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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4월 27일)은 강원도의 살림을 꾸려갈 수장을 뽑는 선거일이다. 하지만 나는 왜 내일이 강원도지사를 뽑는 선거일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난해 나는 분명히 우리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지사를 뽑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선거의 결과는 무효가 되었다. 지난해 분명 선거는 했고, 그 결과로 당선자가 분명히 있었는데 강원도에 사는 나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일로 그 당선자는 도지사가 되지 못한 것이다.

 

투표권을 행사한 강원도민으로서 도민이 뽑은 도지사가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결과를 들었을 때 낭패감을 느꼈고, 분노했다. 

 

내 생각이지만, 결격사유가 없어 도지사 선거 후보가 되었고,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이 투표를 했다. 그런데 강원도민은 그 결과를 존중받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낭패감을 느꼈고, 분노한 것이다.

 

위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분명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또 한번 개인 의견이란 단서를 달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지난 선거의 결과에 따라 도지사는 임기 동안 업무를 수행했어야 한다고.   

 

어제까지만 해도 이번 선거 해야 하나 싶었는데...

 

어쨌거나 내일이 보궐선거 일이다. 강원도민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 솔직히 어제까지만 해도 이번 선거에 꼭 참여해야 하나 싶었다.

 

어제 늦은 밤 아내가 이번 선거에 관해 처음으로 한마디 했다. '투표할 거야?' 하고.

 

요즘은 정말 먹고 살기 바빠서 선거에 관심 없는 사람이 내 주변에는 더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어제 저녁, 가까이 사는 지인들과 버섯전골을 끓여놓고 저녁식사 겸 술자리를 했다. 50대로 막 접어든 남자들이었다. 산골 마을에서 방앗간을 하는 신아무개와 농사꾼 김아무개, 그리고 명예퇴직 고민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와 나였다.

 

"이번 선거도 무효가 되는 거 아니야?"

 

신아무개가 불쑥 내뱉은 말이었다. 이전까지 우리는, 몇 년 전부터 올라가면 내려올 줄 모르는 기름값 이야기를 하다가 내 늦둥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친구들과 다투었던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잘되면 또 한 번 할 수도 있겠던데."

 

선거법 위반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과 모 후보 지지자 몇 명이 구속되었다는 것이다.

 

"잘 되었는데 왜 해, 잘못되니까 하는 거지."

 

명예퇴직을 고민하는 김아무개가 말했다.

 

"힘 있는 사람이 당선되면 안 하고, 힘없는 사람이 당선되면 또 하겠지."

 

농사꾼 김아무개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 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논쟁 아닌 말씨름이 시작되었다. 우리 넷 중에 지지 정당이 있는 친구가 둘 있었다. 그것도 지금 후보로 출마한 두 정당의 일반 당원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말씨름은 친구들이란 명분으로 시시하게 끝났고, 집에 일찍 들어가서 TV 토론을 보고 결정하자는 내 제안에 모두 동의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평소라면 분명히 좀 더 시간이 지난 다음 헤어질 친구들이었는데.

 

늘 보았던 우리나라 정치인의 모습을 또 보고 있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의 마지막 TV 토론을 경청했다. 결론은 말싸움뿐인 TV 토론이었고, 두 후보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방송사 사장까지 지낸 사람들이었건만, 그 이미지는 방송이 끝나기 전에 사라져버렸다. 그저 늘 보았던 우리나라 정치인의 모습을 또 봐야만 했던 그 시간이 참 지루하게 느껴졌다.

 

TV 토론이 끝난 뒤 나는 물 한 잔을 마시고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내 걱정도 참 많은데, 두 후보의 앞날이 더 걱정되었다.

 

강원도를 위해서 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 후보나, 강원도의 참 일꾼으로서 의리를 지키겠다는 후보나 내 눈과 귀로는 분별하기 어려웠다. '정말 강원도민을 위하고, 우리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하는 그들의 말이 내 마음 깊숙이 스며들지 않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자기가 해야만 잘할 것이란 생각을 버리고, 정정당당하게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하고 나서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 다음, 같이 강원도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유권자'들에게 TV 토론을 통해 보여주면 안 되는 것일까.

 

왜, 꼭 내가 해야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속에 있는 것까지 다 토해내면서 상처를 주어야만 하는 것인지 바보스러운 사람들이란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그런 내 마음 밑바탕에 분명히 두 사람이 같이하면 더 잘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어있었다. 

 

이번 선거가 끝난 다음 두 사람은 선거에 참여했던 마음과 지혜를 모아 진정으로 강원도민을 위하여 열심히 일해주기를 바란다. 또 이번 선거만큼은 제발 무효가 되지 않도록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비록 힘은 없어도 마음은 순수한 강원도 사람들이 정치 논리의 희생양이 되지 않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


태그:#강원도지사선거, #최문순, #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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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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