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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지기 친구들과 대부도 여행을 했다. 뭐 10년 동안 죽고 못 사는 친구였던 것은 아니고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퇴적하여 굳어진 관계라고 보는 것이 더 좋겠다. 물론 지금은 그 어떤 관계보다 단단하다. 여행의 일정과 장소를 정하는 것은 주로 문자메시지를 활용한다.

 

'친구들. 5월이닷! 여행계획 세워보자~ 5월 괜찮은 날짜 알려줘~'

 

하지만 답으로 온 친구들의 문자에 맞추어 날짜를 잡자니 다시 전달을 하고 어쩌고 하느라 여행 계획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러다가 말뿐인 여행이 되어 또 다시 여름을 기약하는 불상사가 생기겠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온라인에 카페를 개설하여 여행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데 활용하기로 했다. 대학교 1학년 때에는 미니홈피가 유행이라 그 공간을 활용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는 관리가 소홀하여 사실상 방치 된 지라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카페를 이용했다.

 

카페를 만들고 보니 왠지 휑했다. 여행뿐 아니라 앞으로 만남 일정을 정하거나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개의 메뉴를 더 만들어 보았다.

 

카페를 만들고 개인적인 사진 몇 개를 올리고 나니 그럴듯한 모양을 갖춘 카페가 되었다. 친구들 모두 온라인 접근이 쉬워 문자메시지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여행계획이 세워지고 여행준비를 위한 역할 분담과 계획이 세워졌다. 또 숙소나 여행 동선을 정하는 데에 의견이 잘 공유 되어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여행을 준비할 수 있었다.

 

사실 이맘때 나는 26살 사춘기를 앓고 있었다. 올해 거주지와 직장이 바뀌면서 주변 상황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필요한 시기였다. 얼굴 마주하고 하기는 부끄러운 이야기를 우리들 카페에 주저리주저리 쓰기 시작했다. 사실 누군가의 답을 기대한 글이라기보다 나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겸 쓰기 시작한 글이다. 말을 뱉어 놓고 마음의 위안을 얻듯 온라인 카페에 감정이 잔뜩 배인 글을 쏟아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그런데 내 친구들, 정말이지 센스가 넘치는 아이들이다. 모두 나의 글에 답글을 달아주었다. 답글에는 나에 대한 친구들의 애정과 관심이 드러나 있었다. 스스로 주변의 시선과 내면의 갈등에 힘에 부쳐 있었는데 나를 사랑해 주는 친구들의 '괜찮아'라는 한 마디가 얼마나 큰 감동과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나의 글에 이어 또 다른 친구가 일기형식의 글을 올려 놓는다. 내가 미처 몰랐던 친구의 고민과 걱정들을 읽고 있자니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고 보면 정말 감수성이 풍부한 여고생들이었던 우리가 이제는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느라 그 넘치던 이야깃거리들을 펼치지 못하고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온라인 카페를 통해 서로의 일상과 삶을 나누며 우리의 관계가 공고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들이 없는 나의 개인적인 일상에서도 힘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공간이 생긴 것 같다.
 
서로 더 잘 이해하고 떠난 이번 여행은 그 어떤 만남의 시간보다 달콤했다. 올해로 10년째인 우리 관계가 앞으로 몇 십 년을 끄떡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내 친구들에 대한 나의 작은 사랑 고백을 카페에 남겨 보았다.
 
평소 매일 일기를 쓰면서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정을 잘 기록하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공개된 공간에 그것도 그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니 어색하고 낯설었다. 글을 다 작성하고 나니 친구 한 명이 카페에 접속했다는 알림창이 뜬다. 친구가 글을 읽을 생각 하니 왠지 부끄러워 얼른 카페창을 닫았다.
 
다음 날, 출근을 하고 하루를 준비하고 나서 카페에 들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다른 친구들의 답글이 달려 있었다. 아래는 내가 친구들에게 쓴 사랑 고백의 전문과 친구들의 답글이다. 공개를 해도 되는가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지만 사랑스러운 내 친구들을 자랑할 겸 큰 걱정 없이 기사에 첨부하겠다. 앞으로 이 친구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온 가족을 카페 회원으로 만들어서 계가 되는 그 날까지 우리의 카페질(?)은 계속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친구들과 온라인 카페를 만들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태그:#아영, #지희, #형원, #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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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차 새내기 교사로 오마이뉴스에 첫글을 쓴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 강단의 강사, 학위과정중인 연구자로 오랜만에 로그인해서 글을 씁니다. 살아온 시간 곳곳에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담아놨어요. 천천히 끄적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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