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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경의선 기차 창가에 앉아 계절에 따라 변모하는 너른 들녘을 실컷 감상합니다.
 달리는 경의선 기차 창가에 앉아 계절에 따라 변모하는 너른 들녘을 실컷 감상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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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서는 현대화의 추세에 맞추어 경의선 기차를 다음달 1일부터 시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게 전철로 변신하여 달리게 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장항선 기차와 기차역들의 현대화에 이어 경기도 양평을 향해 달려가는 중앙선 기차도 전철로 바뀌는 등 대중교통이 더욱 편리하고 가깝게 다가오니 반가운 소식이네요.

그런 소식과 더불어 이제 더 이상 경의선을 기차라고 부르지 못하고 전철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 한동안 못내 섭섭할 것 같습니다.

※ 경의선은?
경의선은 서울에서 출발하여 북한의 개성·평양·신의주를 잇는 길이 518.5km의 철도로 1904년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고 철도 부설권을 얻은 일본이 우리나라 자원의 신속한 수탈을 목적으로 1906년에 완공하였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6·25 전쟁, 미군의 주둔과 철수, 남북철도 연결 등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지켜본 우리나라 근대 역사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기차는 전철에 비해 운행횟수가 적어 기다림의 미덕과 달릴 때의 덜컹거림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지만, 무엇보다 일상탈출의 아늑한 공간이자 길 떠나는 여정의 시작으로 생각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코레일이 내놓은 홍보 기사를 보니 그 동안 '단선 비전철(單線 非電鐵)'에 통근열차(디젤전동차)가 달리던 경의선은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역부터 문산역까지 복선 전철(複線 電鐵)로 바뀌게 되며, 특히 1시간이던 열차 운행 간격이 10~15분으로 단축되면서 하루 열차 운행 횟수도 현재의 38회에서 150회로 크게 늘어난다고 합니다.

경의선 기차가 특별한 이유

임진강역, 여기서 209Km만 달리면 평양입니다.
 임진강역, 여기서 209Km만 달리면 평양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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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이 시민들의 곁으로 가깝게 다가오는 것이 반가운 것은 이 기찻길의 종점이 북한의 신의주라는 좀 특별하고 애틋한 이유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울역에서 경의선을 타고 남한의 최북단역인 임진강역까지 짧은 여행을 '갈 때마다 북한 땅이 참으로 가깝구나' 느끼곤 합니다.

북한이 고향땅인 분들의 애틋한 심정에 미치진 못하겠지만 임진강역에서 내리지 않고 평양역에, 신의주역에서 내려 여행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에 늘 아쉽기만 했고요.

그런 아쉬움 때문인지 속도도 빠르지 않고 자주 나타나지도 않는데다 열차의 길이가 5량 밖에 안 되는 작기 만한 기차 경의선에 애마 자전거를 싣고 여행 삼아 북쪽으로(?) 자주 떠나곤 했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은 경의선 기차역 주변의 너른 들녘과 작고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정겨운 마을들하며, 아직도 오일장이 펼쳐지는 동네 등은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라 고향이 없는 제게 그런 고향의 정감을 나눠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마다 추억을 하나씩 간직하고 있는 경의선 역들

1933년에 지은 일산역은 2006년 12월 4일 등록문화재 제294호로 지정됐습니다.
 1933년에 지은 일산역은 2006년 12월 4일 등록문화재 제294호로 지정됐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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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 이름이 참 정겹기도 한 금촌역은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 나오는 동네랍니다.
 기차역 이름이 참 정겹기도 한 금촌역은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 나오는 동네랍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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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들이 쉬어 가는 백 살이 넘은 기차역 수색역, 추억의 카페 촌들이 모여 있던 백마역, 주변의 아파트 숲 속 사이로 오일장이 열리며, 문화재로도 등재된 일산역, 초록색 나무 의자가 벽을 따라 둘러선 대합실에 석유난로가 있고 낡은 달력까지 걸려 있어 기차역만의 정취가 물씬 풍기던 운정역, 그 이름이 너무 정겨운 나머지 그냥 내리고픈 금촌역, 가을이면 노랗게 물들은 넓은 들판으로도 배부른 임진강역….

몇 개 안되는 경의선 기차역들, 이름만 들어도 낭만적인 느낌이 모락모락 피어나네요.

지도상의 종착역은 북한의 신의주이지만 현실의 종착역인 임진강역에 내려 '평양 209km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고 쓰여 있는 옛 기차의 모형물을 보노라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 하기도 합니다. 경의선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입니다.

수색역은 백 살이 넘은 오래된 기차역으로 달리고 또 달리느라 지친 기차들이 와서 쉬어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수색역은 백 살이 넘은 오래된 기차역으로 달리고 또 달리느라 지친 기차들이 와서 쉬어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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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하고 세련된 전철보다는 그냥 오래된 기차가 좋아서 낡았지만 기차만 봐도 시선이 멈추는 분은 경의선역 중의 하나인 서울 상암동의 수색역에 가볼 일입니다.

이곳은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린 길다란 기차들이 휴식과 재충전을 하러 모여 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줄줄이 사탕처럼 모여 있는 기차들의 모습이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두런두런 얘기하는 것 같아 재미있답니다.

경의선 기차역 마다 스며든 소소한 여행의 추억으로 흐뭇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합니다. 아담한 기차와 함께했던 소담한 기차 역사(驛舍)도 같이 사라집니다. 작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우렁차던 기적소리와 기분 좋은 졸음을 부르던 덜컹거림을 느끼지 못하게 되니 서운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북교류의 상징이 되었던 경의선 기차가 어서 빨리 남북통일의 상징이 되어 경의선 전철을 타고 개성과 평양, 신의주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기차역만의 정취가 느껴지던 운정역 대합실의 느낌이 이젠 추억이 되었네요.
 기차역만의 정취가 느껴지던 운정역 대합실의 느낌이 이젠 추억이 되었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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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의선 , #수색역 , #일산역, #운정역, #임진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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