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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시민 광장과 노사모 서른 다섯 개의 단체가 함께 했다.
▲ 49재 및 추모문화제 성남 시민 광장과 노사모 서른 다섯 개의 단체가 함께 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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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에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는 이른 아침인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분향소와 사진전이 마련됐다. 또 초대형 스크린을 이용한 봉하 마을의 49재 생중계, 봉국사 주지 스님 주관으로 이어진 49재 추모식, 국악·대중음악·재즈·성악·퓨전 뮤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17팀의  풍성한 공연이 펼쳐지는 추모문화제도 열렸다.

물과 2000명 분의 떡도 마련되어 함께 한 시민들에게 건네졌다. 전문가가 아닌, 노사모와  성남시민광장을 비롯한 서른 다섯 곳의 시민단체가 자체적으로 준비한 행사지만 규모나 내용면에 있어 방대하고도 알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며 출연료 없이 참가한 출연진, 퇴근후 급히 오느라 저녁조차 거른 채 함께 한 수백 명의 시민들은 서로 공감하여 울고 웃으며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이별이 잦은 세상, 너무 쉽게 관계가 깨어지고 잊고 잊혀지는 세상에서 참으로 보기 드문 풍경이다.

순서를 맡은 이들은 중요무형문화제거나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이들로 기꺼이 자신들이 갈고 닦은 기량에 추모의 마음을 가득 담아 보여주었다. 가신 이와 그이를 추모하는 이들이 흐르는 선율 속에서, 혹은 우주의 언어며 인간의 원초적 언어인 몸짓으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추모 문화제를 통해서 원망, 좌절, 미안함, 슬픔을 씻어버리고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꺼지지 않는 촛불과 언약으로 각자의 가슴에 심었다. 마흔 아홉 개의 풍등에 희망을 담아 올리는 추모 문화제 마지막 순서가 진행되자 저마다 그 순간을 잡아두기 위해 카메라와 휴대폰을 찾아 들었고  오래도록 하늘을 향해 젖힌 고개를 내릴 줄 몰랐다. 그렇게 49재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몸으로 시간으로 물질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 놓으면서도 힘든 줄도 모르는 듯 했다. 출연진 역시 기꺼운 마음으로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기쁨을 누렸다고 고백했다.

우리들의 영원한 바보 친구, 도대체 그이는 어떤 사람이기에 오래도록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가. 어떻게 마음에 꺼지지 않는 촛불과 희망을 주었는가. 그 해답은 각자의 가슴에 심겨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를 아직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 없음은 아직 그가 바라던 세상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요, 희망의 열매를 아직은 손에 쥐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제는 슬픔의 힘을 옮겨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힘차게 들이 부을 일이다.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우리 스스로 사랑을 깨뜨려 버리는 것임을 잘 아는 까닭이다.

ⓒ 이명옥

"마흔 아홉 개의 풍등에 희망을 올려 보냅니다. 보고 계신지요? 우리의 영원한 바보 친구,
노무현님이시여~"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치디 찬 띠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골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
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
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
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태그:#49제 추모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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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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