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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기억하는지. 그 드라마에서 '두루미(이지아)'의 바이올린 역할을 대신 맡았던 바이올리니스트가 있다. 바로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씨다. 원진양의 동생이자 피아니스트인 세진양 역시 그 드라마에 강마에(김명민)의 피아노 대역연기를 하기도 했다.

두 자매는 <베토벤 바이러스> 뿐 아니라 김연아 선수가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검은 옷 의상을 입고 연기를 펼쳤을 때 배경음악이었던 <죽음의 무도>를 연주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두 자매가 '얼굴없는 연주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전주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두 자매는 인기스타다. 3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둘째주 전주한옥생활체험관 다경루 마당에서 두 자매의 정기연주회 '일년후에...한달후에....'에 그녀의 연주를 듣기위해 멀리 지방에서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작년에 이어 2년째다. 연주자 입장에서는 두 자매가 부러워보일 수 있지만 연주자를 꿈꾸는 음악학도의 어머니들 입장에서는 슬며시 두 자매의 어머니가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머니 공영희씨를 지난 12일 공연현장에서 만나보았다. <기자 주>

두 딸과 함께 한 어머니 공영희씨(맨 왼쪽)
 두 딸과 함께 한 어머니 공영희씨(맨 왼쪽)
ⓒ 안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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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교육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다른 엄마들이 그렇듯 음악을 배우면 정서발달에 좋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원진이는 만 네 살때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피아노를 하려했지만 교습소가 없었다. 마침 옆집 사람이 바이올린을 전공한 사람이어서 한번 해볼 거냐고 물었는데 스스럼없이 하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세진이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피아노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나중에 전공까지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 어머니가 음악성이 있나보다
"그건 아니다. 그러나 음악 듣는 것은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첼로 소리를 좋아한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 듣고있으면 그냥 눈물이 난다. 나는 음악에 대해 잘 모른다. 정식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 어린나이에 러시아로 유학을 떠났다. 왜 하필 러시아였나?
"마침 그 무렵 내 개인적인 일로 러시아에 가게되었다. 그때 러시아와 문호가 막 개방되었던 때였는데 음악을 전공할 것인가, 말 것이냐 문제를 두고 고민하던 무렵이었다. 전공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렇다면 남들이 가지 않은 러시아로 가보자고 생각해서 결정했다. 그때가 원진이 중1, 세진이 초 5학년때였다. 러시아가 예술의 나라라는 것도 마음을 움직이게 했던 것 같다."

올인한다는 생각없이 '올인'했던 러시아 유학

- 러시아에서 어머니의 생활은 어땠나? 두 딸은 열심히 공부했을테지만...
"삼시세끼 열심히 해먹였다(웃음). 러시아는 추운 나라라서 고기를 반드시 먹여야한다. 연주활동이라는게 체력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노동이었다. 아침에 아이들이 연습할 동안 난 시장에 가서 장 봐다가 따뜻한 점심을 해먹였다. 그리고 아이들 레슨받는 곳까지 꼭 함께다녔다.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었고 할 것도 없었다."

- 러시아 유학생활이 15년... 무척 힘들었겠다.
"물론 많이 힘들었다. 말이 안 통해서 힘들고 추워서 힘들고... 그러나 아이들이 용케 그쪽 학교 시스템에 적응을 잘했다. 시스템이 아이들과 잘 맞았다고 해야 맞겠다. 그리고 선생님들을 잘 만났다. 그건 행운이었다.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공부하자'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갔다. 지금처럼 머리 굴리고 계산했더라면 결코 떠나지 못했을 거다. 그때는 공부한다는 생각만으로 덤벼들었다. 올인한다는 생각도 없이 올인한 것이었다."

송원진 송세진 자매의 연주회 '일년후에 한달후에'가 매월 둘째주 토요일 저녁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열린다.
 송원진 송세진 자매의 연주회 '일년후에 한달후에'가 매월 둘째주 토요일 저녁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열린다.
ⓒ 안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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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럼프는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나
"세진이는 무난하게 지나갔지만 원진이가 좀 심하게 앓았다. 대학교 1~2학년 휴학하면서 고민했다. 그때는 보는 내 입장도 속이 탔지만 일부러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한 가지만 이야기했다. '네가 지금까지 바이올린에 쏟았던 열정보다 더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포기해도 좋다'고.

그런데 원진이 본인이 생각해도 자기에게 바이올린 이상가는 것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음악이라는 세계의 밖으로 나가기가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다섯 살때부터 바이올린만 보고 살아왔는데 포기한다는 게 쉽겠나."

