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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품는 재주를 가졌습니다.

바라보는 이의 눈높이에 따라 들꽃을 담기도 하고, 나무를 담기도 하고, 하늘을 담기도 합니다. 그 안에 무엇을 담든지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신입니다.

 

들꽃을 품은 자신이 예쁘다고 그것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고집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작은 바람에도 그냥 스스럼없이 떨어지는 것을 슬퍼하지 않습니다. 그 작은 물방울로 인해 뭇생명들이 살아가지만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물방울, 성인의 삶 혹은 도의 경지에 이른 삶이 이런 것이라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그들의 삶은 짧습니다.

바람이 잔잔한 날 아침나절 잠시 피어났다가 바람이 일어나거나 햇살이 비추면 이내 사라집니다. 그러나 그 영롱한 모습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작은 물방울이 하나 둘 모이고 모여 마침내 큰 바다가 되는 것, 온 세상을 담을 수 있있던 심연의 마음이 바다가 된 것이라 바다도 그리 깊은 것이겠지요. 깊은 바다는 잔파도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사노라면 우리의 삶을 뒤흔드는 일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잔파도 같은 것에 너무 많이 흔들린 것인가 싶어 무안하기도 합니다. 깊은 사람이 되면 자신에게 주어진 삶 초연하게 맞이하고 보낼 수 있겠지요.

 

 

작은 물방울을 바라보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단지 작아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이 가진 마음때문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큰 것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산다는 것은 바보처럼 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희망이 있기에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야 합니다. 문제는 다른 이에게 바보가 되라하고 자신은 바보가 되지 않으려는데 있지요.

 

그래서 이래저래 말들이 많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다 틀렸다고들 하고, 비판의 소리를 높입니다. 혹은 자신만 옳다고 날을 세웁니다. 그래서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말만 합니다.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자신의 말만 반복하는 격입니다.

칼날도 지나치게 세우면 무뎌지는 법, 자신이 그렇게 살아가지 않으면서 타인에게만 이래저래하는 이들 역시도 무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우리의 시대는 자기성찰을 하는 눈이 부족한 듯 합니다.

남을 보는 눈은 예리한데 자신을 보는 눈이 무딥니다. 그래서 늘 남의 탓만 하지요. 안되면 모두가 세상 탓입니다. 정말 그렇기만 할까요?

 

한 사회의 구성원인 한에 있어서 사회적인 어떤 문제에 대해 자유스러운 사람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알게 모르게 연관이 되어있는 것입니다.

 

지구촌, 절반의 사람은 먹을 것이 부족해서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일로 매일매일 마음 아파할 수는 없겠지만,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자기의 배부른 것만 추구한다면 제대로 된 삶을 산다 할 수 없겠지요. 필요이상으로 먹고,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만큼 본인이 느끼든 못하든 죄를 짓는 것이지요.

 

이러한 죄는 앉아서 무릎꿇고 드리는 회개기도로 사함을 받을 수 없습니다. 자신의 식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는한 죄사함은 있을 수 없는 것이지요.

 

 

 

물, 그것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물이 더러워지면 뭇생명도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물을 가장 많이 더럽히는 것은 사람입니다.

위생적인 생활을 하겠다고 흙으로 돌아갈 것을 수세식변기를 통해 물로 흘려보냅니다. 흙으로 돌아가야 할 음식물찌꺼기들 조차도 분쇄기로 갈아 물로 흘려보내면서 "아, 깨끗하고 편리하다!"고 어리석은 말을 합니다. 결국, 그로인해 더러워진 물을 자신이 마시게 되는 것이지요.

 

거미줄에 걸린 작은 물방울 속에 가을 하늘이 들어있습니다.

저 작은 물방울의 마음도 저리 넓은데 도대체 내 마음은 왜 이리도 옹졸해서 작은 일에도 안절부절하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을입니다.

작은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많이 보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을 내 삶으로 체득하는 그런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김민수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물방울,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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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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