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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는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못나고 어리석어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힘든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세상은 영악한 사람들이 차지가 되어버렸고, 그 와중에 바보는 점점 더 바보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영악한 사람이 되어 자기의 욕심을 채우고 싶었지만, 이미 판은 다 짜진 상태였습니다. 힘있는 사람들, 권력을 가진 사람들, 야합과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들이 이미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판에 어쩌다 바보처럼 우직하게 살아가던 사람이 기적처럼 입성을 하기도 했지만 바보이기에 그 판에서 따돌림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보처럼 살지 않길 바랐지만 그 누군가는 바보로 남아주길 바랬던 것입니다.

 

바보는 감추질 못합니다.

바보는 너무 솔직해서 자기의 치부를 숨길줄도 모릅니다.

바보는 계산적이지 못합니다.

바보는 사람을 만나되 이렇게 저렇게 재지 않습니다.

바보는 그냥 좋으면 좋고, 나쁘면 나쁩니다.

바보는 자존심이 없는 것 같지만 자존심이 강합니다.

바보는 자존심이 생명입니다.

 

바보가 살 수 없는 세상에 바보로 살기로 작정했던 바보가 살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람들은 그 바보를 보면서 부끄러워했습니다. 자기가 바보로 살지 못할지언정, 바보가 있어 위안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바보로 살아가는 사람이 눈엣가시처럼 보였습니다. 바보로 인해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이 싫었고, 잘만 이용하면 자신들의 불의함을 감출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야, 저 바보를 완전히 바보로 만들어 버리자!"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바보라고 믿고 있었던 그 사람이 자기들하고 견주어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고 몰아부치기 시작했습니다. 바보로 가장하여 자기들보다 더 영악하게 살았다고 몰아붙였습니다. 거기에 편승한 이들은 바보에게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말, 치욕적이고 모욕적인 말로 바보의 마음에 비수를 던졌습니다. 그들의 세상에 바보는 있어서는 안 될 존재였던 것입니다.

 

결국 바보는 찔레꽃 지는 날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아무리 자신이 다 받아준들 자신을 향한 공격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 자기가 사랑하던 이들이 자기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자책감, 그것을 막낼 수 있는 아무런 힘도 없음을 안 바보는 그렇게 세상을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죽어서야 한 바보의 삶으로 인해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비로소 알았습니다. 그를 죽이고 싶어 안달했던 영악한 자들은 당황했습니다. 어디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며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척했습니다. 바보이기 때문에 그들이 아무리 몰아붙여도 스스로 목숨을 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판단을 무용지물로 만들다니, 바보가 그들을 멍청이로 만든 것입니다.

 

바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품고있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바보의 영정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보의 마음이 점점 커졌습니다. 바보로 사는 것이 어리석다며 영악하게 살려고 했던 사람들도 바보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 바보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기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바보가 그렇게 삶을 놓았는지를 알았습니다. 바보가 살아있을 때 바보로 살지 못했음을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은 바보가 살 수 없는 세상입니다. 영악한 자들은 불리할때면 쥐구멍에 숨어 물어뜯을 것이 있나없나 호시탐탐 노리는 속성이 있거든요. 그들은 바보들의 행렬을 멈추게 할 빌미가 없을까 골몰하며 친위대를 앞세워 바보를 헐뜯고, 그의 죽음을 폄훼하는 치졸한 방법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고 싶어 안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영악한 사람들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는데도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 바보에게 패배하고 말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주 연재는 바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며 연재를 쉽니다. 목각인형(위창남)도 달팽이(김민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죄인듯하여 마음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바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늘의 위로가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태그:#노무현,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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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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