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요즘 동네 강아지들도 외우고 다닌다는 '길을 두고 뫼로 가랴' '가덕도 OK 밀양 NO'라는 현수막들이 부산을 온통 도배하다시피하며 이제 거의 볼썽사나운 도시의 얼굴이 된 느낌이다. 오는 30일이면 공항입지선정이 일단락된다고 하지만 사정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이며 정부에 대한 불신과 지역간의 갈등은 더 깊어지고 확대될 것이 뻔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물론 이 모든 것은 1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무려 10조 원이나 들어가는 국가적인 사업을 객관적이고 타당한 계획과 절차에 따르기보다 그때그때 지역의 요구나 선거를 의식하며 무원칙하고 무계획적인 사업을 추진해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 밑바탕에는 이 정부의 '4대강 개발계획'에서 보듯 무조건적인 개발드라이브와 건설마인드로 나라의 앞날과 지역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는 오랜 관행과 타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겠다.

그리고 거기에 편승한 지방정부는 프로젝트 부풀리기, 신공항건설에 목을 매다시피 하면서 '도 아니면 모'식의 과도한 집착으로 분별없는 편가르기와 적대적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면서 막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어느날 갑자기 온 도시를 현수막으로 도배질하며 '동남권 신공항건설'이 지역의 최대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면서 마치 가덕도 해안이 아니면 부산사람들은 다 물알로 갈 것처럼 요란을 떨며 있지도 않은 여론을 몰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의 부산시내를 도배하다시피 하였다
▲ [부산지역에 내걸린 신공항유치 현수막] 거의 부산시내를 도배하다시피 하였다
ⓒ 이성홍

관련사진보기


그러면 이제 과연 가덕도가 아니면 왜 안되는지, 그 이전에 동남권 신공항은 꼭 필요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그동안 이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으나 제대로 시민들에게 이를 알려주거나 토론할 수 있는 자리나 기회가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이처럼 지방정부 차원에서 여론몰이를 해가며 목을 매는 사업임에도 관련자료나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하는 자리나 기회는 오히려 배제되거나 차단된 것이 현실이다.  

그러던 차에 지난 3월 중순 (사)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가 주관하여 '동남권 신공항 시민 심포지엄'을 열었다. 가뭄에 만난 비처럼 반가웠고 진행 또한 찬반 양쪽의 안배로 기본적인 틀과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날 다루어졌던 내용을 중심으로 내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다시 한번 주최 측에 감사드린다.

1. 가덕도, 이게 최선입니까

가덕도 신공항 프로젝트는 부산시가 1990년대부터 꽤나 품을 팔고 공을 들인 숙원사업이라 하겠다.  2005년 '부산권 신공항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와 '부산권 국제항공수요 조사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등 부산시가 신공항조기건설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후 2007년 건교부에서 신공항건설 타당성을 인정하고 2009년 국토부에서 타당성 및 입지조사를 하여 최종후보지 2곳을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아다시피 가덕도와 밀양 하남들이 그곳이다. 이후 입지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최종 후보지 정밀조사 등 최종입지 선정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나 현재까지 정부는 정밀조사를 미루는 등 소극적이 자세를 보이다가 얼마전부터 기존 김해공항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까지 하였다.

이에 대하여 부산, 밀양 모두 완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신공항건설 타당성'이 확보되고 최종입지선정을 앞둔 마당에 정부의 이러한 모습은 전형적인 눈치보기이며 정치적 행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의 신공항 추진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는데 애초부터 정부의 타당성 조사나 입지선정과정이 국가대계를 염두에 둔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것이기보다 그때그때 지역의 요구나 지방정부 달래기식의 땜질식 대응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 동남권 신공항인가, 부산(권) 신공항인가

