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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지기 직전 상황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 노 전 대통령이 추락한 부엉이 바위 근처에서 한 전경대원이 출입통제를 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지기 직전 상황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 노 전 대통령이 추락한 부엉이 바위 근처에서 한 전경대원이 출입통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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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경남지방경찰청은 "노 전 대통령이 경호를 받지 않았던 30여 분 동안 목격자가 없고, 사고 현장에서 입증할 만한 다른 증거도 없어 경호관 등과 함께 현장실황조사와 현장검증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7일 오후 2차 수사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찰청은 서거 당일 이아무개(45) 경호관을 조사한 근거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고, 지난 25일 2차 조사를 했으며, 26일 오후에 3차 조사했다.

경찰청은 지금까지 수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은 23일 새벽 5시 44분경 사저에서 유서 파일을 컴퓨터에 최종 저장하고 1분여 뒤에 경호관에게 '등산 나갈게요'라고 한 뒤 복장을 준비해 이날 오전 5시 47분경 등산을 출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등산로 입구에서 마늘밭에서 일하는 박아무개씨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고, 약수터에 들리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정토원으로부터 100m 떨어진 이정표 앞 10m 전방에서 '힘들다, 내려가자'고 경호관한테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 방향으로 향하자 경호관은 초소에 '하산하신다'고 무전 연락했다.

[의문1] 부엉이 바위 정상에 도착해 나눈 대화는?

이날 오전 6시 10분경 노 전 대통령은 바위 정상에 도착했고, 경호관한테 "부엉이 바위에 부엉이가 사나?"거나 "담배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경호관은 "없습니다. 가져 오라 할까요"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은 "아니 됐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폐쇄한 등산로에 사람이 다닌 흔적을 본 노 전 대통령은 "폐쇄된 등산로에 사람이 사는 모양이네"라고 말했고, 이에 경호관은 "그런 모양입니다"고 대답했다. 그 뒤 노 전 대통령은 5m 정도 뒤에 있는 묘지 옆 잔디밭에 앉았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경호관한테 "정토사에 선(진규) 법사가 있는지 보고 오지"라고 하자 경호관은 "모셔 올까요"라 했고,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아니 그냥 확인만 해봐라"라고 해 경호관이 정토원으로 뛰어갔다.

경호관은 바위에서 247m 떨어진 정토원 공양관 앞에서 선 법사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뒤돌아서 뛰어갔다. 경호관이 부엉이 바위 앞에 이날 오전 6시17분경 도착해 두리번 거리며 확인했으나 노 전 대통령이 보이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어 경호관은 휴대전화로 사저 경호동 경호관한테 "잠깐 대통령 심부름 다녀온 사이 대통령께서 보이지 않는다, 나와서 내려 오시는가 확인 좀 해라"고 전화했다. 사저 경호동 경호관으로부터 "등산객 한 명 안 보인다"는 말을 들은 경호관은 다시 정토원 요사채 앞에 내려와 선 법사를 만나 합장했다.

이에 선 법사가 "무슨 일이지? VIP 오셨어?"라고 물었고, 경호관은 "아무것도 아닙니다"고 말한 뒤 부엉이 바위로 내려갔다. 경호관은 정토원 법당에도 노 전 대통령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경찰은 "경호관은 부엉이 바위 위에서 갑자기 밑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밑을 보았으나 보이지 않아 다시 올라온 등산로로 뛰어 내려가 약수터 밑에서 부엉이 바위 밑을 봤는데 흰 옷 같은 것이 보여서 뛰어 가보니 대통령이 산 아래 쪽을 보고 모로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했다고 알려진 봉화산 부엉이 바위가 사저 뒤로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했다고 알려진 봉화산 부엉이 바위가 사저 뒤로 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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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2] 경호 받지 않은 30여 분간 대통령은?

경찰은 대통령이 경호를 받지 않은 시간을 약 31분간으로 보고 있다. 경호관이 대통령 심부름을 받고 정토사로 출발한 시간은 새벽 6시 14분경이었고, 경호관이 또 다른 경호관에게 차를 대라고 전화한 시간은 6시 45분이었다. 경찰은 "대통령은 약 31분간 경호를 받지 않고 홀로 계셨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찰은 경호를 받지 않은 30여 분간에 대해 현장 실황조사 등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경호관이 정토원으로 출발한 시간, 대통령이 뛰어내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립수사과학원 감정 결과 등을 참조해 서거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문3] 경호관 왜 진술 번복했나?

경찰은 경호관이 진술을 번복한 동기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 경호관은 노 전 대통령 취임 당시부터 경호했고, 퇴임 이후 봉하마을에서 계속 경호 업무를 수행해 왔다.

경찰은 "처음에는 업무의 특수성 등을 감안하고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했으나 2차 진술부터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해 정확한 진상을 확인코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경호관은 사건 발생 직후 대통령을 완벽히 지키지 못했다는 충격과 자책감, 흥분, 불안, 신분상 불이익 등 심리적 압박으로 허위 진술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다른 유서가 있다고 보지 않아"

유서에 대해, 경찰은 "유서는 사저 박아무개 비서관이 발견했고, 유족 측 정재성 변호사를 통해 경찰에서 입수했다"면서 "유서 파일을 유족 측의 동의하에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작성 시간과 저장시간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추가 유서가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유족 측의 진술이 없는 이상 확인할 수 없고 현재로서는 다른 유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은 "역사 앞에 진실을 밝히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각종 증거자료의 확보와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노무현, #경남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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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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