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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우리나라는 교육문제로 시끌벅적한 한 해를 보냈다. 2009년 초 정부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공교육 만족도를 2배로 높이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민의 기대를 샀다. 이런 방침 아래 2월 달에는 학업성취도 공개, 6월 달에는 자율형 사립고 지정 추진, 그리고 12월 달에는 외고체제 변화와 수능 개편 추진으로 새바람 교육을 추진했다. 하지만 혼란만 초래한 채 큰 수확은 거두지 못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무식 신년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교육 질을 높이기 위해 학교도 경쟁하고 선생님도 경쟁시켜 공교육 정상화를 이루며, 대학입시 자율화를 통해 사교육 의존 입시경쟁을 없애겠다고 했다. 덧붙여 올해는 대통령이 직접 챙겨서 국민들에게 믿음이 가는 교육개혁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공교육에 대한 문제는 우리사회 핵심화두이자, 고질적인 문제이다. 더욱이 얼마 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나라 교육열을 언급하면서 자율형 공립학교인 '차터스쿨'을 확대해 부실한 공교육을 해결하겠다고 밝혀 우리나라에게 자극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 부응해 연초부터 '교육'과 관련된 드라마가 방영된 가운데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면서 10대와 부모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공부의 신'으로 2005년 일본에서 방영돼 화제가 된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이하 최강 동경대)를 재구성했다. '최강 동경대는' 만화 <드래곤 사쿠라>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는데 방영된 당시, 일본 입시 교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드라마에서 소개된 공부법은 일선 고교에서도 차용되었고, TV에 나온 참고서는 불티나게 판매되었다.

 

입시를 통한 대학진학! 그 자체의 성격을 두고 볼 때,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교육시스템은 별반 차이가 없다. 일본 또한 주입식 교육에 따라 학생들은 질 좋은 사교육에 매달리고, 학교가 대학입시학원으로 전략해 버리는 상황인데, 드라마는 이런 일본 공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즉, 일본의 주입식 교육에서 살아남는 법은 주입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이라며, 정면 돌파를 통해 공교육이 지닌 문제점을 나타냈다.

 

일본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또한 공교육의 정상화를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이 엿보인다. 원작의 성공을 등에 업은 상태에서, 12년 만에 TV 드라마에 모습을 나타낸 김수로, 드라마 선덕여왕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 유승호 등의 캐스팅은 충분히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배우 김수로는 공교육 문제를 다룬 영화 <울 학교 ET>에서 비교과목으로 내몰린 '체육'선생님이 영어 선생님이 되기 위한 과정을 잘 표현했기에, 이번 드라마에서도 입시교육의 그릇된 점을 잘 묘사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1,2편을 보면서, 대사 하나하나 그리고 등장인물의 성격과 이야기가 원작과 지나치게 비슷한 것이 우려가 됐다. 물론 드라마 특성상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기위해 원작과 최대한 유사하게 나타내고자 하는 모습은 이해가 되지만, 드라마 주제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비판인 만큼 가급적이면 현실적이면서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펼쳐질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원작에서 주입식 교육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입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이야기 흐름이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그대로 표현할 지 의문이다. 예전과 달리 수능시험문제는 갈수록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가 많아지고, 대학마다 학생들의 잠재력과 인성을 중요시하는 입학사정관제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드라마라 하지만 철저한 주입식 공부법을 통한 대학가기는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이 아닌가?

 

다행히, 2편에서 강변호사 역인 김수로를 통해 잠깐 교원평가를 통한 우수 교사 만들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언급돼, 부분적으로 진행되는 우리나라 교육정책 차용과 올해 정부가 추진하는 우수교사 양성 과정을 간접적으로 TV에서 볼 수 있다는데 긍정적이다. 다만, 드라마에서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어느 범위 내에서 다루면서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펼쳐가며 원작에 나타낸 철저한 주입식교육 공부법을 그대로 재현할지 지켜볼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친 가운데 청소년 드라마는 뜸했다. 그런 가운데 연초부터 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그 문제점을 꼬집는 청소년 드라마 방영은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원작에서 소개된 공부법을 그대로 따라하는 모습이 우리나라 교육 정서와 발전에 긍정적일지는 의문이다. 필자는 드라마가 재미와 함께 시대에 분위기를 따르면서 우리나라 교육 정서와 발전에 기여하는 한국형 공부법이 소개돼 우리나라에 공교육 정상화에 일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SBS유포터


태그:#공부의 신, # 드라마, # KBS, #유승호, #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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