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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단독국회 소집 요구 첫날인 26일 오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중앙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민주당은 '국민모임'과 '다시 민주주의' 소속 의원 18명이 나흘째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로텐더홀에서 오후 2시부터 의원총회를 열고 단독국회 결사저지를 다짐했다. 같은 시각, 한나라당도 맞은 편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제2회의장)에서 '맞불 의총'을 열었다. 이정희, 곽정숙 의원 등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 3명과 보좌관 10여 명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나가는 회의장 문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 "단독국회 결사저지" 손펼침막을 펼쳐들고 농성에 들어갔다.

 

같은 공간에 여야 3당이 모였지만, 국회 소집일 첫날은 별다른 충돌 없이 지나갔다.  

 

[한나라당] 미디어법 '선진당안' 수용 기류... 29일 여당 문방위원들 논의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미디어법의 처리와 관련해 자유선진당이 발의한 법안을 수용하자는 기류다. 또한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을 분리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미디어법의 처리를 해당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 맡기되 선진당안을 받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내비쳤다. 국회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도 선진당안을 수용해 상임위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선진당안을 수용할 경우,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도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 통과'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선진당과 손을 잡으면 '단독국회' 부담도 덜어진다. 반면, 민주당은 궁지에 몰 수 있다는 전략도 깔려있다.

 

선진당안은 소유규제 완화시 신문·통신, 대기업의 지분율 한도를 '지상파 10%, 종합편성PP 20%, 보도PP 30%'으로 규정하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우리가 선진당의 안을 받겠다고 하면 미디어법을 두고 '방송장악 음모'라고 하는 반대여론에 대해서도 '선진당안이 방송장악 음모안이라는 것이냐'고 반박을 할 수 있다. 선진당안을 받아들이는 게 어떠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의원도 "(한나라당) 원안을 고수하기보다 미디어발전국민위안과 선진당안을 수용해서 한나라당 문방위원들끼리 의견을 모은 뒤 이를 기초로 민주당과 합의처리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선진당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이 안 원내대표에게 "해당 상임위에 맡겨달라"고 요구했고, 안 원내대표도 이에 수긍했다.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은 오는 29일 오후 회의를 통해 미디어위안과 선진당안 등을 놓고 논의할 예정이다.

 

비정규직법과 관련해서는 '2년간 시행 유예-정규직 전환지원금 1조원 편성'안을 야당과 노동계에 제안했다. 한나라당 조원진 환경노동위 간사는 이날 의총에서 "'2년 유예안'과 '정규직 전환지원금 1조원 편성안'을 (야당과 노동계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기존 '3년 유예안'-'전환지원금 5천억원 편성'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이다.

 

이어 조 간사는 "당리당략보다 비정규직 가정 파탄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합의점 도출에 힘써달라"고 민주당에 처리 협조를 촉구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5인 연석회의' 탈퇴를 경고하며 비정규직법 유예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미디어법 저지 거듭 다짐... "주말에도 의원-보좌관 전원 대기"

 

민주당은 오후 2시부터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막기 위해 아예 본회의장 입구를 점거하고 '결의대회' 형식의 의원총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타협 없는 투쟁"을 거듭 선언했다.

 

정세균 대표는 "다시 이명박 정권과 거대여당에 의해서 국회가 전쟁터로 변할지도 모르는 엄혹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한나라당은 5대 요구를 무시한채 '싸울테면 싸워보라, 야당 의석으로 대항할 수 있겠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는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지지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당당하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오늘이 백범 서거 60주년인데, 백범 선생을 암살했던 친일수구 세력이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민주주의 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내대표는 또 "지금 한나라당 단독국회 문제를 풀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밖에 없다"면서 "달동네 가고, 시장 가지 말고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시켜줄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의원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무조건 국회로 들어오라고 하는데,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안하기로, 국회의장은 직권상정 안하기로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종걸 의원도 "이명박 정부가 중도, 서민이라고 하는데 우익단체를 내세워 분향소를 깨부수고, 서민들 생활필수품의 간접세를 올려 부자감세 부족분을 충당하는 게 중도고 서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배숙 의원은 "4대강 정비사업 예산 22조원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썼다면 벌써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라고 성토했고, 김상희 의원 역시 "민주당의 요구안을 하나도 수용하지 않으면서 가증스러운 얼굴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고 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이석현 의원은 25일 이문동 시장을 방문한 이 대통령을 향해 "떡볶이집 망하니까 떡볶이집 가지 말고, 아이가 경기 일으킬 수 있으니까 보육원에 가지 말라"고 비꼬기도 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29일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을 '원샷 처리'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체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주말에 지역구 활동을 자제하고 보좌관들도 모두 대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민노-창조-진보] 민주당과 공동전선... 비정규직법 개정은 입장차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은 한나라당 단독국회와 미디어법, 비정규직법 처리에 반대하면서도 '같고 또 다른'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민주당처럼 단독국회에 반대하고 있다. 강기갑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한나라당이 의회를 또 다시 일당독재의 정치로 끌고가 야당과 국민들에게 선전포고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야당이 똘똘 뭉쳐 의회정치를 살리는 굳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를 받아들이기로 한 민주당의 비정규직법 처리 방침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정희 의원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역시 '단독국회'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과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따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의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 합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문 대표는 "비정규직 기간을 연장하거나 유예하겠다는 것은 국가와 의회가 계약서를 써놓고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기업주들에게 끌려가며 독배를 들고 아편을 주면 오히려 기업들을 나약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진보신당은 훨씬 더 강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이날 '5인 연석회의'에 관한 브리핑에서 "비정규직법을 2년 유예하건 3년 유예하건, 그것은 다 고용대란을 유예하는 방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대변인은 또 "문제 해결 방법은 철저한 고용 사유 제한을 중심으로 비정규직법을 전면 개정하거나, 현재의 비정규직법안을 폐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한나라당, #민주당, #단독국회, #미디어관련법, #비정규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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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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