이제 신공항 건설의 타당성 확보를 전제로 한 부산, 밀양 두 곳의 입지조건을 따져보자. 이를 위하여 신공항건설의 이유와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겠는데 이른바 '동남권'의 의미다. 이는 신공항 추진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해안선 벨트', '남부권(제2관문) 신공항' 등 필요나 의미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쓰여왔으며 '동남권 공항'이라 할 때도 단순한 지역적 명칭이거나 경제권역으로 그 권역이나 개념규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어떤 토론자는 김해공항을 대체하는 '부산(권)' 공항의 필요성을 말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신공항이 부산(권)이냐, 동남권이냐에 따라 입지조건이 달라져야 한다. 현재 부산을 제외한 밀양, 창원, 울산 등 대부분의 경남권 도시와 대구 경북의 경우 접근 편의성을 들어 밀양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부산은 모(母)도시 개념을 들어 부산의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국내선, 국제선 이용객의 다수가 부산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자기 도시나 지역 위주의 접근으로서는 답이 안나온다. 결국 말로만 '동남권'이지 실제로 제논에 물대기식 해석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발전연구원의 '동남광역경제권'은 허구며 거기다 '동남권-큐슈권 초국경 경제권' 주장은 코미디다. 그 주장을 조금 더 옮겨보면 '국가의 광역경제권의 선도권역으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제네트워크 구축'이란다. 무슨 말인지 해석 좀 해달라.)

2) 밀양, 가덕도 두 후보지의 시설적 입지

다음에 공항의 시설적 입지를 살펴보자. 이때 밀양의 경우 내륙의 산지란 점과 거대한 농지 훼손과 생태파괴 등으로 개발의 어려움과 주민피해가 너무도 자명하다. 밀양 쪽 주장은 걸리적거리는 건 다 깎아내고 없애겠다는 것이며 5백만 평의 하남들도 공항배후산업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신공항은 무슨 희생이나 대가를 치러서도 유치만 하면 모든 걸 해결해주는 '알라딘의 램프'쯤으로 여기고 있다.

(실제 농지훼손면적이 7,204천제곱미터에서 19,903천제곱미터에 이를 것이라 한다. 현재 신공항은 2025년 항공승객의 수요증가에 대비한 장기계획이다. 그렇다면 2025년 이후 우리나라 식량수급사정에 대한 전망이나 예측은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앞에서 보았듯이 동남권 신공항이라고 하지만 이용승객의 절대다수가 부산사람이란 것도 큰 걸림돌이다. 예컨대 다른 도시의 접근성이 아무리 좋아도 부산사람들에게 불편하면 이용률은 팍 줄 것이다. 부산이 큰소리치는 이유이기도 한데 여차하면 자력으로라도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을 기세다.

밀양지역도 만만치 않다
▲ [밀양지역에 내걸린 신공항유치 현수막] 밀양지역도 만만치 않다
ⓒ 이성홍

관련사진보기


부산도 사정이 만만치 않다. 아예 가덕도 해안가 바다에 공항을 앉히겠단다. 마음만 먹으면 무한정 늘릴 수도 있고, 소음피해나 주민피해도 거의 없고, 친환경적이까지 하단다. 그런데 접근성이 문제다. 다른 지역이나 도시는 고사하고 부산만 하더라도 남쪽의 가장 외지고 교통이 불편한 곳까지 비행기를 타러가야 한다. 그렇다면 국제선은 몰라도 국내선은 아예 포기하자는 말인가. 기존의 김해공항도 KTX와 연결도로망의 확충으로 국내선 이용객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냥 '오지마라'고 외고 다닐 일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환경에 신경을 썼는지 '친환경'이란다. 아다시피 가덕도 해안은 낙동강 하구와 인접한 지역이며 철새도래지로 공항이 개발되고 비행기가 오르내리면 당연히 큰 피해를 입게 되며 이른바 이착륙 시 충돌 등 큰 사고의 위험성도 상존한다. 그리고 바다를 에둘러 벽을 쌓고 거기에 바다모래를 퍼올려 채우겠다는 데 해양오염 및 바다속 생태계는 문제가 없는지, 무엇보다 공사중 3중 오탁막을 설치하겠다는 주장은 거센 파도와 조류에 견디는 도깨비빤쯔 재질과 시설공사가 가능하다는 말인지, 더구나 현재 4대강 오탁방지시설의 현실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장면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해상공항이 세계적으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데다 대부분 파도나 해일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내만이나 내해에 건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간사이 공항의 예가 그러한데 그럼에도 지반침하의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접근성 등 실패한 경우로 손꼽히고 있다.) 계속되는 지반침하피해나 이번 일본대지진에서 보듯이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나 태풍, 해일 피해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2. 첩첩산중, 허허바다 경제적 타당성은 있는가

앞에서 경제적 타당성을 전제로 한 후보지 두 곳의 입지조건을 살펴보았는데 실제로 10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장기국책사업에 있어 우선적으로 경제적 타당성이 중요하다. 첩첩산중이든 허허바다든 과연 경제적 타당성은 있는가.

