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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MC몽(본명 신동현. 31)이 병역비리 의혹으로 경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거진 MC몽 병역 논란이 4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사태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이 자극적이고 긴박하게 진행되면서 대중들의 관심도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나 역시 평소 편법으로 병역을 기피하는 일부 특권층에 대해 탐탁찮게 생각해오던 대한민국의 예비역이자 서민 중 한 사람으로서 이번 일을 열심히 지켜봐왔다.  

 

지난 6월 30일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에서 "MC몽이 생니를 뽑는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1998년 신체검사에서 1급, 2007년 재검에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6개월 전부터 내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C몽 소속사 측은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정당한 사유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며 혐의사실 일체를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이후 검찰과 경찰에 의해 MC몽이 그동안 지난 2004년 3월 입영통지서를 받은 뒤 병무 브로커에게 250만 원을 건네고 각종 부정한 방법으로 2006년 말까지 입영을 미뤄온 것이 밝혀지면서 MC몽 측은 점점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지난 2005년 MC몽 본인이 직접 한 포털사이트의 지식검색 서비스를 통해 치아와 병역에 대해 질문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담당 치과의사의 고의발치에 관한 증언도 나오면서 현재 MC몽은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다.

 

아니나 다를까, 의사의 증언까지 알려지자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는 MC몽 측의 해명을 양치기 소년의 세 번째 거짓말쯤으로 여기고 MC몽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나 역시 MC몽에 대한 '괘씸함'을 느끼고 인터넷 뉴스와 그 밑에 달린 댓글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지만 지켜보면 볼수록 주제인 MC몽 사태 보다는 '다른 무언가' 때문에 자꾸 마음이 불편했다.

 

그것은 타블로 사태의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그대로 재현된 우리사회의 '인터넷 마녀사냥'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지난 13일 미디어스에 올린 칼럼(타블로 사태, 네티즌 정신병이 문제인가)에서 타블로 사태에서 드러난 우리사회의 이러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일반 네티즌들은 왓비컴즈와 타진요를 비난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는 타블로를 비난하는 여론이 인터넷에 가득했었다. 그땐 타블로를 비난했다가, 지금은 그 반대편을 비난하고, 나중에 또 누군가를 비난하면, 달라질 것이 무엇인가? 이런 황당한 사태를 만든 우리 사회의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그저 증오의 대상만 그때그때 변할 뿐이다."

 

물론, 타블로 사태와 MC몽 사태는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두 사태에서 네티즌들이 보여준 태도는 거의 동일하다. 잘 모르면서도 쉽게 단정해 버리고 반말, 욕설, 조롱, 인신공격 등으로 한 인격체(타블로, MC몽)를 철저히 짓밟아 버린다. 이러한 사태들은 일반적인 정서에서 일탈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다 같이 힘을 합쳐'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사회 특유의 쏠림 현상과 관련 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인 <한국인 코드>에서 "한국인 특유의 동질성, 밀집성이 쉽게 불붙었다 사그라지는 신드롬과 같은 쏠림의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러한 쏠림의 문화는 '냄비근성'을 통해서 여러 가지 바람을 일으키고, 한국인들은 항상 갑자기 큰 일이 난 듯 흥분하다가 빨리 시들어 버린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러한 쏠림 현상과 익명성이 결합해 그 무시무시한 쏠림의 소용돌이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내가 찾아본 바로는, 인터넷 뉴스 댓글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악성 댓글'의 수준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만해라 추하다. 살다 살다 너 같은 짐승 XX는 처음 본다'는 극단적인 경멸이 최다 추천 댓글로 선정돼 있는가 하면, '감옥에 가라', '한국을 떠나라'며 MC몽을 스스로 단죄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고 죄송하다며 슬금슬금 기어 나오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등의 살벌한 협박도 상당수 있었다.

 

간혹 '제2의 타블로 사태'를 우려하며 사태를 끝까지 지켜보자는 댓글들도 있었으나 극소수였고, 그 댓글에는 '댓글의 댓글'이 달리며 반박이 이어졌다. 타블로가 한때 그랬듯이 MC몽도 이미 괴물이 되어 있었다. 한 네티즌이 자성을 촉구하며 남긴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그냥 차라리 죽어 하고 두 글자만 쓰는 게 어떠냐'

 

현재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상태인 MC몽은 법정의 판결에 의해 그 잘잘못을 판단 받을 전망이다. 병역비리, 거짓진술 정황이 어느 정도 드러나 있는 상태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그를 도덕적으로 매도할 자격은 없다. 이것은 만약 그가 유죄로 판결난다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문득, '나도 왜 MC몽을 괘씸하게 생각했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괘씸하단 말에는 '도덕적으로 내가 더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는데, 그것은 나를 비롯한 네티즌들이 스스로 부여한 우월성일 뿐이다.

 

한편, 또 한 가지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이러한 네티즌들의 소요를 항상 뒤에서 조장하는 우리나라 언론의 활약(?)이다. 이번 MC몽 사태에서만 보더라도 도를 넘은 선정적, 추측성 보도로 네티즌들을 자극하고 있다. MC몽의 전 여자친구, 전 소속팀 멤버의 미니홈피까지 뒤져가며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너도나도 기사화하고 있는 작태는 공론장으로서의 언론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모습이다. 마치 기사를 하나씩 낼 때마다 "네티즌들이여, 얼른 달아올라라"라고 주문을 거는 것만 같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한동안 조회수 1위를 기록했던 어느 언론사의 기사 중 한 부분이다.

 

"모든 혐의에 대해 같은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MC몽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어떻게 나올까? 이후 그의 태도 또한 기대된다."

사태 자체를 그저 즐기고만 있는 듯하다. 예수는 간음한 여인을 두고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고 말했다. 예수의 그러한 가르침은 합리적인 비판과 공동체의 성숙을 위한 건강한 논의조차 포기하라는 말은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 중 누구도 MC몽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자는 없지만, '인터넷 마녀사냥'과 같은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밝히기 위한 작업에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 우리, 이제 이간질 쟁이 언론에 휘말리지 말고 돌을 내려놓자. 그리고 이제는 정제된 언어와 잘 짜인 논리로 인터넷 공간에서 우리 사회구조의 개선방안들을 활발히 논의해 보는 건 어떨까?


태그:#MC몽, #병역 논란, #인터넷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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