러시아 교수자리 보장됐지만 국적 버릴 수 없었다

- 러시아에서 인정받으며 살 수도 있었다. 2년전 귀국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원진이나 세진이나 러시아에서는 러시아 음악을 잘 이해하는 음악가로 인정받아 상도 많이 받고 그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런데 대학교수가 되려면 러시아 국적을 가져야한다고 하더라. 교수님들이 러시아 사람을 소개해줄테니까 결혼해서 러시아 국적을 따라고까지 했지만 아이들이 싫다고 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내 나라를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 왠지 자매끼리 많이 싸울 것 같다.
"많이 싸운다. 남이라면 정떨어졌을 만큼 치열하게 싸우고도 다음달 봄눈 녹듯이 녹아버린다. 아마 자매라서 가능할 거다. 그러나 오랜세월동안 이국에서 살았던 까닭인지 자매애가 말도 못하게 돈독하다. 말도 안통하는 외국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았기 때문인가보다."

- 두 자매가 함께 연주회를 하면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장점은 서로의 호흡을 무척이나 잘 안다는 것. 눈짓하나 손끝만 보아도 어떤 기분인지 무슨 의도인지 잘 파악한다. 단점은 특별히 없는 것 같다."

- 악기를 전공하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세세하게 간섭하지 말고 그냥 친구가 되어주면 좋겠다. 나는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아이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으면 정말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웃음) 내가 다른 부모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단지 취미생활로 배우는 연주라 할 지라도 전공자들이 하는 것처럼 전문적으로 교육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극성이라고 하지만 러시아부모들도 만만찮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더 하다. 교육열이 높다고해서 일일이 간섭하고 코치한다는 게 아니다. 아이들과 항상 함께하고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대단하다."

개런티, 너무 당당하게 얘기한다고?

-  개런티를 받지않으면 연주를 안한다고 해서 한때 화제가 되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프로 연주자들은 그에 걸맞는 개런티를 지불해야한다. 후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연주 수입으로 생활을 해야하는 연주자들에게는 개런티 지불은 당연한 거 아닌가. 그리고 그건 프로연주자들의 희망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개런티에 관해) 너무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거 아니냐'고 말해서 당황스러웠다.(웃음)"

연주를 마치고 인사하는 송원진(왼쪽) 송세진 자매
 연주를 마치고 인사하는 송원진(왼쪽) 송세진 자매
ⓒ 안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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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한옥마을 공연은 어떻게 하게됐나.
"아는 분이 소개를 해줬다. 다행히 전주한옥마을생활관 관장님이 쾌히 승낙을 해서 이뤄졌다."

- 전주가 고향이라고 들었다.
"전주를 떠나온지 너무 오래되어서 까마득하다. 전주여고를 졸업한 뒤 상경했으니까. 친정부모님도 이제 안계시고 언니가 전주에 있다. 하지만 전주에 올 때마다 늘 반갑고 편안하다."

- 어머니의 어린시절 꿈은 뭐였나
"훌륭한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웃음) 실제 등단도 했다. 하지만 모두 옛날 이야기다."

송원진, 송세진은 누구?
러시아 정통 음악 계승자로 평가받아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
1992년 모스크바에서 유학을 시작한 뒤 러시아인들만이 지닌 서정적인 음악성과 감수성을 그대로 나타내 2007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제27회 주목할 예술가 상을 수상했다. 러시아 불고그라드에서 열린 제 2회 국제 청소년 콩쿨 심포니아 현악부문 2등을 수상했다.
2007년 '송원진의 불멸의 사랑이야기' 시리즈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완주하였고 2008년 아시아최고의 일본 텔레만 챔버 오케스트라와 협연, MBC 클래식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여자 주인공 두루미(이지아)의 바이올린 연주를 맡았고 2009년 베토벤 바이러스 인 라이브로 전국 10대도시 순회 연주를 했다. 현재 광주대학교 외래교수겸 바이올리니스트.
러시아의 광활하고 음욱한 음악세계를 표현해내는 열정적인 연주를 통해 '영혼의 소리를 지닌 연주자'로 칭송받고 있다.

피아니스트 송세진
한국인 최초로 모스크바 국립 차이콥스키 음악원 부속 중앙음악학교와 모스크바 국립 차이콥스키 음악원을 수석 졸업(붉은 졸업장 취득)한뒤, 동 듬악원에서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의 피아노 세계로 음악박사를 취득하였고 러시아 음악 전문 피아니스트로 각광받았다.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피아노과 이그나찌예바 조수 실기조교, 2007년~2009년에 슬라브음악 국제 피아노 콩쿨 심사위원, 이슬라메이 러시아 피아노 콩클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중이다.
한국과 러시아 중국 유럽 등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며 2008년에는 '송원진이 들려주는 불멸의 사랑이야기' MBC 클래식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참여했다. 현재 배재대학교 외래교수겸 피아니스트, 서울예고 출강.
러시안 피아니즘의 정통계승자로 러시아 특유의 세밀하고 정확한 리듬감과 파워풀한 터치로 슬라브적 감성을 지니고 최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하며 '소리의 마술사'라 불리운다. 


태그:#송원진 송세진, #베토벤 바이러스, #전주한옥생활체험관, #공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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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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