이날 어느 토론자의 말대로 밀양의 문제점을 보려면 부산쪽 자료를 보고, 부산의 문제점은 밀양쪽 주장을 살피면 된다는 말처럼, 양쪽 다 문제점 투성이다. 그런데 양쪽의 주장을 보다보면 최소한의 객관성이나 합리적 자료에 근거하기보다 부풀리기, 헐뜯기, 제논에 물대기식의 기본적인 예의나 양식도 갖추지 못한 이전투구식 광고팸플릿을 보는 느낌이다.

게다가 공사비는 양쪽 주장이 왜 그리 차이가 나는지, 어쨌든 두 곳 다 최소 10조원 이상의 공사비가 들어갈 모양이다. 그리고 이제 준비하면 2025년 이후에야 공항구경을 하게 된다. 지방정부가 언제부터 이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개발계획에 관심을 가졌는지 알 수 없지만 당연히 수요예측이 필요한데 이 장면에서는 두 곳 다 이견이 없다. 수요는 빵빵하며 공항만 건설되면 없던 수요도 생기고 만들 판이다. 과연 그러할까.

1) 국내선 이용객 큰폭 감소, 양양·무안공항의 예

일단 국내선의 경우 앞에서 보았듯이 가덕도든 밀양이든 기존의 김해공항보다 접근성이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을 때 이용객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공항입지에 있어서 건설비용과 아울러 접근비용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쉬운데 이는 이용객이 지속적으로 부담하여야 할 비용으로 그 비용의 증가는 끝내 공항수요의 감소로 귀결됨은 자명한 이치다. 이 문제는 이미 양양공항, 무안공항의 실패 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양양공항과 무안공항은 지역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명분아래 건설된 대표적 공항으로서 지역중심(hub)공항으로 태어났으나 기대와 달리 이용승객의 외면으로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양양공항의 경우 강릉과 속초 사이에 건설되어 '동해안시대의 관문' 구실을 하기를 바랐으나 오히려 기존의 강릉공항과 속초공항의 이용객에도 못미치면서 2008년 10월 문을 닫았다가 최근 다시 운영하고 있는데 공항수용능력의 0.3%에 그치고 있다. 양양공항이 실패한 것은 강릉과 속초 양쪽 모두 접근성과 경제성이 떨어진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남지역의 중심(hub)공항으로 광주와 목포 사이에 건설된 무안공항도 마찬가지다. 광주와 목포 양쪽 모두에 불편을 초래함으로써 수용능력에 비해 현재 운항편수는 1%미만, 여객은 2%만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안공항을 공군기지로 활용하고 오히려 기존의 광주공항의 국제선을 재개해달라는 요구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일정거리를 가진 도시들 사이에 공동이용공항을 건설하여 성공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2010년 현재 김해공항의 경우 연인원 8백만명(국제선 3백만, 국내선 5백만)의 여객을 달성하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으나 이미 2003년에 여객 8백만을 달성하였으며 KTX 개통 이후 7년이 지나서야 8백만명을 회복한 것이다. 그런데 다시 가덕도에서 국내선을 이용할 경우 승객은 급격히 떨어질 것 아닌가. (김해공항의 경우 김해경전철 사업추진으로 접근성은 더욱 나아질 것이다.)

