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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꾹꾹 억지로 비를 참고 있었다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장맛비가 내린 7월 12일 오후 6시 30분 경기도 고양시 장항근린공원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고양시민 추모콘서트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열렸다. 행사 며칠 전부터 준비모임 커뮤니티에는 '비가 와도 행사 진행합니다', '제발 비가 안 왔으면 좋겠어요' 등 행사 당일의 날씨를 걱정하는 글이 올라왔으며, 수시로 바뀌는 기상예보에 촉각을 기울이며 모두들 날씨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콘서트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강풍을 동반한 강한 빗줄기가 계속되었지만 무대 설치와 좌석배치가 끝난 오후 들어서는 빗줄기가 사그라졌다. 콘서트 내내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내릴 태세로 꿈틀거렸지만 다행히 행사가 모두 끝난 밤 열 시까지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이번 행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고양시민 추모위원회 주관, 고양파주 노사모, 고양파주 문함대 주최로 열렸다. 고양 시민광장, 고양지역시민사회 연석회의 후원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열린 이번 콘서트에는 조관우, 안치환, 노찾사, 김용우, 이희아, 권진원, 우리나라, 네바다51, 울트라컨디션(락별),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이 출연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10일)를 맞아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추모제가 치러지는 가운데 고양에서 직접 시민들의 손으로 대규모 행사를 치른다는 사실에 대한 고양 시민들의 감상도 남달랐다.

 

집으로 귀가하는 길에 우연히 콘서트에 참석했다는 서준현(26·대학생)씨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많이 모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여기 모여 있는 사람마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뭉클한 마음을 안고 돌아가는 것 같다. 공원을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궁금해 하다가 '아, 49재구나'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잠깐이라도 다시 떠올리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콘서트 참가자들 중에는 가족 단위와 연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여덟 살 아들, 아내와 함께 참가한 지창영(47·시인)씨. "오전까지의 날씨 상황으로는 콘서트가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신기할 정도로 갑자기 비가 멈추어서 다행이다. 오늘 행사가 모두 의미 있겠지만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면서 그분의 뜻을 다시 되새겨볼 수 있었다." 노란 풍선을 든 아들 한규(8)는 연신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오늘 콘서트에 와서 뭐가 좋으냐고 묻자 "잘 모르겠어요. 그냥 좋아요"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장소를 착각해서 다른 근린공원에 갔다가 늦게야 도착했다는 조성훈(24), 김아름(24) 커플은 안치환의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직 투표를 해 볼 기회가 없었다. 오늘도 정치적인 사실들보다는 한 사람의 죽음이라는 측면에서 마음이 많이 찡하다(김아름)", "일산토박이로서 오늘처럼 큰 행사가 고양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참 좋다. 하지만 다음에는 꼭 추모제가 아니라 기쁜 일로 마음껏 즐거워 할 수 있는 그런 행사가 열렸으면 한다(조성훈)"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고양시민 김혁(48)씨는 "고양에서 이렇게 큰 행사가 열리는 것에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고양은 신도시 중에서도 386 지식인 세대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동안 계기만 없었을 뿐이지 시민운동의 중점이 될 만한 여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민주화와 시민을 위한 움직임들이 고양에서부터 구체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태그:#노무현추모콘서트, #고양추모콘서트, #고양,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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