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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 묵념!"

 

이 소리는 공공기관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아니다. 바로 패션쇼장에서 나온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졌다. 온 국민은 충격을 받았다. 특히 5월 말에 잡힌 서울의 주요 문화행사는 갑작스런 서거소식으로 인해 대부분 취소됐다.

 

하지만 강남패션페스티벌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대신 예정된 축하공연은 모두 생락됐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 열린 강남패션페스티벌 개막패션쇼 현장을 찾았다.

 

앙드레김, 개막식 행사 직전 조기 퇴장

 

23일 오후 6시 도산공원 일대에서 열린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디자이너 앙드레김은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에 애통해하는 듯했다. 그는 공식 개막식 행사가 시작되기 전, 사방을 둘러보며 행사장 분위기를 살펴봤다. 그 후 행사 관계자와 맹정주 서울 강남구청장에게 양해를 구한 뒤 행사장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공식 개막식 시작 직전이었다.

 

앙드레김은 서울의 영화제와 시상식, 그리고 패션쇼장에서 자주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참석 때마다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행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애도하는 듯, 개막식을 참관하지 않은 채 조기 퇴장했다. 앙드레김은 25일 압구정 현대백화점 지상주차장 부지에서 특별 패션쇼를 열 예정이다. 

 

행사 시작하자 "취소하라" 항의도 나와

 

"행사 진행이 뭔 말이냐! 이 상황에 열고 싶으냐!"

 

강남패션페스티벌을 향한 한 시민의 불만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병찬 전 KBS 아나운서는 개막식 행사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행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다.

 

"오늘 오전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안타깝게 서거하셨다는 소식입니다. 저희는 이 소식에 애도를 표합니다. 그러나 이 행사는 부득이하게 진행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제적인 패션계 인사 참석도 이유가 되고, 고인이 살아 생전에 원하셨던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자 개최하게 됐습니다"

 

시민의 거센 항의는 김병찬 아나운서의 서거 관련 멘트가 흘러나온 후 제기됐다. 도산공원 일대를 지나가던 한 시민은 개막식장을 향해 고성을 내뱉었다. 행사 관계자 외 일반시민들은 이같은 모습에 당황했다. 보안요원의 제지로 이 상황은 1분만에 종료됐다. 하지만 이 시민의 고성 이후 패션쇼장은 한동안 적막함을 유지했다.

 

축하공연 없이 패션쇼만으로 개막식이 치러진 2009 강남패션페스티벌은 25일까지 계속된다. 24일에는 박보영, 박해일 등이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자선 패션마켓을 연다. 또 25일에는 앙드레김 패션쇼 외 패션문화포럼이 열린다. 올해 3회 째인 강남패션페스티벌이 안타까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과 맞물리게 됐다.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이 될지는 이틀을 더 기다려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남패션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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