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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하야치네 카구라' 공연. 일본 북부 아와태현에서 하야치네산을 신으로 숭배하며 시작된 500년 이상 전통을 지닌 춤 형식의 제례의식이다.
 일본의 '하야치네 카구라' 공연. 일본 북부 아와태현에서 하야치네산을 신으로 숭배하며 시작된 500년 이상 전통을 지닌 춤 형식의 제례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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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무형문화유산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큰 잔치가 대한민국 전주시에서 26일에 이어 27일 이틀째 계속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우리나라의 송파산대놀이를 비롯해 남사당놀이, 대금정악, 서도소리, 꼭두각시놀음 등과 1500년 간을 이어 온 무용극인 인도의 '쿠티야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인도네시아의 '와양인형극', 50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춤 형식의 제례의식인 일본의 '하야치네 카구라'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무형문화유산들이 한꺼번에 소개됐다.

인도의 '쿠티야탐' 공연. 인도의 남동부 케랄라 지방에서 신들에게 바치는 행위공양의 일종으로 1,500년 간 전해온 인도의 무용극이다. 2001녀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
 인도의 '쿠티야탐' 공연. 인도의 남동부 케랄라 지방에서 신들에게 바치는 행위공양의 일종으로 1,500년 간 전해온 인도의 무용극이다. 2001녀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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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을 맞아 경기전 특설무대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관람객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특히, 신명나는 풍물이 곁들여진 남사당놀이는 큰 인기를 모았으며, 와양인형극 또한 뮤지컬 같은 구성으로 많은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외국의 공연이 펼쳐질 때면 산발적으로 어르신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야 볼 거 아닌가"라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지만, 연방 공연 모습을 사진기에 담으려는 많은 어린이들의 모습에선 무형문화유산이 왜 인류 보편적인 유산인지를 가늠하게 했다.

교과서 속 세계유산, 체험 현장으로 나오게 만들자

한편, 소중한 세계유산에 대한 체험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도 여실히 드러났다. 송파산대놀이 공연을 보러 온 한 가족의 대화를 옮겨 본다.

아빠 : "이게 양반들의 위선과 거짓 위엄 등을 빗대 놀리면서 노는 봉산탈춤이야. 저기 탈 쓰고 있는 거 보이지. (무대에 송파산대놀이라는 깃발을 보고) 아니구나. 이건 송파산대놀이네."
초등학생 딸 : "봉산탈춤 완전 싫어. 교과서에 실려 있는데 시험에 나왔어. 지난 번 본 시험 있잖아. 그래서 싫어."

말과 춤 등을 곁들여 해학과 풍자가 넘쳐나는 '송파산대놀이' 공연.
 말과 춤 등을 곁들여 해학과 풍자가 넘쳐나는 '송파산대놀이'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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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내 경기전 수복청 일대에서는 각국의 무형문화유산들을 사진으로 전시하고 있어 나라 별 다양한 전통 복장과 의식, 춤 등을 두루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중 가슴 아프게 눈길을 끄는 무형문화유산은 중국의 것들이다. '조선족 농악'을 중국의 무형유산으로 접했을 때는 마음 한 켠이 아릿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등에만 따가운 눈총을 보낼 동안 그들은 누가 뭐라하든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차곡차곡 세계에 알려내는 발빠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각국의 무형문화유산들은 세계인에게 그 나라의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는 불교의식인 '영산재'가 우리나라에서 이어져 오며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영산재는 불교를 태통시킨 인도의 것도 아니고, 드넓은 대륙에서 이어왔던 중국의 것도 아닌 우리나라 이름으로 세계인에게 소개되고 있다.

물론 세계 각국의 유산들은 세계인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우리의 유산을 지킬 건 지키며 세계의 유산들을 함께 보존해 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조선족 농악'은 중국 것! 우리 무형유산 소중하게 다루자

'이리향제줄풍류' 공연에서 장구를 연주했던 어르신. 무형문화유산 전승자들과 공연자들 중 젊은이들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이리향제줄풍류' 공연에서 장구를 연주했던 어르신. 무형문화유산 전승자들과 공연자들 중 젊은이들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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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의 이곳저곳은 흥겨움으로 들썩 거렸다. 여러 유산들을 접하면서 흐뭇해 박수 치며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익숙했다. 그러나 신나서 즐거워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공연을 즐기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생소한 광경이었다.

이번 전주의 무형문화유산 축제를 둘러보며 느낀 건 '말은 안 통해도 인간의 정서는 보편적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무형문화유산은 결국 국가를 초월해 사람들과 만난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고 담아내는 것은 음악과 춤, 놀이가 곁들여진 무형문화유산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행사와 같은 기획이 많이 있어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풍물을 곁들여 신명을 부추긴 '남사당놀이'의 대미를 장식한 어린아이의 3단 무동오르기.
 풍물을 곁들여 신명을 부추긴 '남사당놀이'의 대미를 장식한 어린아이의 3단 무동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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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앞서 초등학생의 푸념에서 알 수 있듯 더 이상 교과서 속에만 갖혀 있는 무형문화유산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유산들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남사당놀이를 연기했던 6~7세 정도의 여자아이는 이날 단연 눈길을 잡아 끈 최연소 공연자였다.
 남사당놀이를 연기했던 6~7세 정도의 여자아이는 이날 단연 눈길을 잡아 끈 최연소 공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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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0 아시아 태평양 무형문화유산축제는 내일(28일)까지 전주 한옥마을 일대에서 계속 진행된다.



태그:#무형문화유산, #전주 한옥마을, #송파산대놀이, #남사당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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