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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4일 오후4시]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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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너무 슬퍼하지 마라"고 했지만, 산자의 애도는 그칠 줄 모른다. 생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적인 대립각을 세웠던 한나라당도 추모에 잠겼다.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은 정파를 떠나 노 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돌아보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재오 "노 전 대통령, 살아계셔야 했는데"

"그래도 살아계셔야 했다."

여권의' 대주주'인 이재오 전 의원은 24일 오전 자신의 팬클럽인 '재오사랑'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달파 하는 마음을 글로 써 올렸다.

이 전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다. 이른바 '사학법 파동' 때는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김한길 전 의원과 청와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만나 조찬회동을 하기도 했다. 정국이 어수선할 때였지만, 노 전 대통령은 직접 청와대 구석구석을 안내해주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당시 여당의) 김한길 원내대표와 함께 관저에서 아침식사 후 이런 저런 이야기가 끝나고 노 전 대통령은 직접 청와대 뒷산 산책길로 걸음을 옮겼다.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서울을 내려다 봤다"며 "자상한 설명을 하셨다. 산을 돌고 내려와서 청와대 관저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주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전에도) 재야에서 세 번인가 함께 토론도 했고 세미나에 같이 참석도 했다. 그때는 칠흑같이 어두웠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삶과 업적은 역사가 기록 하리라. 한 생명이 죽음 앞에 무슨 말이 있겠는가. 그저 허망하다"며 "잘한 것은 땅에 두고, 잘못한 것은 하늘로 갖고 가시라"고 적었다.

또 이 전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나라의 민주주의 현 주소, 나라의 정치 개혁의 현 주소를 죽음으로 쓰고 가셨다"면서 "애달프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은 살아 계셔야 했다"고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김정권 "존경했던 선배... 서거 소식 믿을 수 없어"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에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도 비통에 잠겼다. 김해가 지역구인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고향 후배이자, 한때 함께 민주화 운동의 뜻을 같이 했던 사이다.

두 사람은 지난 89년 김 의원이 김해에서 '민주 청년회' 회장일 때 연을 맺게 됐다. 김 의원이 청년학교 강사로 노 전 대통령을 초청하면서다. 김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당시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민주화의 희망과 기개를 북돋아 주는 말을 해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 뒤로 내 결혼식에도 참석해서 축하해주시고 식후 뒷풀이에도 함께할 정도로 가까운 선·후배로 지냈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는 다른 길을 걸었지만,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자연인'이 된 뒤엔 고향 선·후배로서의 연을 다시 이었다.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내려가신 뒤 개인적으로 찾아가 뵈었다"며 "당시 옛날 일을 떠올리며 얘기를 나눈 생각이 난다"고 떠올렸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난 건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의 생일 때라고 한다.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나에겐 존경하는 선배이자 한때는 (정치적인) 뜻을 같이 했던 분인데, 서거 소식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애통하다"며 침통해했다.

노 전 대통령과 '사시' 동기 안상수... '추억 사진' 공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한 사진. 1976년에 노 전 대통령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 보여주면서 안 원내대표는 "이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깊은 감회에 젖었고 정치가 팍팍하지 않고 화해, 평화의 길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한 사진. 1976년에 노 전 대통령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 보여주면서 안 원내대표는 "이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깊은 감회에 젖었고 정치가 팍팍하지 않고 화해, 평화의 길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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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1976년에 노 전 대통령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24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1976년에 노 전 대통령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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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과 찍은 빛바랜 사진 한 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안 원내대표와 노 전 대통령은 사법고시(17회) 동기다. 사법연수원 시절에는 옆자리에 앉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앨범을 뒤져보다가 묵은 사진 한 장을 가져왔다"며 사법연수원 시절인 1976년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해 동기생들과 찍은 사진을 꺼냈다.

사진엔 김종대 헌법재판소 재판관, 정상명 전 검찰총장, 강보현 변호사 등 훗날 노 전 대통령과 '8인회'로 가깝게 지낸 이들도 있었다.

안 원내대표는 "당시 친한 사람들끼리 기념촬영한 것인데 30년이 넘은 이 사진을 보며 깊은 감회에 젖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제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조문을 마친 뒤 집에 돌아와 소주잔을 들이키며 정치가 과연 무엇인지 또 우리 삶이란 무엇인지 깊이 생각했다"며 "이제 한국의 정치가 투쟁이 아닌 화해와 평화의 길로 가야 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깊이 했다"고 덧붙였다.

정몽준 "꿈과 희망을 준 대통령... 고인의 열정, 우리 사회 교훈 되길"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를 이뤘다가 선거 전날 갈라선 정몽준 최고위원도 노 전 대통령과 얽힌 추억 한토막을 꺼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002년 초 노 전 대통령이 쓴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란 책을 읽고 제가 '우리 정치에서 노무현 의원이 추구하는 정의가 승리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적이 있다"며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고맙다면서 연락해온 기억이 난다"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정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돼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며 "새로운 정치를 추구했던 노 전 대통령의 순수한 열정과 취지가 우리 사회에서 잘 이해되고 교훈이 되길 바란다"고 고인의 뜻을 기렸다.

24일 여의도 한나라당사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근조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24일 여의도 한나라당사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근조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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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열 최고위원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경쟁했던 일을 떠올렸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 부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두 번, 부산시장 선거에 한번 출마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훗날 그가 '바보 노무현'이란 별칭을 얻게 된 계기다.

허 최고위원은 "저는 2000년 총선에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당락을 겨뤘던 당사자이기도 하다"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저에겐 남다른 감회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허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그 누구보다도 가슴속으로 빌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께서 현직에 있을 적 추구했던 정책과 노선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 분이 추구했던 '모두가 잘 사는 대한민국 건설'의 뜻이 잘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재임 때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박근혜 전 대표도 이날 자신의 미니홈피에 '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써 올렸다.

한편, 이날 안상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조문을 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유족들께서 국민장을 받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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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무현서거, #한나라당, #안상수, #김정권, #정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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