2) 국제선 수요전망과 허브공항의 한계

또한 국제선의 경우 새 공항이 없어서 인천공항을 이용하였는가. 문제는 공항이 아니라 노선이다. 이용객 수요가 늘어나면 새롭게 노선이 증설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정기편 운항기준 김해공항의 국제선 이용 여객은 295만명 수준으로 그중 일본이 129만 명, 중국이 77만 명으로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태국 21만 명, 필리핀 21만 명, 베트남 20만 명, 홍콩 12만 명 정도로 동남아지역이 대부분이며 그만큼 수요가 편중되어 있다는 뜻이다. 현재 미주, 유럽노선의 경우 현실적 한계가 있으며 당장 공항이 만들어진다고 하여 없던 수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인천공항의 국제선을 이용하는 동남권 승객수는 연간 140만 명으로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수의 절반수준으로 3천억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경남은 몰라도 대구 경북 울산의 경우 시간, 거리, 편의성 등을 이유로 그대로 인천공항을 이용하기 쉬울 것이다. 이와 함께 2025년 기준 연간 2천만 명의 항공수요를 추정한다면 김해공항 이용 대비 추가비용액수가 1인당 5만 원 기준으로 따져보면 5조 원에 달한다. 

다음에 항공기소음의 경우 현재 김해공항의 경우 이로 인해 피해주민이 발생하고 있지만 소음피해가 심한 편은 아니며 이도 대부분 군용기소음피해가 훨씬 심하다고 할 때 중요쟁점은 될 수 없다. 그리고 24시간 운행문제는 현재 인천공항의 경우 화물을 뺀 여객기준으로 전체 5.6%에 지나지 않으며 세계적으로도 도시에 인근한 공항의 경우 24시간 운영을 고집하고 있지는 않다. 

간사이국제공항. 오사카 내만의 인공섬 위에 건설되었다.
 간사이국제공항. 오사카 내만의 인공섬 위에 건설되었다.
ⓒ 간사이국제공항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이상의 검토를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은 이른바 '동남권 허브공항'의 실체다. 이는 말그대로 동남권역을 아우르는 대표공항으로서의 신공항이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도시 사이의 중간지역을 선정한 신공항건설의 국내외 사례로 볼 때 더 이상 무망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앞의 양양, 무안공항의 사례뿐 아니라 일본 간사이[關西] 공항의 경우를 살펴보면 오사카, 고베, 교토의 중심(Hub)공항을 지향하여 오사카 내만에 지은 인공섬 공항이다. (최초 고베 근처에 지으려 했으나 고베측에서 거절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어느 도시에서건 접근성이 좋지 않아 이용승객이 예상외로 저조하게 되면서 관서지방의 국제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에 못미친 것이다.

현재 가덕도, 밀양 어느 곳도 동남권 허브라는 측면에서 이를 만족시킬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또한 세계적으로도 항공망이 분산화되고 도시 인근의 접근성이 뛰어난 공항 중심으로 이용객을 유도하는 등 기존의 인접공항을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 도쿄의 경우 나리타 공항 대신에 기존의 하네다공항에 국제선을 증설하여 활성화하고 있으며 오사카의 경우도 국내선은 주로 오사카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3. 김해공항 과연 더 이상 쓸 수 없는가

앞에서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경제적 타당성이나 입지조건을 따져보았다. 그렇다면 교통편의나 접근성에 있어 월등히 뛰어난 김해공항을 이대로 버릴 수밖에 없는 지 살펴볼 일이다.

먼저 새로 짓겠다는 가덕도나 밀양의 신공항 부지는 결코 김해공항보다 크지 않다. 신공항 건설의 가장 중요한 근거인 동남권 예측항공수요를 살펴보면 2025년 기준으로 2천만 명 정도다. 이에 맞춘 신공항 개발규모를 보면 부지 120만 평에 활주로 규모가 3,200미터x45미터 1본으로 연간 2500만 명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김해공항의 사정은 어떠한지 알아보자.

김해국제공항.
 김해국제공항.
ⓒ 김해국제공항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1) 김해공항의 현황

