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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장·49재·안장식까지 모두 끝났는데도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 안장식이 열린 다음날인 11일에도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참배객은 줄을 이었다.

 

김해시 관광안내센터가 이날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공식 집계한 참배객은 3500여 명이다. 새벽에도 제법 많은 참배객이 다녀갔다. 관광안내센터 관계자는 오후와 저녁까지 합치면 1만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안장식 전 마지막 주말이었던 지난 7월 4일 추모객 9000여 명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봉하마을에서 1km 가량 떨어져 있는 본산공단 어귀에는 대형버스들이 주차해 있었고, 이날 하루 종일 봉하마을 주차장과 도로에는 차량으로 붐볐다. 교통경찰이 마을에 배치되어 안내를 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노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많을 때는 50m 가량 줄을 서기도 했다. 서너 명이 한꺼번에 절을 하는데도 줄을 서야 한다.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새겨진 비석(봉분) 앞에는 참배객들이 갖고 온 꽃다발이 놓여 있다.

 

"돌이지만 비석이라도 만져보고 싶었다"

 

 

참배객들은 절을 한 뒤, 비석을 손으로 직접 만져보기도 한다. 비석에 손을 얹어 놓은 뒤 흐느끼며 우는 사람들도 있다. 한 아주머니는 어린 아이의 손바닥을 비석에 닿게 한 뒤 "'할아버지' 하고 불러봐"라고 말하기도 했다.

 

참배객들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본 뒤 '검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중년 남자는 "대통령 묘소라고 해서 거창하고 호화스러울 것이라 짐작하고 왔는데, 어떻게 보면 검소하고 또 다르게 보면 초라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묘역 주변에는 노사모 전 대표일꾼 명계남씨와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참배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문상조(55)씨는 "오늘 새벽에도 제법 많은 참배객들이 다녀갔다"면서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본의 아니게 인기가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좋다"고 말했다.

 

비석을 만지며 눈물을 흘린 이수현(36·청주)씨는 "지난해 4월 봉하마을을 한번 다녀간 적이 있고, 국민장 기간에는 서울 분향소에 들른 적이 있다"면서 "돌이지만 비석이라도 만져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죄송하다는 마음뿐이며, 평범한 저도 옆에 있다는 사실을 느끼도록 하고 싶어 비석을 만져보았다"고 덧붙였다.

 

 

김아무개(44·서산)씨는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찾아왔다"면서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참배하는 것을 보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산악회 회원들과 같이 와 참배한 뒤 비석을 만져본 김영효(56)씨는 "마음이 아프다"고 표현했다. 그는 "묘역을 보니 검소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비석을 만져보니 앞에서 대통령을 뵙는 듯한 느낌이 들고, 만져보는 모습을 저 높은 곳에서 보고 계실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참배객은 "묘역도 고인의 삶처럼 소탈하게 꾸며 놓은 것 같다"면서 "안장식이 끝나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왔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참배하고 있어 놀랍다"고 말했다.

 

 

정토원까지 다녀오는 참배객도 많아

 

노무현 대통령의 유골이 임시 안치되고 49재가 열렸던 봉화산 정토원까지 다녀오는 참배객도 많았다. 또 노 대통령이 떨어졌던 부엉이바위 주변에 들리기도 한다.

 

또 참배객들은 마을 다목적광장에 있는, "노무현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는 글귀가 씌어진 대형 걸개그림을 휴대전화에 담아가기도 하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마을회관 외벽에 설치된 대형 초상화 앞에도 꽃다발이 놓여 있다.

 

테마식당 앞 벤치에서는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이라는 글자와 노 대통령의 얼굴을 새긴 판화를 화선지에 만들어주고 있는데, 이 판화를 받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기도 했다.

 

 

"나는 개새끼입니다" 펼침막, 시선 끌어

 

봉하마을 곳곳에는 각종 '추모의 글'을 적은 펼침막이 즐비하다. 공사장 가림막에는 "청렴도 99.999%의 노무현 대통령은 돌아가셨습니다. 청렴도 0.001%도 못되는 이가 놈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는 펼침막이 새로 내걸렸다.

 

또 '추모의 글'을 꼼꼼하게 읽어보는 참배객들도 많았다. "나는 개새끼입니다"는 제목의 펼침막 내용을 읽어본 한 남성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다"면서 "꼭 기사로 소개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나는 개새끼입니다"는 제목의 글 전문이다.

 

"당신이 생을 놓아버릴 아픈 결심을 하고 있을 때/나는 새벽까지 술에 취해 낄낄 대고 있었습니다/나는 개새끼입니다//당신이 책을 읽을 수도 없을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때/나는 어줍지 않은 책을 쓴다며 당신을 잊었습니다/나는 개새끼입니다//당신이 검찰에게 치욕적인 수모를 당하고 있을 때/나는 검찰 욕 몇 마디 하는 것이 끝이었습니다/나는 개새끼입니다//당신이 가족과 동지들의 고초를 걱정하고 있을 때/나는 최희섭의 삼진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나는 개새끼입니다/당신이 피눈물을 뚝뚝 흘리며 유서를 쓰고 있을 때/나는 늘어진 주말 늦잠을 꿈꾸고 있었습니다/나는 개새끼입니다//개새끼가 웁니다/마치 사람 새끼인 것처럼 눈물 뚝뚝 흘리며 웁니다/미안해 하지 마라는 당신의 말씀에 그냥 엉엉 웁니다/개새끼는 당신의 마지막 부탁까지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

 


태그:#노무현 49재, #봉하마을, #참배객,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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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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