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 때 헌화·분향할 시민대표에 '자갈치 아줌마' 이일순씨가 추가되어 14명으로 확정되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봉행 및 안장식을 위한 봉하전례위원회'(위원장 이병완)는 9일 오후 시민대표 14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시민대표는 10일 낮 12시 10분부터 봉화산 사자바위 아래 기슭에서 거행되는 노 전 대통령 안장식 때 유족과 각계대표의 헌화분향에 이어 고인의 영전 앞에 꽃을 바치고 향을 피운다.

 

전례위원회는 "안장식에는 여느 안장식에선 보기 힘든 색다른 순서가 들어 있다"면서 "평범한 시민 14명이 '시민대표'로 고인 영전에 헌화·분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례위원회는 또 "평범한 시민들과 함께 하며 항상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자 했던 노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 힘없고 소외 받는 사람들 편에 서고자 했던 노 대통령의 정치적 지향, 이런 가치를 상징적으로 웅변하는 분들을 시민대표로 모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노 대통령이 아니고선 맺어질 수 없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인연을 노 대통령 추모의 자리에서 우리와 공유하게 된다"면서 "많은 국민들이 그들을 통해 노 대통령의 삶의 한 자락을 추억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헌화분향 시민대표 14명은 다음과 같다.

 

윤연희씨는 노 전 대통령 인권변호사 시절 무료변론을 해준 '부림'사건 연루자다. 전례위원회는 "서슬 퍼런 1981년 '국가보안법 시대', 부산에선 이른바 '부림사건'에 연루돼 많은 이들이 불법감금과 고문을 당했다"면서 "피폐해진 그들을 안아준 이는 노무현 변호사, 무료변론에서 노 변호사는 '저 젊은이들이 고민했던 문제의 핵심은 휴머니즘'이라고 외치며 그들을 대변해줬다"고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고 도와준 한창길씨가 포함됐다. 그는 원진레이온 노조 대표로, 전례위원회는 "수십 년 동안 유독가스 속에서 일을 하면서 고통을 받던 한 사업장의 힘없는 노동자들이 있었다"면서 "수십 명이 사망에 이르렀고 대부분이 전신마비 언어장애를 얻었고, 1989년 이들이 '직업병 인정' 투쟁을 할 때 노무현 의원이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고 밝혔다.

 

이일순씨는 2002년 대선 때 찬조연설 방송을 한 '자갈치 아지매'다. 전례위원회는 "2002년 12월 4일 저녁, 노무현 후보 찬조연설 방송이 나가고 난 뒤 '시민스타'가 탄생했다"면서 "아무도 예상 못한 평범한 시장 상인이 대통령 후보 찬조연설을 한 장면은 국민들에게 인상적이었다"고 소개.

 

오영애씨도 참여한다. 그는 대선후보 경선 때 전국을 포장마차로 돌면서 모금활동을 전개한 사람이다. 대선 때 '희망돼지' 저금통 모으기 운동을 하다 기소된 시민인 차상호씨도 포함되었다.

 

김성례씨는 대선 때 아이들 돌반지 여러 개를 흔쾌히 내놓은 엄마다. 전례위원회는 "시민들의 선거혁명은 '희망돼지' 저금통뿐이 아니었다"면서 "생활보호대상자 할머니가 평생 간직하던 금반지를 내놓기도 했고, 하루하루 궁핍하게 살아가던 할머니가 우편환으로 돈을 보내기도 했고, 김씨 역시 고전하는 노 후보를 위해 아이 돌반지 여러 개를 들고 의정부 집에서 청량리 유세장까지 무작정 달려와 '선거에 쓰라'며 쾌척했다"고 밝혔다.

 

진해 웅동중학교 학생대표인 김진희씨도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특별하다. 전례위원회는 "노 대통령이 야인시절이던 2001년, 한 후배의 소개로 시골중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게 됐다"며 "강연 도중에 '훗날 대통령이 되면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고,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후 이 학교를 다시 찾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민대표 김순애씨는 노 대통령 재임 중 구로동 재중동포 교회를 방문해 격려한 동포 대표다. 전례위원회는 "20만 명 가까운 동포들이 꿈을 찾아 모국을 찾았지만 거의 다 불법체류 신세였다"면서 "죽느냐 사느냐의 심정으로 단식농성을 했고, 대통령이 불법체류 중인 동포들을 관계기관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찾아 고충을 청취했다"고 소개했다.

 

제주 4.3사건 유족회 홍성수 대표는 '과거사 진상규명과 대통령 국가 사과로 억울함 푼' 인연으로 선정되었다. "2003년 정부 차원의 공식보고서인 '제주 4.3사건 진상보고서'가 최종 확정되고 같은 해 10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며 "대통령은 또 2006년 4월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위령제에 참석해 원혼들의 넋을 위로했다"고 전례위원회는 설명했다.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조카인 조웅대씨는 '과거사 진상규명으로 억울함 푼' 인연으로 시민대표로 선정되었다. 전례위원회는 "1961년 북한의 활동에 동조했다는 억울한 혐의를 뒤집어쓰고 사형당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라며 "참여정부의 과거사 진상규명 노력이 유족들의 한을 푸는 단초가 됐다"고 밝혔다.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도 참여한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석한 청와대 음악회 때 연주했던 인연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뒤 봉하마을에서 만났던 고 성민영 학생의 어머니 조문둘씨도 영전에 꽃을 놓는다. 성민영씨는 암 투병 중 소원이었던 노 전 대통령을 만난 뒤 세상을 떴다.

 

봉하마을 장군차 재배를 함께하며 꿈을 나눈 차(茶) 지도자 강병호씨도 참여한다. 전례위원회는 "대통령 퇴임 후 고향 마을엔 특산물 단감이 과잉공급으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폐원사태가 속출했고, 대통령은 김해 특산물 가운데 하나인 장군차를 희망으로 삼았다"면서 "장군차조합 대표 강씨는 대통령과 차 재배 기술을 나눴고 대통령은 강씨와 차를 통해 엮어낼 희망을 나눴다"고 밝혔다.

 

오리농법을 대통령과 봉하마을에 전파한 홍성의 농업지도자 주형로씨도 시민대표다. 전례위원회는 "농약을 치지 않고 오리가 논을 누비며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봉하 오리쌀'은 작년 가을 단연 화제였다"면서 "그 본보기는 홍성이었고 주씨는 그 농법의 선구자격이고, 대통령의 '쌀 선생'으로, 농업에서 희망을 찾아보려 했던 두 사람의 시도는 봉하마을에서 지금도 무르익고 있다"고 소개했다.


태그:#노무현, #봉하마을, #시민대표, #헌화분향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