김해공항은 현재 3200X60미터, 2743X45미터의 2본의 활주로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1700만 명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면 활주로 사정이 나은데도 여객처리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현재 김해공항은 군용공항을 겸하고 있으며 야간에 비행금지 시간이 설정되어 있다.  공군용으로 확보된 이착륙횟수를 제외한 민간용 이착륙횟수를 제한함에 따라 여객처리능력이 떨어지며 이를 감안하면 사정에 따라 여객처리능력은 훨씬 늘어날 수 있다. 2025년 기준 항공수요 전망에 대해서도 국토해양부와 부산발전연구원의 예측이 두드러지게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부산발전연구원의 수요전망이 훨씬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성인데 현재 김해공항의 경우 북쪽으로 돗대산, 신어산 등의 자연장애물로 인한 안전운항의 위험요소가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기술적으로 항법시스템이 발전하여 직접적인 접근대신 선회접근이 가능하다고 하며 중국 민항기 사고는 초보적인 GPS장비만 설치되었어도 피할 수 있었던 원시적 사고라고 하며 이후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다. 또한 앞에서 살펴보았듯 소음피해나 24시간 운행문제는 반드시 공항을 옮겨야 할 정도로 결정적인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2) 김해공항의 활용방안

현실적으로 김해공항의 여객수용능력은 신공항의 시설규모에 버금가는 용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2025년 이후 수용전망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굳이 활주로 용량이 부족하다면 군용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실제 서울의 롯데월드 건설에 따른 불편과 위험성을 감수, 이를 허가한 사례가 있듯 국가이익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하여 군용시설의 축소나 이전문제 또한 고려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김해공항의 입지는 접근성이나 공항시설의 측면에서 충분히 활용가능하며 상대적으로 좋은 입지조건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선 이용수요의 감소나 유출을 막을 수 있으며 향후 국제선 이용객의 증가에 따른 노선의 증가와 확대가 가능하며 말 그대로 동남권 지역의 여객수요를 흡수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현재 국제선 청사의 확대와 시설 개선을 할 필요가 있으며 여객수요증가에 따라 군용시설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4. 진정 길을 두고 뫼로 가랴 - 결론을 대신하여

이상에서 동남권 신공항의 경제적 타당성과 후보지들의 문제점, 그리고 김해공항의 활용방안을 거칠게 살펴보았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부산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유치를 위하여 오랜 동안 연구와 조사를 거듭하면서 공을 들여왔다. 뒤이어 밀양이 다른 경남북 지역의 지원을 업고 유치경쟁에 나섰으며 현재로서는 거의 이전투구식 지역감정을 부추길 정도의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별로 온통 현수막으로 도배를 하면서 정작 주민들과 시민들에게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에 입각한 설명회나 토론회 한번 제대로 개최한 적 없이 이러한 70년대 마구잡이식의 여론몰이를 일삼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 정부에 있겠지만 과연 동남권 신공항건설이 국가이익과 함께 우리 주민들이나 시민들에게 얼마나 이득이 되고 도움이 되는지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김해공항의 재활용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이는데 이 또한 얕고 짧은 소견일 수 있겠다. 하지만 나름대로 '동남권 신공항건설'문제를 바라보면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가덕도 신공항'(밀양의 경우 '밀양신공항')을 전제로 하고 모든 조사나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김해공항의 군용시설문제에 대하여 이를 군측과 협의하여 조정하는 방안에 대하여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의논한 적 있는지 알지 못한다. 김해공항의 안전성 문제와 관련하여 지난 사고를 상기시키는 일 대신에 현실적 해결방안을 검토한 적 있는지 묻고 싶다. 양양이나 무안공항의 사례나 일본 간사이공항의 실패사례에 대한 검토결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오는 30일 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러한 주민들의 문제제기와 의견개진에 대하여 전형적인 개발일변도 '경제를 살리자는데' 식의 여론몰이와 매도를 일삼지 않을지도 적잖게 걱정스럽다.

끝으로 현재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설'이 기존의 인천공항 키워주기 발상일 수도 있고 그동안의 과정을 통해서 볼 때 짜맞추기식 결론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객관적 사실과 장기적 전망과 진정 나라의 이익과 지역의 발전과 시민들의 편의를 중심에 두고 그 해법을 고민하고 찾아야 할 것이다.

당장에는 격앙된 감정과 막무가내 식의 여론몰이를 멈추어야 하며 결과 발표에 관계없이 우리 스스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이와 함께 정당 및 정치인을 비롯한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는 성숙하고 진지한 성찰의 자세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방정부 주도의 불통의 모습에 출구와 숨통을 틔워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블로그에 실은 글입니다.



태그:#동남권신공항, #가덕도신공항, #밀양신공항, #김해공항, #간사이공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