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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전시회에서 문용욱 대표가 노 대통령 사진 앞에 섰다.
▲ 문용욱 대표 서울미술관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전시회에서 문용욱 대표가 노 대통령 사진 앞에 섰다.
ⓒ 구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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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이 떠나자 가신은 슬피 울었다. 17년간 모신 주군이었다. 그가 부엉이바위에서 생을 놓아버렸을 때, 가신의 가슴에는 바위 같은 슬픔이 눌러앉았다. 그가 떠난 봉하마을에 남아 묘역을 가꾸고, 생가를 만들었다. 그의 뜻을 기리고, 추모하는 이들을 위해서였다. 2년의 상(喪)이었다. 그는 모친상을 치르듯 2년 동안 꿈쩍도 않고, 봉하마을을 지켰다.

그는 봉하마을에서 2년 상을 접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여전히 탈상(脫喪)하지 않았다. 다만 이제 봉하마을을 떠나, 노무현 정신을 뿌리내리기 위해 '노란가게'를 열었다. '노무현 정신'을 전하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었다.

지난 19일 서울시 낙원동에 위치한 '노란가게' 사무실에서 문용욱(45) 대표를 만났다. 문용욱 주식회사 팀(TEAM) 3.0 대표는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를 지낸 바 있다. 1시간 가량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미래 지향적'이란 말을 자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노무현 정신과 노란가게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편하게 울지 못했던 대통령의 비서

문 대표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유일한 대통령이다. 2009년 5월 29일 광화문 장례식장에서 연화장까지 가던 길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대통령을 가슴에 묻었다. 문 대표는 울 수조차 없었다. 그는 유족들을 수행해야 했기에 가슴 속에 눈물을 삼켰다. 그리고 빈 방을 찾아 한나절을 길게 울었다.

문 대표에게 2년이란 시간은 슬픔을 딛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냐고 물었다. 그는 "충분한 시간이란 것이 있겠습니까? 평생 지고 가야죠. 지난 2년은 하루가 1년 같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1992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셨다. 2002년 수행비서가 되었을 때 노 대통령은 그에게 앞좌석에 타는 것 대신 뒷좌석에 탈 것을 권하며, '나는 지시받는 비서가 아닌, 같이 의논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자 친구이자 스승이었다. 문 대표의 삶 곳곳에 대통령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문 대표는 "인생에서 한참 활동하던 시기에 모셨던 분이기 때문에 이미 (노 대통령은) 제 인생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아직도 꿈에 가끔씩 나온다. 청와대 앞을 지날 때, 광화문 앞을 지날 때 대통령의 빈자리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에게 대통령의 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2년 동안 그는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자제했다. 그는 봉하재단 이사로 재직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을 가꿨다. 2년이 지난 지금 서울로 올라 온 이유를 물었다.

"상을 접은 것이 아니다. 다만 대통령님 서거 2주기라면, 그 분 곁에 있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노무현 대통령님의 말씀과 정신을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올라왔다. 첫 걸음으로 노란가게를 열었다."

노무현 정신의 확산과 공유, 노란가게

노란가게 문용욱 대표
 노란가게 문용욱 대표
ⓒ 구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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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와 팀(TEAM) 3.0 문용욱 대표는 노 전 대통령 관련된 물품과 봉하마을에서 생산된 농산품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 '노란가게'를 열었다.

문 대표는 "쇼핑몰이라고 하니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팔아 장사를 한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 노란가게는 사회적 쇼핑몰이다. 단순히 노 대통령의 말씀을 새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소극적이다. 우리 사회에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시민들이 노란가게에서 상품을 구매해 어려운 곳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란가게가 사회적 쇼핑몰이다? 여전히 오해가 가시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아름다운 가게나 여러 시민단체에서 사회적 기업의 성격을 띤 가게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차 노란가게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자 문 대표의 표정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재작년에 봉하마을에서 수확한 쌀들을 노무현 재단의 회원들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 회원들이 쌀을 어려운 곳에 기부하라고 모두 반송시켰다. 사회에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회원들이 기부하고 싶어하는 곳에 연결시켜주는 중매자일 뿐이다. 회원들이 상품을 직접 구매해서, 필요한 곳에 직접 보내는 것이 더욱 의미있다. 우리는 이것이 더 '노무현 정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란가게는 친환경, 유기농을 지향한다. 노란가게는 친환경 농산물, 친환경 목화로 만든 의류와 액세서리 등 생산과정에서부터 친환경·유기농 방식으로 생산된 친환경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또한 지방자체 단체로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의 정보를 제공받아, 회원들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직접 보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친환경·유기농 상품들은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상품가격을 낮춰, (상품판매의) 이윤을 낮추면 된다. 이 방식이 소비자들의 구매와 기부를 더 활성화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을 하고 싶은 마음들을 적극적으로 발현시킬 수 있다. 그것이 더 노무현 정신에 맞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표는 "노란가게의 목표는 노무현 대통령 정신의 확산과 공유에 있다. 노란가게는 이제 시작이다. 더욱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2011. 5. 23 이제 시작!

지난 4·27 재보선에서 친노 진영의 성지인 김해에서 패했다. 선거결과를 두고 '친노 진영의 분열 가속화', '민주당 - 국민참여당 합당 요구' 등 다양한 말들이 무성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전국적으로 추모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노 대통령 서거 1주기가 '노무현 재단'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올해 2주기는 시민들이 전국적으로 추모행사를 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문 대표는 "바람직한 일이다. 작년 1주기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복잡한 마음들을 같이 나누었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일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4·27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는 "마음 아프지만,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다. 이번 패배를 통해서, 더욱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 이명박 정권 이후에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얘기들이 있다. 역사의 긴 흐름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역사는 뒤로 후퇴하기도 하지만, 결국 진보한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과 시민들은 많은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역사는 발전한다. 강물이 굽이치기도 하지만, 결국엔 바다로 흘러간다. 그 사이엔 아픔도 있겠지만, (역사의 발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손녀인 노서은양의 모습
▲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손녀인 노서은양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손녀인 노서은양의 모습
ⓒ 노무현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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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손녀 서은이가 그린 세상 그림은

노무현 대통령의 손녀인 노서은(7)양은 문용욱 대표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문 대표는 "서은이가 살아갈 세상은 마음 편안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은 가능성입니다. 꿈이 현실이 되는 가능성이죠. 무엇이든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면 이루어집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꿈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꿈이 현실이 되는 사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오면 편안하지 않겠습니까. 서은이가 사는 세상은 그랬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태그:#노무현 대통령, #노서은, #문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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