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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상 주력 출산층인 25~34세의 여성 인구가 최대로 줄고 지난해 불어닥친 금융위기가 결혼과 출산에 연쇄적으로 타격을 줘 '출산율 붕괴'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남해군인구증대추진위원회(위원장 한호식)와 한자녀더갖기운동본부남해군지부(지부장 김현숙)는 지난 주말 '다자녀가족 행복캠프'를 마련해 자녀들과 부모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즐겁게 지내는 시간을 마련했다. - 기자 주

 

 

토요일 오후 2시 경남 남해군 실내체육관 앞이 시끌벅적해졌다. 이튿날까지 경남 남해군 일원에서 열리는 '다자녀가정 행복캠프'에 참석하기 위해 3자녀 이상을 출산한 60여가구 중 9가구가 실내체육관 앞에 집결한 것.

 

9가구라 사람이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아빠'들이 참석하지 않았건만 '엄마'와 '애들'만으로도 40명에 다다른다.

 

하나 둘 모여든 아이들은 아직 서로가 낯이 익지 않아 약간은 서먹하다. 어린 아이들은 처음보는 언니, 오빠들이 무서운지 엄마 품으로 파고들기도 한다.

 

이들의 첫 행선지는 마늘나라, 이렇게 단체로 외출하는 것이 오랜만인지 아이들 모두가 들떠있다. 어린 아이들은 엄마 손을 잡고 신기한 듯 전시된 물품들을 둘러본다. 초등학생 몇몇은 여러번 와본 듯 익숙하게 주변을 돌아보고 이내 지겹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목이 마르다며 자판기를 가리키며 칭얼댄다. 엄마가 아이를 달래기 위해 자판기 음료수를 뽑는데,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은 어느새 단체로 엄마들을 조르고 있다. 때아닌 자판기만 호황이다.

 

이어진 탈공연예술촌, 해설사의 설명에는 시큰둥하던 아이들이 탈춤에 관심을 보이고 모여든다. 티비 모니터에서 가르쳐주는 탈춤에 모두 모여 '얼쑤~' 한바탕 탈춤공연이 벌어진다.

 

신명나는 탈춤을 춘 아이들, 함께 부대끼며 점점 친해진다. 신명나게 탈춤도 췄겠다, 1층에서 탈 모형도 제작한다. 진지한 표정으로 찰흙 한번 주물럭- 엄마 얼굴 한번 물끄럼-, 그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버스를 타고 나비생태공원으로 이동하는 시각, 조금씩 친해진 아이들은 버스가 떠나가라 떠들고, 그 사이로 엄마들은 약간 피곤 기색을 보인다. 엄마들이 눈을 감을라치면 애들은 엄마를 흔들어 깨우기 일쑤, '잠 좀 자면 안되겠니.'

 

나비생태공원에 도착하니 이미 친해진 아이들이 와글와글 떠들며 뛰어다닌다. 이곳에서도 해설사의 설명은 뒷전, 날아다니는 나비를 바라보며 자기네들끼리 내기를 하고 떠든다. 그러다 해설사가 나비 한마리를 한 아이의 손에 살포시 얹는다. 나비는 날아가지 않고 아이를 향해 그 자태를 뽐내고, 다른 아이들은 신기한 듯 주변으로 모여든다.

 

괜시리 나비 한마리가 아이들의 손에 횡사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즐겁다. 순서를 기다렸다 나비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번데기가 꿈틀대는 모습을 관찰한다. 어찌 보면 아이들보다는 사진을 찍는 엄마들이 더 신나 보이기도.

 

숙소는 보물섬캠핑장. 이미 남해읍교회 선생님들이 풍선으로 아이들 맞을 준비를 끝냈다. 저녁식사를 한 아이들은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함께 놀다 강당으로 모여든다. 학용품과 생필품 등의 상품으로 아이들의 경쟁심리를 유발하니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강당을 뛰어다니며 풍선을 불고 터트리며 게임에 빠져든다.

 

이튿날 엄마들은 "식구가 많기도 하지만 밥하는 것이 예삿일이 아닌데 이렇게 잠시 손을 놓고 쉬니 너무 좋다"며 너스레를 떤다. 아이들은 이미 운동장으로 달려나가 축구를 한다. 아침부터 축구라니, 체력이 정말 대단하다.

 

한가족처럼 친해진 아이들, 서로가 서로를 챙기며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 조금 컸다고 초등학생들이 칭얼대는 어린이를 업고 달래며 손을 잡고 걷는다. '이래서 형제는 많은 게 좋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충렬사 거북선으로 향한다. 거북선에 오른 아이들, 거북선 안의 마네킹에 관심을 갖고 이리저리 만져보다 옆에 갑옷과 칼, 창이 눈에 들어온다. 뛰어가서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 갑자기 거북선 안에서 아군끼리의 전투가 치열하다.

 

이어진 이순신영상관, 입체안경이 신기한 듯 조물딱거리다 관리인에게 구박을 듣기도 하지만 이내 영상 속으로 빠져든다. 몇몇은 입체영상이 무서운지 결국 안경을 벗고 봤다고 실토한다.

 

잠깐의 자유시간, 엄마들은 "애들을 키울 때는 말도 못하게 힘들지만 조금만 자라나면 서로 아껴주고 보살펴주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며 "애들을 보면 그동안 쌓였던 피곤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금세 행복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가볍게 점심을 먹고 출발지였던 실내체육관 앞에 다시 모였다. 아이들은 이틀을 함께한 언니 오빠들과 헤어지는 것이 싫어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태그:#남해, #어린이, #다자녀행복캠프, #다자녀,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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