 오두산전망대 그리고 서대문형무소와 서울시청광장 등 의미있는 장소를 견학하고 교류할 기회가 있었다.

대학생에서부터 증권회사에 다니다가 일을 그만둔 여성, 이미 흰머리가 가득하지만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자 하는 초로의 남성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견학팀 중에는 원피스에 하이힐 그리고 검은 양산까지 갖춘 여성이 있어 눈에 띄었다.

'며칠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해외 견학인데 원피스에 하이힐이라니 불편하지 않나? 고생 좀 하겠는데'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양산이 눈에 들어 왔다. 검은색에 독특한 디자인을 한 고급스런 느낌의 양산이었다. 그날 양산을 쓰고 나온 사람은 그녀뿐이기도 했지만, 기자도 난생 처음 검정 양산 쓴 사람을 봤기 때문에 신기했다.

그 후, 일본에 가서 생활을 해보니 약간 흐린 날에도 여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양산을 쓰고 다녔다. 심지어는 반팔을 입고 나머지 노출된 팔 부위에는 토시 비슷한 것을 자외선 차단을 위하여 끼고 다녔다. 한국에서는 흐린 날 양산을 쓰고 나가면 왠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이는데 일본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게 마음 편했다. 그런데 일본인 여성들이 쓰는 양산의 색상은 대부분 어두운 계열, 특히 검은색이었다.

흰색·꽃무늬 양산 NO! 검은색 양산 쓰는 일본 여성들

한국에서도 양산을 열심히 쓰고 다니던 기자는 일본에 있을 때 햇볕 쪼이며 몸으로 뛰는 취재와 연구활동이 많아져 더욱 가방 속에는 거의 매일 양산을 챙겼다. 한국에서 가져간 것은 밝은 색의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선물받은 제품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전부 검은 양산을 쓰고 있는 것을 보니, 그동안 양산을 써도 눈이 부시고 뜨거운 기분이 들었던 차에 아는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왜 일본 여성 분들은 검은색 양산을 쓰나요? 거의 다 그렇네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었거든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자상하게 답해 주셨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검은색 양산이 자외선 차단 효과가 더 높다고 해서 그 뒤로는 웬만한 사람은 거의가 다 검은색을 쓰고 다녀요."

처음 볼 때만 신기했지 두 세 번 보니, 자꾸만 탐이 나던 검은색 양산이 실제로도 한국에서 인기있는 연한 꽃무늬 양산보다 더 피부를 보호해준다고 하니, 빈곤한 주머니 사정을 살피며 언젠가는 멋진 검정 양산을 사야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지금도 서울에서 집밖을 나갈 때는 검은색 양산을 사용한다. 그러면 한 번씩 힐끔거리는 눈길이 느껴질 때가 있다. 한 번은 점심약속이 있어 예의 양산을 들고 나갔더니, 나이가 지긋하신 지인이 "넌 왜 양산을 안 쓰고, 우산을 쓰고 다니니?"라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셨다. "이거 양산 맞는데요. 검은색 양산이 자외선 차단을 더 잘 해준대요"라고 대답하기는 했지만, 어쩐지 내 말이 받아들여진 것 같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서울 거리에서도 종종 검은색 양산을 볼 수 있다. 일본에 있을 때는 물가가 비싸서 잠시 한국에 들어왔을 때 국산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1~2년 전에는 우산과 양산을 판매하는 가게를 찾아가도 검은색 양산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전문점이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검정색 양산의 특징이라고 하면 사이즈가 작고 레이스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양산에는 꼭 레이스를 달아서 "저 양산이에요"라고 써붙이고 다녀야 하나? 레이스 달린 부분은 자외선 차단도 못해주고 면적만 차지하는데.

취향 따라 흰색에 꽃무늬가 프린트된 양산이든, 고급자수 양산을 쓰든 그거야 양산 쓰는 사람 마음대로다. 양산이든 모자든 아무 것도 없이 다니는 이도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왕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나 신체를 보호해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맑은 날뿐 아니라 약간 흐리다 싶은 날도 꼭 자외선 차단제나 모자, 양산 등을 꼼꼼히 챙기는 게 좋다. 하얀 피부를 보존하고 싶은 사람뿐 아니라, 피부병이나 여드름, 탈모, 백내장, 기타 그밖의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자외선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피부 노화에도 자외선이 독이라 하지 않는가.

흰색과 검은색 양산의 효과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전문가가 면밀히 조사해서 자료를 제시해주면 좋겠지만, 일본의 여성들이 검은색 양산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과 미용을 동시에 챙기고자 하는 이유에서였던 것이다.

"이제 밖에 나가면, '넌 왜 비도 안 오는 햇빛 짱짱한 날에 우산을 쓰고 다니니?'라는 질문을 안 받아도 될까요? 검은색이든 하얀색이든 화려한 꽃무늬든 흐린날에도 꼭 양산 쓰고 다니세요. 자외선 차단제도 꼭 바르시고, 모자도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피부 좀 안 타보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자외선은 몸에 독이니까요."    


태그:#자외선 차단, #양산, #검정 양산 흰 양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